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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7월, 청산도 그 섬에서 우린 청춘을 캤다!(上)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8-10 조회 조회 : 11282 

  완도에서 뱃길로 50분. 캔 맥주 두 개면 ‘오케이’ 할 거리. 3층 뱃전에 올라 뱃머리로 쏜살같이 달려와 부딪치며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에 눈길을 주다보면 어느새 나도 저 푸른 바닷물에 몸을 담궈(!)하나로 일심동체 되고 싶어질 만큼의 짙고도 강한 충동에 젖게 하는 곳, 출렁이는 쪽빛 파도가 눈부시게 빛나는 청정남해 바다다.

 

 올 여름 난 그렇게 완도읍에서 뱃길 따라 19.2km 최남단   에 자리한 청정의 섬마을 청산도를 찾았다. 혼자가 아닌   셋, 아니 네 명의 건각(健脚)들이 하나로 합체했다.

 

 청산도

 

  한마디로 청량했다.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온 몸을 휘    감아오던 청정 바닷물. 낚시를 던지면 던지는 대로 빠른   입질로 반겨 맞으며 뱃전으로 튀어 오르던, 태고적 등허   리에 날카로운 갈기를 드리우며 초원을 박차던 스테고사   우르스 공룡을 닮은 붉은빛 펄떡이던 황금어족 솜팽이.

 

 거기에 방향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천길 낭떠러지의 기기묘묘한 해변 가 절경. 방파제 너머로 밀려갔다 어느새 쏜살같이 달려와 검은 몽돌위로 부딪치며 사르락 사르락 수줍게 걷는 여인네 치마폭 스치는 소리를 닮은 파도와 자갈밭의 입맞춤 소리. 

 

 누가 언제 이 길을 걸었을까? 밀림처럼 우거진 수풀들이 예사로이 들어옴을 반기지만은 않는 것 같은 짙은 수림. 섬이라 하기엔 심오할 정도로 높고도 깊은 산과 산의 잇 대임에 깊은 계곡. 그 깊은 계곡을 막아 지금은 비록 예전의 콸콸콸 흘러내리던 계곡수(溪谷水)가 자리를 감춰 아쉬움은 크다지만 올 여름 같은 대가뭄에도 주민들의 식수걱정은 아예 덜어버리게 한 풍족한 수량의 맑은 물 수원지. 거기에 볼거리, 먹거리, 얘깃거리에 쉼터가 무진장으로 널렸으니 그곳이 바로 청산도였다.

 

 여름이 짙어가던 7월28일 오전 우리들 서울살이 세 사람 - 김봉환, 이석희, 이현오 - 이 SRT에 몸을 싣고 호남선 경유지인 송정리역에 도착했다. 

 지난해 울릉도 탐방에 이어 두 번째 길이다. 광주에서 마중 나온 청산도 사나이 金한배 형과 합류한 합이 넷인 우리는 곧장 전라남도 완도를 향해 SUV로 달리기 시작했다.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찌는 듯한 삼복더위는 오   히려 청산도 행을 위한 별스런 전주곡이   었다. 

 

 네 사나이들의 2박3일 여정(旅程) 장보   기는 완도의 한 마트로부터. 구수한 고   향 사투리로 우리를 맞은 계산대 아주    머니는 “아저씨가 하도 잘생겨서 깎아줘  부요” 백원 한 닢이 부족하다는 필자의 눈웃음에 밝은 미소 함께 화끈하게 바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예감이 좋다. 여행 초입 기분 좋은 행보의 시작이다.

 

 ‘완도 - 청산도’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은 하루 7회. 1인 선편 7000원 남짓. 해풍(海風)에 머리칼을 날리며 가슴을 적시는 맥주로 하늘과 바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그림 같은 한 점 섬들을 두 눈에 담으며 청산아일랜드호는 기세를 올린다.

 

 그 날 저녁 진산리 ‘해뜨는 마을’ 金 선배 집에 여장을 풀기가 바쁘게 우리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청산의 낙조와 함께 시급한 것이 있다. 사생결단 식 달려드는 모기약이 처방이다. 섬 모기라서 더하는가? 아이들 손가락 반 마디 크기의 새까만 모기는 보기에도 전투적 돌격대 형으로 무시무시할 뿐만 아니라 밤이고 낮이고 가림 없이 손님 환영접대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 모두가 이구동성, “더 이상 헌혈은 없다” “제1의 급선무는 모기약 구입부터”. 벌써 김 선배의 통통한 장단지는 몇 군데가 벌겋게 달아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범 바위에 올라 서쪽 산마루에 걸쳐 한여름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의 낙조를 즐긴 우리는 곧장 장기미 해변으로 찾아 들었다. 영화촬영지는 ‘서편제’의 당리 마을만이 아닌 듯 했다. 장기미 해변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선남선녀들의 달콤한 사랑의 가교가 될 징검다리이자 한편의 무협영화를 찍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요새와도 같은 기암(奇岩) 절벽이었다. 거기에 물속 바위에는 나물로 무쳐 먹어도 그만인 해초류 ‘톳’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풍덩 물속으로 뛰어 든 내 손길 따라 한 보따리 요긴한 저녁 찬거리가 바로 준비 된다.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상. 바로 이 맛이리라. 사나이들만의 밤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옛날 시골집 한여름 밤의 재연이다. 바짝 마른 풀과 밭두렁에서 갓 베어낸 풀로 모깃불을 지피던 당시와는 달리 초저녁에 구입한 모기향불이 너울대고, 모깃불을 화로 삼아 맛깔스럽게 구워지던 고구마, 감자는 석쇠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삼겹살과 장어 숯불구이가 대신한다.

 

 그 뿐이랴,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졸린 눈 비벼가며 듣던 옛날 옛날 한 옛날이야기는 네 사나이들의 입담과 정담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어졌으니 7월 한여름 청산도의 술 익는 밤은 그렇게 추억의 한 장으로 줄달음쳐 가고 있었다.....(하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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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15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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