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Home > 코나스마당 > 세상사는 이야기
제 목 친손녀와 외 손주
작성자 이현오 작성일 2017-11-15 조회 조회 : 9295 

 갑자기 방안이 떠들썩해진다. 휴대전화를 통해서다. 전화음성으로 봐선 광주(시댁)에서 딸에게 걸려온 전화가 분명하다. 딸(은지)아이의 음성이 밝아지고 환한 웃음 속에 ‘아버님’ 어쩌고저쩌고 하는 목소리엔 애교 작렬이다. 광주의 사돈 형님(어른)의 우렁찬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아버님 세영이는 지금 거실에서 아빠가 잠재우고 있어요. 요즘 밤에는 자주 깨고 잠투정이 심해요”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일요일(11.12) 저녁 식사가 끝나고 거실에서 손녀 세영이를 안고 어르는 중이었다.

 

전화 음성이 빵빵 터지며 거실까지 울리는 건 화상통화를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며, 손녀에게 “세영아, 광주에서 너네 할아버지 전화 왔네. 세영이가 보고 싶나 보다. 그렇지”하며 어딘가 맘에 들지 않아 불만이 있는 듯 인상을 구기며 양팔을 내젖는 세영이를 보며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은지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긴장한 듯한 목소리다.

 

“아버님, 그래서 지금 속상하셔서 약주 하시는 거예요? 그랬구나. 어떡해요?”하는 등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아니 무슨 일이지 갑자기?”하며 덩달아 나도 궁금해지는데, 잠시 뒤 “그래도 아버님,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요 세영이 아빠랑 어머님이랑 마음 푸시면서 즐겁게 조금만 드셔요. 아빠 바꿔 드릴게요” 하면서 전화기를 들고 거실로 나온다.

 

 조용히 “아버님”하며 전화기를 넘겨줌에 아이를 제 엄마에게 안겨 준 뒤 대화를 이어간다. 광주 사돈 내외분은 지금 손주 두 명을 동시에 보고 있다. 외 손주(도준)는 광주 집에서, 그리고 친손녀(장세영)는 서울 우리 집에서 크고 있다. 며느리(딸 ․ 은지)는 서울에서 아이를 낳아 산후조리원을 거쳐 100일이 되기까지 우리(딸) 집에서 조리를 하기로 돼 있고, 딸(사돈아가씨)은 광주에서 낳아 산후조리원과 친정에서 100일을 나고, 광주 시댁을 거쳐 서울로 오기로 사전 얘기가 되었기 에서다. 우리와는 사위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사전 교통정리(?)를 해서 그렇게 하는 중이다.

 

 사돈 내외분 입장에서 보면 서운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딸은 수시로 세영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광주 시댁 부모님들에게 전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진 등을 나에게도 가끔 보내주기 때문이다. 해서 나도 그 사진들을 보면서 커가는 손녀 세영이 모습에 혼자서 흐믓 해 할 때가 한 두 번 아니다. 그런 전차로 누군가에게 마구 보여주고 자랑도 하고 싶은데 혹여 그랬다가 ‘팔불출 할아버지’라 할까봐 못한 채 혼자서만 행복한 냉가슴(?)을 앓을 뿐이다.

 

 그런데 이 날 갑자기 사돈댁에 일대 비상이 걸렸다. 광주 사돈아가씨 시댁에서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당장 손주를 데리고 집(시댁)으로 들어오고 집에서 100일을 맞고 그 때가 지나면 서울(남편 직장)로 가라고 한 것이다. 친정에서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고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걸려온 전화는 어쩌면 모두에게 큰 비상, 바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을 터다.

 

 필자와 광주의 은지 시부모님과는 흔히들 얘기하는 ‘어려운 사돈지간’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양쪽 관계가 서로 나이가 비슷하고 간혹 만나면 주거니 받거니 권 커니 자 커니 하기에 이것저것 재지 않고 소통이 원활하다. 술한잔 한 경우에도 전화통화를 하며 아이들 얘기며, 세상사는 얘기도 수시로 하는 편이라 어떤 구애됨이 없다.

