테러라는 형태의 폭력이 냉전도 끝나고, 더구나 세계의 주요 국가 간의 대규모적인 군사적 전면전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오늘날에도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문이다.

 특히 사람들은 왜 최근 유럽에서 테러가 심해지는지 궁금해 한다. 유럽에서 테러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분석은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는 난민을 많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테러범들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난민설이고 두 번째는 이슬람은 테러를 부추기는 종교이기 때문에 이슬람이 퍼지면서 테러도 같이 확산된다는 이슬람설이다. 그러나 둘 다 이해는 되지만 결정적 원인으로서 근거는 약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범 중에는 난민이 거의 없다. 프랑스 정치학자 Olivier Roy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테러범과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들을 프로파일 한 바 있는데, 그 결과 85%가 이민자 2세대였다.

 이민자 2세대는 프랑스나 벨기에와 같은 유럽에서 태어나 그 나라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엄격한 의미에서 난민과는 다르다. 따라서 잠재적 테러범의 대부분은 새로 유입되는 난민보다는 유럽에서 태어나 자란 이민자들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 이슬람 때문에 테러가 일어난다는 주장 역시 많은 테러리스트 경우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에 감화된 자들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타당성도 있지만 무조건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한 분석이다.

 지금 이슬람 인구는 세계인구 65억 가운데 약 15억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야흐로 이슬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로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이슬람이 지향하는 종교적 이념은 평화이다. 테러범의 대부분은 무슬림이지만, 그렇다고 무슬림 전체가 테러리스트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좀 더 살펴보면 테러의 폭력은 매우 보수적인 색채의 소수 극단적 근본주의 무슬림들이 주동이 되어 활동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폭력을 하나의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럽에 있는 이슬람교도들의 99%는 IS를 인정하지 않는다. 유럽 이슬람 계에서 IS는 아주 급진적인 이단아로 취급되고 있다. 폭력적 극단주의는 이슬람의 이미지를 먹칠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유럽의 젊은이들은 IS 같은 이단에 빠질까? 이슬람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IS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은이들의 종교적인 기반이 너무 취약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의 두 가지 원인보다 실제적 분석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다. 유럽사회에서 이민자 배경을 가진 인구비율은 최근 5년 간 무려 21%가 증가하였다. 꿈과 희망을 찾아왔지만 정작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민족적 기반과 자라온 환경적 기반,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정체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유럽 테러의 원인은 전염병과 같은 유럽 젊은이들의 ‘허무주의’에 있다며, 유럽 정부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소외계층으로 경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을 하거나 자살할 생각을 갖고 있던 허무주의자는 폭력적 자극에 취약하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시 태어나 (born again) 대의를 위해서 싸우는 투사가 되길 부추기는 것은 그들이 극단화 될 수 있는 통로이다. 정치적, 종교적인 이념도 원인이 되지만 그것보다는 소외와 차별을 받으며 주변인으로 살아야하는 유럽의 사회적 환경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IS는 파괴 욕구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파괴 욕구를 갖춘 사람들에게 조직을 통해서 파괴력을 주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의 이유를 ‘이슬람의 급진화’ 보다는 ‘범죄의 이슬람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한 지적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유럽 테러를 이슬람 급진화의 문제라는 방향에서만 생각한다면 이슬람에 대한 공포감은 증가하고, 무슬림들은 모두 잠재적인 테러범이 될 뿐이다. 이로 인한 이슬람혐오증과 극우 지지는 반(反)이슬람의 감정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결국 유럽의 테러 해결은 강력한 대테러정책과, 난민억제와 같은 원론적 처방보다는 그들을 벼랑에 서게 하는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무시와 소외를 해소하는 국가적 정책에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반 이슬람 감정을 완화하면서 테러에 좀 더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문명 간의 또 다른 충돌을 방지 할 수 유일한 방안이다.

(이만종·호원대 법 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