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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낮과 밤을 바꿔 본 우리 세영이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09-29 조회 조회 : 10517 

 요즘 우리 집은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북유럽 백야(白夜)도 흑야(黑夜)도 아닌 상태다. 이유는 확연하다. 손녀 세영이가 낮에는 새근새근 잘 놀고 자다가도 밤만 되면 칭얼대며 두 눈을 멀뚱하게 뜬 채 누군가의 품으로부터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안겨 놀기만 하면 그래도 다행이련데 얼굴이 새빨개지고 그 여린 양발로 가슴팍을 팍팍 걷어차면서 ‘응애응애’ 서럽게 울어대며 말 그대로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아닌 대읍(大泣)으로 하고 있음이다. 

 

 오늘(9.28, 역사적으로 유관순 열사 순국일이자 북한 공산치하로부터 서울이 수복된 날)로 생후 한 달하고도 3일째가 된다. 태어날 때부터 윤기가 자르르 할 정도로 새까만 머리숱에 보석같이 영롱할 정도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당차게 고갯짓을 하며 이러 저리 머리를 저을 때면 한없이 예쁘기만 한데, 울음이 길어져 약간의 쉰 듯한 허스키 목소리로 한껏 입을 벌리고 울어대는 모습을 대할 때면 귀염성과 더불어 애처러운 감정이 동시에 일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몸 전체에 힘이 더해지고 몸놀림 자체가 커짐을 금방 금방 느끼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얌전하게 밤에 잘 자더니만 4, 5일 전부터 밤과 낮이 바뀐 모양이다. 거실에서 자다가 설핏 잠이 깨면 안방과 거실을 오가며 아이를 안고 어르며 달래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번갈아 보게 된다. 첨엔 그런가 보다 했지만 벌써 그게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출근’이라는 변명을 핑계 삼아 애써 모른 척 했는데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계속 이렇게 밤과 낮이 바뀌어 갈 조짐이면 어떡하나 하는 기우가 커지기도 한다. 아기나 엄마나 밤에 자고 낮엔 놀고 쉬며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한참 오래 전 일이다. 지금은 벌써 아들이 군 제대를 하고 딸이 대학생인 1남1녀의 중년 아줌마가 된 큰 조카 이야기.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사랑스럽고 기쁘던지. 필자가 중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나면 안고 업고 동네를 마구 돌아다니곤 했다. 그런데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조카가 밤 12시만 되면 시간을 알기라도 하는 양 온 동네가 떠나게 울어대곤 했다. 아이를 돌보는 누나는 거의 매일 애기와 씨름하며 밤을 꼬박 새우는 게 거의 매일이었다. 해서 그 때가 생각나는 것이다. 지금 손녀 세영이가 그런 조카의 옛 전철을 답습하는 건 아닌가 하여 조금은 걱정과 염려가 뒤섞인다.

 

 어제 밤 처음으로 세영이를 안고 젖병을 물렸다. 처음엔 애기가 어찌 될까 겁도 나고 낯설고 어색하더니만 이젠 그 작은 체구에도 어딘가 당찬 구석이 있어 이젠 안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엔 기저귀까지 갈아 채웠다. 더 친숙해 진 것 같다. 더 가까워지는 할아버지-손녀관계로 발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웃음이 맴 돈다.

 

 내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이 은지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더니 애가 밤에 우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이유 중에 ‘우는 아이에게 자꾸 젖을 물리면 우유가 제대로 소화되지 못해 배안에 가스가 차고 그로 인해 배앓이를 하는 경우가 있어 자꾸 보채고 우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한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이가 울면 배가고파서 그러는 줄 알고 젖병부터 챙기지 않는가.

 

 그게 맞다면, 어른들의 잘못 아닌가. 그러면서도 아기가 운다고 계속해서 젖병을 물리거나 운다고 인상을 쓰고 혼내주는(?) 고약스런 언사를 행했다면 이 무슨 부끄러움이고 나쁜 할아버지란 말인가?

 

 오늘도 아침 일직 출근해 회사 상사분과 차 한 잔을 나누며 한 얘기가 세영이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 난 몇 가지를 배웠다. 필자가 모시는 상사는 심리학을 전공하신 분이고 특히 유아에서 성인 심리 상담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다. 하여 결혼한 딸에게도 많은 조언을 해 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책 한권을 소개 해 주신다. 그 책을 본인이 직접 사서 딸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0-1세 아기교육’(구보타기소, 북뱅크)이란 책이다.

 

 책 이야기와 더불어 아기들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표정으로, 행동으로 취하는 일련의 모습들이 무엇을 표방하는가에서 주변 환경을 아기에게 맞춰서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말 등을 해주었다. 들으면서 내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해야 했다. 지금 우리 집 안방은 최근에 LED 조명을 해서 밝기가 내가 봐도 눈이 부실 정도다. 그렇다면 ‘아기에겐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부터 번뜻 든다.

 

 아기에게 조명은 황색 조명이 가장 안온한 분위기를 부여한다고 한다. 침대 또한 애기 때부터 아기 침대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 주신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명색이 할아버지란 사람이 너무 애기 세영이에게 등한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은지와 상의해서 이번 주말에는 전등가게 가 황색 전등도 사야겠고 서점에 들러 책도 사야겠다.

 

내일부터는 무려 10일에 이른 길고 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사위도 일요일(10.1)에 올라온다고 한다. 애기가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잠깐 낮과 밤이 뒤바뀌었다면 제 아빠가 오기 전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밤이면 새근새근 자는 세영이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세영이 만세!!!(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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