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발생 초기부터 북한이 요구했고, 미국이 북한에 약속했다가 이행하지 않았던 미․북 수교(체제 보장)가 북핵문제의 해법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이수혁, 백승주, 최경환, 하태경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에 체제 보장을 요구하면서 25년을 버텨 온 북한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해 미․북 수교 없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대북압박을 계속하고 북한은 버티는 동안 북핵문제는 동북아 평화를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는 미․북 수교이며 비핵화는 출구라고 강조했다. 

 또 “대북압박이 계속되면 북한반발도 거칠어 질 것이고 미국이 군사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한국으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상황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 즉 미․북대화를 권유해야 한다”고 덧붙혔다.

  ‘북핵해결을 위한 한․중․일 협력과 국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정세현 전 장관을 비롯하여 진징이 베이징 대학 교수, 히라이와 순지 난잔대학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으며 행사를 공동으로 마련한 이수혁, 백승주, 최경환, 하태경 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진징이 교수는 “오늘 상대하고 있는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북한과 완연히 달라 핵 위기의 돌파구를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며 “특유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어 “무엇보다 한미군사훈련과 같은 지정학적 대결을 대폭 줄이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북핵개발과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 뒤 “한국도 5․24 조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서 하나만이라도 풀어주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라이와 순지 교수는 “트럼프 정권은 북한 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계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북한과 교역을 제한하려 하는 데 중국은 미국의 뜻에 따라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북미를 대화의 틀에서 관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체제의 힘, 외교적 강력함, 기술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북한에 대한 압박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없고, 군사행동이 어렵다면 북한과 대화에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이내영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로 심화되고 있는 안보불안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첨예한 이해관계로 난국을 돌파하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한, 중, 일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세미나에서 3국 협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konas)

코나스 황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