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과거 양국 간 이뤄졌던 합의들이 주목 받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VOA는 13일 미국과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대화에 나선 이래  ‘합의’와 ‘파기’를 반복해 온 내용을 보도했다.

 VOA는 먼저 지난 1994년 10월 21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해체할 것이며 전 세계는 안전해 질 것이라고 천명함으로써 이루어진  ‘제네바 합의’ 체결부터 설명했다.

 이 합의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핵사찰을 허용하면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연간 50만 톤의 중유를 공급하겠다는 약속 등이 담겨있다.

 로버트 갈루치 당시 국무부 북핵 특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된 협상은 아니지만 북한이 합의안에 명시된 대로 IAEA 사찰을 받는 등의 검증 단계를 거쳐 양국간 믿음을 쌓아 나가가길 희망했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미사일 실험에 나서고 특히 2002년 고농축우라늄 개발 의혹으로 ‘제네바 합의’를 무효로 만들었다.

 이후 나온 북핵 관련 조치는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 성명으로, 당시 6개국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또 북한의 핵 폐기뿐 아니라 NPT와 IAEA로의 복귀,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았지만, 합의 직후 북한과 거래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고, 북한은 다음해 10월 첫 핵실험을 강행했다.

 당시 9.19 공동 성명을 성사시킨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6일 VOA에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전제조건에 변함이 없는 만큼, 같은 조건을 담은 9.19 합의에 대한 북한의 현재 입장을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북한, 한국 등 6개국은 북한의 핵실험 위기를 돌파해 보기 위해 2007년, 또 다른 6자회담을 통한 2.13합의를 마련했다.

 이 합의는 북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 시설을 폐쇄하는 1단계를 시작으로 다음 단계에서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60일 안에 본격적인 핵 폐기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는 단계적 조치를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면 당사국들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골자였다.

 북한의 행동과 보상을 철저히 연계시켜 북한의 합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검증방법을 두고 당사국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검증 의정서 작성도 거부하면서 결국 같은 해 12월 6자회담은 중단됐다.

 당시 대화에 참여했던 조셉 디트라니 전 6차회담 차석대표는 8일 VOA에 과거 성명을 통해 어려운 일을 해 낸 만큼, 이제는 북한에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어떤 의미인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한 협상이 돼야 하며, 핵무기 제한 방법 등을 논의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2월에도 의미 있는 미-북 대화 결과물이 도출됐다.

 당시 중국 베이징에서 김계관 부상과 고위급회담을 열고 2.29 합의를 이끌어 낸 글렌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과 모든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 합의에는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농축활동을 임시 중단하고, 미국은 24만톤에 달하는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겠다는 새로운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북한이 합의 발표 2주만에 로켓발사 계획을 밝히고, 실제로 두 달 후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쏘아올리면서 합의는 물거품이 되었다.(konas)

코나스 이숙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