 

 해서 이 날도 사돈 내외분은 나와 전화를 하면서 “집에서 60여일 가까이 뒷바라지 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고개를 가눌 정도가 되면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날 지은(딸)한테 전화해서 ‘당장 애기 데려오라’고 하셨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 바람에 집에서는 비상 아닌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비상발령에 사돈아가씨 눈물바람도 컸을 것이다. 아기(도준)가 쓰던 목욕통이며, 침대며 옷에 기저귀 등을 서둘러 챙겨 차량에 빼곡히 싣고 사돈어른의 사돈댁에 데려다 주고 왔다고 했다. 사돈어른의 사위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돈이 직접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연세가 계신 분이라 그러리라 생각은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워서...”하며 “서운한 마음도 있고 이런 저런 일로 마음도 울적한데 지웅이(아들)가 술한잔 하자고 해서 지금 한 잔 하고 있습니다”하신다.

 

 지금쯤 그 마음이 어떠실까, 사돈도 사돈이시지만 사부인의 마음은 얼마나 서운하고 아프실까 하면서 이게 바로 딸과 아들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고 차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또한 내 마음을 조금은 흔들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내 사위가 듬직해지면서 한결 대견해지기도 한다. 사돈어른께서는 그래서 사부인, 아들(우리 사위)과 함께 외식을 나와 술한잔 하고 있는 중이라며 너털웃음을 담는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사돈, 걱정하지 마시고 세영이랑 재미있게 보내세요. 내 다음달 100일 때 올라 가겠습니다. 그 때 우리 술한잔 하십시다. 그리고 세영이는 100일 지나서 내년 1월에 광주로 오면 되지요”한다. 전화기를 넘겨받은 사부인께서도 많이 서운하셨을 텐데도 애써 덮으며 “어차피 저희 집으로 가야하니까 갈 사람은 가야죠. 또 조금 있으면 여기는 진짜 우리 손녀 세영이가 오는데요” 하신다.

 

 그 말씀에 얼핏 몇 년 전 돌아가신 내 어머니 생각이 뭉클 솟아 오른다.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마음, 자식을 아끼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세영이가 다시 심통(?)을 부리려는 듯 온 인상을 쓰며 금방이라도 울 태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영이에게 한마디 한다. “세영아, 너 그렇게 인상 막 쓰고 잠도 밤에 잘 안자고 떼쓰고 그러면 광주 할아버지 할머니가 당장 너 광주로 내려오라고 하신다. 그러니 얌전하게 있어. 할아버지한테 잘해, 알았지”한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은지가 피식 웃으며 세영일 안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그 날 저녁 한바탕 집안의 손주 손녀 애기들을 두고 일어난 소동의 한 단락이다. 요즘 세영이로 인해 우리 집도 작은 비상, 소동이 일고 있다. 제가 조금 더 컸다고 뻗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밤늦게 잠을 깨 법석을 하는 통에 우리도 비상이다. 잠이 깸과 동시에 득달같이 안방으로 달려가 달래기에 여간이 아니다. 우리 집 완전 최고의 상전(上典)이다.

 

 말 그대로 최고의 상전 장세영. 엊그제는 집에 온 저희 이모(은경)로부터 회장님 칭호까지 하나 더 얻었다. 아무리 웃겨도 겨우 웃을까 말까 재고 있어서 ‘회장님’ 칭호를 붙인 것이다. ‘까니네’도 좋고, ‘세영이는 우리 집의 귀여운 생명체’도, ‘회장님’도 다 좋다.

 

 그 상전이 계셔 늘 깨어 있는 집안, 제대로 사람이 살고 있는 분위기. 그래서 아이들은 세상의 천사요, 사회의 큰 희망이며, 그래서 세영이는 서울과 광주의 더 큰 행복의 메신저로 등극한 것이다. 세상 모든 아기 천사들의 꿈과 건강을 기원한다.

 

 그 날 밤 광주 사돈 내외분의 화상 통화는 그 이후에도 밤 늦게까지 자주 이어지고 그 때마다 세영이를 사이에 두고 웃음보따리가 계속 풀어지고 있었다.(금당)

 

금당 이현오 / 수필가.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 

 


  다음글        가을, 이 계절에 가을을 남기고
리스트
100자 의견쓰기
이름 : 비밀번호 : 768719 : 좌측의 숫자를 입력하세요.
댓글등록
    2017.12.15 금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북한 김정은의 친필 명령서
얼마 전에JTBC 회장직을 그만 두신 분이'북한이 .. 
네티즌칼럼 더보기
문대통령 중국국빈방문, ..
문대통령 중국국빈방문, 망신 굴욕외교 국민은 부끄..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엄마와 할머니는 콘서트, 할..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