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소위 "평화재향군인회(가칭)"라는 불법단체의 사무실 개소식에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의원이 직접 참석하여 축사를 하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축하 화분을 보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코나스 22일자 기사 참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법률을 제정하고 그 법이 올바르게 집행되고 있는가를 감시·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며 정부각료는 실정법을 정당하게 집행하는 행정부서의 장이다.

 현행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은 1961년 5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발의하여 만장일치로 제정(법률 제617호)된 법률이다.  동법 2조 4항에는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향군인회를 설립할 수 없으며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평화재향군인회 설립추진위' 임시대표인 표명렬씨를 상대로 유사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국가보훈처에서는 '평군'설립이 현행법상으로 불법임을 평군측에 통보까지 한바 있다.

 이러한 와중에 법률을 입법하고 집행하는 국회의원과 정부 각료가 실정법을 무시하고 위법설립 추진 단체를 축하 격려한 행동은 과연 옳은 일인가? 또 같은 참여정부 각료인데도 보훈처장은 '불법'을 통보하고 복지부장관은 '축하'한다는 아이러니를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임종인 의원은 국민을 위한 장관 국회의원인지, 불법단체를 설립하려는 특정단체의 정부각료와 국회의원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설령 개인적으로 "평화재향군인회(가칭)"의 설립을 찬성한다 할지라도 이는 현행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한 후의 일이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이는 향후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 정치적 지지집단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952년 2월 1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창설한 이후 2년만인 1954년 1월, 당시 여당인 자유당은 기존 재향군인회가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자유당 지지 입장을 보이지 아니하자 '애국참전동지연맹'이라는 유사 재향군인 단체를 창설하여 자유당 선거운동에 적극 동원하는 정치단체로 키워 나갔다. 그 결과 국회의원 196석 중 과반이 훨씬 넘는 114석을 자유당이 차지하게 하는 공적(?)을 세우고 난 후 독재정권의 기반을 닦은 이기붕 의원을 회장으로 추대한바 있다.  이후 이 단체가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해 기존 향군에 대한 파괴공작을 노골화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김근태 장관과 임종인 의원의 행동은 혹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화재향군인회(가칭)'를 전위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불법단체 설립을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다는 말인가.

 헌법에 명시된 결사의 자유를 막을 권리는 어느 단체 어느 국민에게도 없다.  그러나 기존 단체의 명칭을 보호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의식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유사명칭 금지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당법 제43조, 상공회의소법 제52조, 군인공제회법 제6조, 한국마사회법 제22조, 국민체육진흥법 제27조, 소비자보호법 제30조 등 유사명칭을 금지하는 우리나라 법률은 향군법을 제외하고서도 20여개 법률이 있다.
 현행 향군법의 유사명칭 사용 금지조항을 위법으로 보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임종인 의원은 상기 예시된 법률도 함께 개정해야 형평성에 맞는다. 
 앞으로 임의원이 향군법에만 자의적인 잣대로 개정을 주장한다면 700만 향군회원과 국민적 저항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국 향군법(제8조)에도 '미국재향군인회(AL)'라는 명칭에 대해 "유일한 독점권(Sole and exclusive right)을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향군 역시 제대군인을 위한 어떤 단체 설립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정식명칭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나 약식명칭으로서의 '재향군인회' 또는 '향군' 등의 유사명칭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 '재향군인회'라는 명칭은 창립이후 53년간 사용해 온 역사성과 국민들의 인지도와 언론·기관·단체들의 지명도, 행정관련법규, 서류 등에 이미 고착화(고유명사화)된지 오래다. 만의 하나 또 다른 단체가 '재향군인회'라는 유사명칭을 사용한다면 관련서류를 수정하는데만 해도 수많은 행정비용 낭비와 국민인식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차제에 김근태 장관과 임종인 의원은 실정법을 무시해 가면서까지 불법 설립단체를 부추기고 국민분열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관련단체에 법 규정을 지키라고 올바르게 지도해야 할 것이다.  "법의 도리를 다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불편하겠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若而長利)"고 했다.  중국 법가 사상서인 '한비자'에 있는 말이다. 법 원칙을 지키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경구(驚句)다.

 김근태 장관과 임종인 의원은 정부의 각료로서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성해야 할 것이며 실정법을 무시한 행동에 대해 국민과 700만 향군회원에 대해 깊이 사죄해야 한다.(konas)

 권재찬(재향군인회 홍보실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