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전제조건없는 북한과의 대화' 발언을 부인했다.

 마이클 앤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매우 최근까지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명백하게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틸러슨 장관이 제안한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에 대해 백악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과의 첫 번째 대화는 전제 조건 없이 할 수 있다며 일단 만나서 원하는 바가 무엇이든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한 뒤 진전시킬 수 있는 로드맵을 설계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틸러슨의 발언이 전해진 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미국 국무부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 발언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선행돼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면서 현 대북정책이 과거의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외교라면서 ‘최대 압박’ 혹은 ‘평화적 압박’으로 불리는 캠페인을 매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화로운 한반도의 비핵화를 놓고 신뢰할만한 대화를 할 의지가 있을 때 국무부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이 마주 앉아 이와 같은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자신의 설명이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전제조건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국제규범을 따르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진전된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것에 흥미나 진지함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면서 국무부는 어느 시점엔 대화를 하고 싶지만 정책에 있어서 변화는 없다고 거듭 밝혔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북한과의 첫 번째 대화는 전제조건 없이 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분명히 했던 미국 정부의 과거 기조와 다른 것으로 대북 접근법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을 가져왔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해당 발언 직후 북한이 도중에 추가 무기 실험을 결심한다면 대화를 진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것이 대화를 위한 유일한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았었다.

 따라서 이날 노어트 대변인은 이 같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부각시키고 동시에 국무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비로소 대화에 나서겠다는 기존 원칙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konas)

코나스 이숙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