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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對 ‘황금빛 내 인생’ 그리고 오늘!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우리가 사는 오늘의 시대상을 본다. 그리고 일그러진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는 없을까?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7-10-17 오후 4: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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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남한산성’이 추석연휴 극장가를 달궜다면 요즘 주말 안방극장은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KBS 2TV, 토 ․ 일, 20:00)이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필자도 빠트리지 않고 보는 열혈 팬이다. 특히 여주인공(서지안, 신혜선 분)의 조금은 어눌해 보이면서도 청순하고, 당돌하면서도 가련 시크한 모습과 때로 속사포처럼 퍼붓는 말발에 매료돼 있다.

 ‘남한산성’이 주인공인 배우 이병헌(최명길 역)과 김윤석(김상헌 역)의 열연으로 관객 360만 명을 돌파하고 4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10.15)면 ‘황금빛 내 인생’은 지난 15일(일요일) 방송분이 지금까지에 비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고 한다.

 한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이 날 방송 시청률은 32.4%를 기록해 가장 높았던 30.9%를 상회해 이런 추세라면 40%대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 ‘남한산성’은 380년 전인 1636년 병자년에 청 태종의 12만 병력이 압록강을 건너 일거에 수도 한양까지 내달린 침략으로 병자호란을 맞은 인조임금과 조정대신이 9년 전 정묘호란(1627년) 당시 피난을 갔던 강화도로 도망갈 시간마저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이후 47일에 걸친 항전 기간 동안 주화(主和)파의 최명길(이조판서)과 척화(斥和)파의 김상헌(예조판서)을 두 축으로 화전이냐, 항전이냐의 치열한 논전(論戰) 끝에 결국 화전으로 끝을 맺는다. 인조임금과 500여 명의 신료들은 다음해인 1637년 살을 에는 엄동설한(嚴冬雪寒) 속에 1월30일 삼전도에서 패장(敗將)의 굴욕을 겪은 ‘삼배구고두(三拜九臯頭)’ 항복의례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외침에 가족을 잃고 虐政에 지배계층에 눌려야만 했던 팍팍한 민초들의 삶과 함께 역사에서 힘이 없는 나라, 민족이 종래에 어떤 시련과 뼈저린 과정을 겪는가를 생생한 교훈으로 절절히 느끼게 하는 영화다.

 이에 반해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재벌가 딸(서지안 ․ 최은석 역, 배우 신혜선 분)이 어린 시절 길을 잃어 마침 쌍둥이를 키우다 불의에 큰 아이를 잃어야 했던 평범한 집안에 발견돼 쌍둥이 자매인줄만 알고 자랐다가 재벌가 딸로 돌아가는 현대판 신데렐라가 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내 친 딸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아닌 동생(지수)이 진짜 재벌 집 딸인 것이다. 엄청난 비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유학을 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여기까지는 흔하디흔한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 그대로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대개의 이런류 드라마가 그렇듯 질질 끄는 대본이나 연출이 아닌 전광석화처럼 스피드 있게 치고 들어가는데 있는 것 같다.

