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력 미약했던 북한에 'NLL은 유용한 선'"
국방부, NLL(북방한계선)에 관한 입장 발표
동아일보는 3일자 기사에서, 정부 당국자가 남북관계를 지금 보다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 '국가보안법 철폐',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등 지금까지 금기시 되어온 민감한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핵심 당국자의 말을 인용 "6·15공동선언 틀 내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은 한계상황에 이른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군사적 분야인 경제협력과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분야,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 추진돼온 남북관계의 발전이 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추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NLL 재획정이나 국보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 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가 북측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NLL문제는 6·25전쟁 휴전 이후 50여년간 남북을 가르는 '국경선' 기능을 해왔기 때문에 '양보해서는 안 될 선'으로 국민 의식 속에 각인돼 있어 재논의가 가시화 된다면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같은 보도가 나온 날 국방부가 '북방한계선에 관한 국방부의 입장'을 홈페이지에 발표해 주목된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정부 핵심 당국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방부의 갑작스런 입장 발표가 보도 날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자와 국방부 간에 NLL 재획정에 관한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정책기획관실' 이름으로 낸 입장문에서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이 협상한 NLL 획정 과정을 설명하고, 해상경계선에 관한 규정이 정전협정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정전협정 제2조 13항 ㄴ목>에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도서 중에서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도서군들을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 통제 하에 남겨두는 것을 제외한 모든 도서는 조선인민군총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 통제 하에 둔다"고 돼 있다.
해상경계선에 관한 규정이 없이 이같이 서해 도서 관할권만을 명문화한 것은, 유엔군 측이 당시의 국제적 영해 관행에 따라 경계선을 육지로부터 3해리를 주장한 반면, 해상봉쇄를 우려한 공산군 측은 12해리를 끝까지 주장해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다.
당시 황해도뿐만 아니라 북한 전체의 해역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던 유엔군 측은 38도선 이북의 주요 도서로부터 철수함은 물론 38도선 이남 해역에서도 전략도서인 서해 5도를 제외하고 황해도 육지와 근접한 도서 통제권을 북한에게 양보했다.
그러나 당시 해군력이 극히 미미하던 북한은 연해수역에 대해 완전한 통제능력이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상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군의 북방한계 통제선으로 현재의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한 것이다.
NLL이 비록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됐지만 남북 군사력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고 이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선이었기 때문에 당시 해군력이 약했던 북한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선이었고, 이러한 이유로 북한이 그동안 NLL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이제와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킨다며, 군사적 신뢰구축을 이유로 NLL 재획정을 논의 한다는 것은 결국 국경선을 양보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받아드릴 수 없다는 점에서 <코나스>는 국방부의 입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면서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NLL의 무력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도권의 안전을 결정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으며, 서해바다가 위험해 지는 경우 인천공항, 경기도, 서울 등은 직접적 안보 위협 아래 놓일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군사적 신뢰구축이 아니라 우리의 안보를 통채로 북한에 맡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 당국자가 진정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을 원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바란다면, 북한이 남한 공격용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일부터 먼저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국방부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이다.
해군력 미약했던 北에 'NLL은 유용한 선'
- 북방한계선에 관한 국방부의 입장-

가. 정전협상시 해상경계선 미설정은 북한의 책임
정전협정 체결 당시에 해상경계선이 설정되지 못한 것은 북한의 요구 때문이었다. 1951년 12월부터 52년 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전개된 연해수역(coastal waters)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엔군 측은 당시의 국제적 영해 관행에 따라 3해리를 주장했고, 유엔군 측에 의한 해상봉쇄를 우려한 공산군 측은 12해리를 주장했다.
유엔군 측은 해상봉쇄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15항)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으나, 공산군 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관련 조항의 전면 삭제를 요구했고 유엔군 측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결국 해상경계선에 관한 규정이 정전협정(13항 ㄴ목)에 포함되지 못한 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합의했다.
(정전협정 제2조 13항 ㄴ목)
본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후 10일 이내에 상대방의 후방과 ‘연해도서 및 해면’(the coastal islands and waters)으로부터 그들의 모든 군사 역량, 보급물자·장비를 철거한다. (중략) 상기한 ‘연해도서’라는 표현은 본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할 때에 비록 일방이 점령하고 있더라도 50년 6월 24일에 상대방이 통제하고 있던 도서를 말하는 것이다.
단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도서 중에서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도서군들을 국제연합 군총사령관의 군사 통제 하에 남겨 두는 것을 제외한 모든 도서는 조선인민군총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 통제 하에 둔다. (후략)
나. 북방한계선은 북한에 유익한 선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이의 불제기
정전협정 협상 과정에서 공산군 측은 유엔군 측으로부터 38도선 이남의 황해도 인접 도서군의 통제권을 얻었다. 당시 황해도뿐만 아니라 북한 전체의 해역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던 유엔군 측은 38도선 이북의 주요 도서로부터 철수함은 물론 38도선 이남 해역에서도 전략도서인 서해 5도를 제외하고 황해도 육지와 근접한 도서 통제권을 북한에게 양보했다.
당시 해군력이 극히 미미하던 북한은 연해수역에 대해 완전한 통제를 할 수 없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제13항과 15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상호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군의 북방한계 통제선으로 현재의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했던 것이다.
북방한계선은 비록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됐지만 남북 군사력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고 이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선이었기 때문에 당시 해군력이 미미하던 북한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선이었다. 북한으로서는 NLL이 울타리의 역할을 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유엔군의 간접 보호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것이 북방한계선이 설정되고 난 후 20년간, 즉 73년 소위 ‘서해사태’가 있기 전까지 북한이 북방한계선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라 할 수 있다.
다. 북한은 북방한계선의 존재를 인지·인정
또 북한은 북방한계선이 북한에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NLL이 설정된 이후 북한 측이 행동한 정황자료들을 두고 판단해 볼 때 어떤 방법으로든지 직간접적으로 북한 측에 통보됐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NLL을 인지하고 인정했다는 단적인 증거는 59년 11월 30일에 발간된 ‘조선중앙년감’(국내편)에서 북한 스스로가 현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외에도 NLL을 인지·인정(준수)한 사례들은 많이 있다. <정책기획관실>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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