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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발, 우리 아이 좀 찾아주세요!”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4-07 조회 조회 : 13975 

 한 때 잘 나가던 신문기자(큰 아들)와 변호사 아들, 굴지기업 본부장 막내아들 등 3형제 식구를 비롯해 시집 간 딸이 이혼하고자 외국생활을 접고 돌아와 말썽을 일으키고 어머니와 누나가족, 거기에 사돈 할머니와 그 손녀까지 대 가족이 얽히고설킨 문제로 희비쌍곡선이 교차되는 중산층 가족이면서도 매우 특이한 가정사를 중심으로 매 주말 방영되는 드마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MBC-TV, 토-일 밤10:00).

 

 어느 날 편(篇)에 기자를 접고 사업에 나섰다가 폭삭 말아먹었지만 다시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치킨가게를 열어 그런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또 꾐에 빠져 “최고의 사업 아이템” 이라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대형 사고를 친다. 온 가족의 최후 보루이기도 한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얻고 그것도 모자라 사채까지 끌어 들였다가 사기를 당하고 만다. 결국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치고 집안이 먹구름에 쌓이자 집을 나와 노숙자 대열에 끼어든다.

 

 어느 날 한강 다리에 올라 한심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엄마’를 부르며 한강을 굽어보다 옆에 있는 ‘사랑의 전화’벨을 장난삼아 눌렀다가 혼비백산한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집으로 귀가하게 되고, 그래도 아들이기에 가족이기에 가슴 졸이며 아들을 찾아 나섰던 식구들을 안도케 한다.

 

 ‘경찰에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서는....’ 장면에서 드라마는 다소 웃음기를 동반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엄청난 사고(?)를 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손자며 아들, 남편이며 오빠, 아빠>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 거기다 물질(돈)이 다가 아니며 생명의 가치와 존귀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 화요일(4.4) 아침 출근길, 평소와 같이 애마(자전거 세븐-11호)로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려 잠실철교 남단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철교 자전거도로로 들어서는데 근처 ‘사랑의 전화’기가 설치돼 있는 곳에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두 사람이 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담배를 손에 들고, 여자는 초조한 모습으로 말없이 한강을 응시하는 중이었다.

 

 운동하는 차림도 아닌데 아침에 왜 여기 서서 한강을? 퍼뜩 ‘혹시’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들어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이내 애마에 올랐다. 그리고 오늘(4.7)아침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2층으로 오르는데, 전단지 한 장이 벽에 부착돼 있다. ‘사람을 찾습니다’ 하는 전단 내용은 단정한 교복에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나이 17세 소녀의 사진이었다.

집을 나간 날짜는 부부의 모습을 본 그 전날(4.3)이었고, 최종 확인된 게 저녁 18:30경 잠실철교 남단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리 난간에서 ‘사랑의 전화’기가 설치된 곳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실종 학생의 전단지가 부착돼 있었다. 며칠 전 담배를 피우며 한없이 한강을 응시하던 부부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질까 하는 마음이 철교를 달리는 내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한강다리를 자전거로 자주 달리다 보니 ‘사랑의 전화기’가 설치된 곳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내가 달리는 그 시간, 전화를 거는 사람도, 그 곁에서 얼씬거리는 그림자도 본 적 없다. 그러나 간혹 출퇴근길에 광진교 아래며 성수대교와 뚝섬유원지 사이에서 119 수난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가슴이 많이 착잡해진다.

 

 아주 오래 전, 우리 두 아이들이 아마 세 살 내지 여섯 살 정도일 무렵, 전방근무 중 모처럼 휴가를 얻어 가족과 고향을 가고자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시간을 기다리던 어느 순간 큰 아이가 사라졌다. 작은 아이를 꼼작 못하게 하고 아내와 같이 소리소리 아이 이름을 부르며 대합실을 뒤지다 본래 위치로 오니 작은 아이마저 행방불명이었다.

 

 온몸이 떨렸다. 다시 한 바퀴를 돌고 오자 맙소사 ‘하나님이 보우하사’였다. 두 아이가 그 자리에서 손을 꼭 잡고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눈물이 막 쏟아진다.

아내와 함께 왈칵 부둥켜안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해 진다.

 

 어른들은 요즘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친구들 간에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묻는 것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교우관계며, 선생님과의 관계는, 학업과 앞날에 대한 고민과 성취도는 어떤지 별 관심이 없다. 돈만주고 학교와 학원에 보내면 그게 다 잘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필자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보면 학창시절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왕따’는 존재한다. 타파해야 하는 게 어른이고 직장에서의 문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존귀한 게 무엇이겠는가? 땅바닥에서 잘 보이지도 않은 채 기어가는 작은 불개미에게도 살아있는 존재의 의미가 반드시 있다. 왜 굼벵이가 밟으면 꿈틀하는가? 살아있다는 생명체임을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내가 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아끼는 만큼 나와 함께 하는 상대방의 가치도 그만큼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함께하는 공동체의 삶이고 자세다.

 

 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두 부부의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다. 지금은 어찌 되었을지. 실종되었던 소녀가 두 사람의 품으로 돌아갔기를 바라고 싶다.

 

 봄이다. 만물이 소생한다. 어제보다 오늘 더 푸르러지는 주변을 본다. 모두에게 찬란한 새봄의 환희가 이어지기를 소원한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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