 15일 방영에서는 자신이 진짜가 아님을 오빠 도경(박시후 분)에게 털어 놓았다. 오빠 도경이 그 날 회사 이사회에서 있었던 은석의 행동을 칭찬하자 “나 은석이 아니다. 나는 오빠 동생이 아니다. 서지안이다. 진짜 최은석은 내 동생이었던 지수(서은수)다. 지수가 진짜 최은석”이라며 진실을 토로한 것이다. 바로 이런 속도감과 진실성에 필자와 같은 시청자들이 반기며 즐겨 빠져들지 않나 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시대극이다. 치욕의 역사, 병자호란, 전쟁이 배경이다. 강한 나라에게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나라의 대결에서 패전국, 패배자의 극한 모습을 비춘다. 양반과 상민의 처지, 힘없는 백성의 입장에서 당해야만 하는 서러운 삶을 조명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멜로다. 사랑과 우정, 남녀 간의 극진한 사랑이 주는 교감도 있다. 삼각관계도 설정돼 있다. 서민과는 전혀 동떨어진, 상상 이상의 재벌가 집안의 보이지 않는 패권경쟁과 서로간의 암투도 있다. 그럼에도 막장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신선도를 제공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화 대 드라마임에도 필자에게 어울림으로 다가옴은 우선 두 극(劇)이 주는 진실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화친(和親)과 척화(斥和)라는 양날의 극한 대립 속에서도 최명길과 김상헌은 신사도를 유지한다. 유학자로서의 본분과 조정을 대표하는 대신(大臣)으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격조와 품위가 있다. 명분만을 내세운 건 아니었다. 거기에는 어떤 사심(私心)도 없다. 오직 나라와 백성이 있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는 애민정신도 있다. 국가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당파(黨派)가 아닌, 내일을 내다보는 시국관과 애국심이 깃듦을 본다.

 그런가하면 ‘황금빛 내 인생’은 평범한 보통가정에서 겪는 부부간, 부모-자식 간 애증과 형제-자매간 우애와 애증이 교차함도, 재벌가 부부, 부모-자식 간 긴장감과 내밀한 사연을 어떻게 공유하고, 처리 하는가에 대한 기대감 속에 여주인공 서지안(최은석)과 오빠 도경의 시원시원한 행동이 시선을 빼앗는다. 그 중심에는 자신보다는 엄마, 아빠와 형제 등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진솔함과 그런 여주인공의 진실성에 시청자가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산성’은 정치권에서도 관심이다. 지켜보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주변국의 대한반도 인식이나 북한 핵 ․ 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응을 정부-여당이나 야당의 동향을 연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 ․ 야 지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국력의 중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전쟁의 원인을 놓고는 당연히 시각차를 보였다. 여권은 병자호란의 원인으로 ‘외교적 노력 부족’을 지적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시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군주의 무능’에 초점을 맞췄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겨냥하며, 안보 무능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고 영화에 대한 소감을 올렸다.

 그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면서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전란의 참화를 겪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무능과 신하들의 명분론 때문”(페이스북)이라며 정부ㆍ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어찌됐건 ‘남한산성’이나 ‘황금빛 내 인생’이 영화 관람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무언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남한산성 아래 삼전도에서 인조임금이 청 태종에게 항복하고 이를 후대에 남기도록 비를 세우라는 청나라 강권에 제작(1639년)돼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 세워진 ‘대청황제공덕비(일명 삼전도비)’ 앞에서 비석 안내문을 유심히 살펴보는 시민들을 보면서 더욱 그랬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핵과 미사일 도발, 이에 따른 고강도의 대북 제재 및 압박, 미국의 대북한 군사적 옵션 강조 및 선제타격론, 거기에 더해 한미FTA 재협상 문제까지 일고 있다. 중국의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보복과 러시아와의 공조, 일본과의 위안부 역사왜곡 논란 등으로 대한민국은 영일이 없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이다.

 이런 시점인데도 정치권은 난형난제(難兄難弟)다.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난국을 헤치는 해법(解法)을 찾기 보다는 의원 뺏지가 먼저고 당이 먼저다. 나라를 위한다면서도 “존경하는 000 의원님”이 항상 우선이다. 단합된 의지의 안보 행보보다 역행하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김정은 독재집단을 적(敵)으로 보기보다 ‘함께하는 통일(적화)의 동반자’로 보는 세력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대의(大義)를 먼저 생각하는 최명길, 김상헌처럼, 내가 오빠 동생 최은석이 아니라 내 동생 서지수가 최은석이라 솔직하게 말하는 서지안처럼 진실을 담아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한 때다.

 ‘남한산성’과 ‘황금빛 내 인생’이 오늘 우리에게 비쳐주는 여명(黎明)이 아닐까.(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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