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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사이 ‘中立 외교’의 함정

중국은 아직도 탈북민을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북한에 무자비하게 되돌려 보내는 非인권 권위주의 국가다
Written by. 홍관희   입력 : 2017-11-14 오후 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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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 韓美 정상회담 이후, APEC(아태경제협력체) 베트남에서 열린 11·11 韓中 정상회담은 ‘中 주도의 일방적 회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된 원인은 중국의 노골적인 고압적 자세에 기인한다. 그 배경에는 시진핑 정권의 변치 않는 경직된 한반도 전략과 강대국 정치에 기반해 약소국을 낮게 보는 중국 특유의 高자세가 자리하고 있다.

 논란을 일으킨 10·31 韓中 합의와 굴욕적인 3不 표명 이후, 우리 정부는 이번 韓中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THAAD 문제를 재론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한국이 듣기 꺼려하는 THAAD 문제를 거론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우리 측에 요구했는데, 이는 3不에서 표명된 입장을 실천에 옮길 것을 확약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시진핑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상투적인 슬로건을 되풀이했으며, 심지어 “쌍중단(북핵 동결과 韓美훈련중단의 맞교환)” 방식을 재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차 당대회 이후 입지가 강화된 시진핑이 종래의 ‘북한 우위’ 한반도 전략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가 ‘인도·태평양’ 연합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지지하며 적극 참여하겠다”고 언급한 부분이다.(「조선일보」, 중국 외교부를 인용 보도, 2017.11.13.) 현 상황에서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세계전략을, ‘일대일로’는 중국의 팽창전략을 상징한다. 美中 패권경쟁 형세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

 한편 이보다 앞서 열린 美中 정상회담에서 북핵 이슈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성의 있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양측은 ‘UN 제재 이행’과 같은 형식적 합의에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차 당대회에서 밝힌 ‘新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통해 미국과의 ‘신형 국제관계’를 제시한 바, 그 핵심은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 신흥 강국인 중국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자는 것으로, 특히 아시아에서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친구되려 노력한다”며 “언젠가 그럴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호의적 수사를 던지고, 틸러슨 국무장관이 美北 대화 채널 2~3개 가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주목되는 새 변화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호전광 전쟁상인의 대결 행각”이라며 비방을 계속했고, 역사적으로 전례가 드문 3개 항모 전단이 한반도 해역에서 우리 군과 합동 훈련을 하는 순간에도 고체연료 엔진 실험을 실시했다.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장과 교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이 그동안 미국의 첨단 무력시위에 숨죽이고 있었으나, 조만간 다시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일련의 韓美·韓中·美中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기대한 것은 1차적으로 韓美 동맹과 韓美日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中러를 대북 제재 압박에 끌어들여 김정은의 북핵 개발을 차단하고,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독려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시나리오임엔 틀림없다. 2차적으로는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나 참수작전, 정보유입 등)를 통해 근본적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이 외에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시 한국의 참여 여부와 중국의 반응 등이 탐색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서울에서 열린 11·7 韓美 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론 혈맹을 강화하고 그동안의 신뢰위기를 극복한 듯 보였으나, 회담 기간 중 발생한 우리 측의 韓美日 3국 航母훈련 반대와 이어 나온 ‘인도·태평양’ 연합 불참 언급으로 오히려 양국 간 신뢰가 다시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WSJ가 문 대통령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친구(unreliable friend)”로 표현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韓美 동맹의 신뢰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패권 굴기에 대항하여 구축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연합에 한국이 참가하지 않고 도리어 중국의 일대일로에의 적극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제2의 애치슨 라인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는 지금 美中 패권 경쟁이 21세기 국제사회의 뉴노멀로서 점점 우리 안보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음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언론이 韓中 정상회담 이후 ‘THAAD 해빙→경제교류 복원’을 강조하나, 안보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언제라도 파열될 수 있는 표피적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에서 획기적 전환을 기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역풍이 찾아올 수 있다. 韓美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개발 제한 해제, 핵잠수함 및 최첨단 정찰자산 도입 등이 확정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남북한을 모두 아우르며 미국의 영향력을 한반도에서 축출하려 기도하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 앞에서, 美中을 등가(等價)로 놓는 中立 외교는 우리의 안보를 결정적으로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탈북민을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북한에 무자비하게 되돌려 보내는 非인권 권위주의 국가다. 지난 10월말에도 탈북민 5명이 중국 국경수비대에 체포돼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중국에 선의(善意)를 지나치게 기대·구걸함은 국격(國格)에 맞지 않고 나아가 동맹으로부터 신뢰 상실을 가속화시키는 ‘패착(敗着) 외교’임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은 ‘동맹’으로, 중국은 경제교류 중심의 ‘선린우호’ 파트너로 각각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konas)

홍관희 /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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