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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아차산에 부는 바람과 바람 속 나이테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2-20 조회 조회 : 20271 

 바람이 꽤나 세게 부는 날, 이렇게 바람이 세 진다는 건 겨우내 몸을 움츠리게 했던 동장군(冬將軍)께서 물러남을 선언하겠다는 얘기가 가까워짐을 알려주는 징조라 하지 않을까? 이 겨울엔 눈이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12월 들어 며칠 간 계속된 한파(寒波)로 아침 출근길이 온통 얼어붙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 며칠,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해서 어느 해보다 더 눈이 그리워지고 “웬만하면 교통이 두절되고 대란이 오더라도 눈이 왔으면 좋겠다”하는 철부지 생각이 더 가슴 언저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긴 강원도와 영동지방을 온통 새하얀 눈 세상으로 만들고 울릉도 나리분지가 풍덩 눈구덩이에 파묻히게 했던 게 엊그제 였으니, 그곳 분들에게는 눈총 받을지도 모를 지긋지긋한 눈발이었겠지만 여하튼 눈이 됐던 비가 됐건 겨울답지 못했던 2017년 겨울은 지구 온난화 기후가 더 빛을 발했을 수도 있다.

 

 일요일인 19일 아침, 모처럼 인근 아차산(287미터, 고구려 남진정책 위한 한강 경계 보루 설치)을 올랐다. 이른 시각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이 별반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은 연세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한참 들어 보이는 장년 분들이 주류였다. 어쩌다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도 보이지만 휴일 아침 등산길에 나선 이들 주류 인들을 보면서 ‘역시 노령화 사회가 빈말 아니구나’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어쩌랴! 나도 이 날 노령화 대열게 굳세게 합류하고 말았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차산 입구로부터 등산 코스를 조금은 다르게 바위능선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잡았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잔뜩 찌푸린 형세에 바람도 조금은 차게 불어 댔지만 그렇다고 그 차가움이 졸졸졸 흘러내리는 계곡 얼음장 아래 찬물에 비견은 아니었다. 겨울의 한기(寒氣)를 동반했다 기 보다는 어딘가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를 머금게 하는 봄바람이 그 안에서 꿈틀대어 보이는 것이다.

 

 일행과 더불어 40여분을 오르다 목을 축이고자 그럴싸한 곳에 앉아 한강 저 너머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일어선 롯데타워와 인근에 펼쳐진 높다란 빌딩숲에 마음을 모으다 일어서는데 ‘아뿔싸’ 허리가, 허리가............ 용마산까지 오르려던 애초 일정을 접었다.

허리부근을 한 손으로 부여잡은 채 아차산 정상까지만 올랐다. 여기저기서 막걸리 잔이 돌고 있었다. 우리라서 빠질 손가. 간단하게 준비해온 막걸리며 쏘세지에 마른 오징어, 과일을 펼쳐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운 뒤 다음 뒤풀이 행선지를 잡아 하산을 서두른다.

 

 내려오는 길, 아차산은 등산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의 행렬이 그칠 새가 없다. 이번에는 찾는 이의 역전이다. 나이든 사람보다는 젊은이들의 오름이 훨씬 많다. 새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산정에 봄꽃이 먼저 일렁이듯 일대 젊음의 향연이 펼쳐지는가 한다. 그것은 젊음의 향기고 건강이고 아름다움이었다.

 

 어느 사회나 ‘건강성’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앞서야 하는 요소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나 직장문화에 있어서나 국가체계에 있어서나 건강성은 그 자체를 살찌우게 하는 관건이 된다. 건강한 문화와 건강한 정신이 살아 꿈틀거릴 때 조직과 사회는 필요한 양분을 적시적절하게 공급하면서 언제나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일로 달려 나가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다. 세상이 시대가 조류의 흐름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라 해서 벽면에 고정된 것처럼 박제되거나 활력이 둔화돼 움직임이 멈춰버린  사회라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움직임과 제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짜맞춰 나가야 하고 그렇게 될 때 사회는 그 안에서 활기 넘친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그런 고령화 사회가 될 때 그 뒤를 이어 받치는 떠오르는 세대도 함께 융화하고 동력을 찾아 일으켜가는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아차산에서 풀내음 가득한 봄바람을 맡았듯이 머지않아 우리 곁으로 새봄의 향기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나이 드신 분을 무작정 밀어내는 뒷방 노인네 대하는 식이 아닌 한발 한발 조금씩 천천히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모시듯 이 계절 새봄 또한 온 듯 안 온 듯 그런 몸놀림으로 우리 곁으로 오게 될 것이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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