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錄]서해북방한계선(NLL)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이 글은 필자가 지난 6월 4일 코나스에 실었던 칼럼입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선정과 관련하여 NLL문제가 뜨거운 잇슈로 부각함에 따라 NLL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한번 원문을 그대로 싣습니다.<편집자>
정부는 지난 달 31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오는 8일 판문점에서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7월에 예정된 제6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위한 회담의제 사전조율 성격이다. 회담의제는 제5차 장성급 군사회담(5.8~11)의 공동보도문에 명시된 합의사항을 실제 이행하는 문제에 국한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남북 양측은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 북측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운항, 임진강 수해방지,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 협력사업의 군사적 보장대책 등을 협의키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3차 장성급 군사회담부터 계속 주장해오던 ‘서해 NLL 재설정’문제를 이번 실무회담에서도 또다시 제기할 것이다. 이유는 공동어로수역과 해주항 직항운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NLL을 기준으로 해서 양측으로 일정범위 어로수역을 설정하여 양측어선이 공동으로 조업하자는 것과 북한상선이 연평도 서방의 NLL을 가로질러 북한의 해주항에 자유롭게 입·출항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남북간 신뢰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보기에는 간단한 것 같으나 NLL과 연관된 의제는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려있는 어마어마한 문제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은 현재의 NLL 실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북한은 별도로 그들에게 유리한 해상군사경계선을 다시 설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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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해상 NLL은 실질적인 남북한 해상군사경계선으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1953년 한국전 종전 직후 유엔군사령부에서 설정한 NLL은 분명한 해상군사경계선이다. 남북기본합의서(1991.12.13)에도 그렇게 명기하고 있다. 제5조 규정과 동 제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NLL인정문제는 기 합의된 사항이다.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은 바로 지금의 해상NLL을 말한다.
그런데 북한은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을 도발하기 직전부터 서해NLL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00년 3월에 우리의 서북도서(西北島嶼) 주위에 ‘서해 5개 섬 통항구역’을 일방적으로 획정(劃定)하고 선포했다. 그들은 기존의 NLL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우도에서 서남쪽 방향으로 해상경계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백령도서군과 연평도서군은 그들의 영해 내에 있는 도서라고 우긴다. 우리선박이 항해할 수 있도록 항로를 만들어 이를 그들이 허가한다는 억지주장도 했다. 정부는 즉각 이를 받아드릴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서해 NLL을 사수하지 못하면 먼저 우리의 서북도서 주변해역이 북한에게 넘어가고, 이어서 서북도서가 북한해군·공군에 의해 봉쇄된다. 그러면 우리는 수도권 서측해역에 대한 해상통제권을 상실하게 되어 수도권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결국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에게 수도권을 손쉽게 넘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NLL과 이남 해역은 한국의 국가생존이 걸린 핵심방어구역(CDZ: Critical Defense Zone)인 것이다.
왜 한국전쟁이후 북한의 집요한 NLL무력화에 우리가 목숨을 걸고 대응해왔는지가 바로 그 답이다. 그 동안 이를 위해 수많은 국군장병이 목숨을 바쳤고, 1960년대 납치된 함정과 장병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휴전 이후 북한의 NLL도발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우리가 북측에게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NLL재설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의한 것은 아주 위험한 판단이다. 그들에게 NLL도 협상의제가 될 수 있다는 빌미를 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제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둘째, 서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면 남북간 해상충돌이 잦아진다.
NLL근해는 대치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남북어선이 그동안 어로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족자원이 비교적 풍부하다. 공동어로를 할 경우 상호이익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NLL근해에서 불법조업을 자행하고 있는 중국어선을 퇴치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북한어선은 우리와 달리 모두 군(軍) 및 정부소속 어선이다. 개인과 민간기업에서 어선을 운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무장어선이다. 오래 전부터 정부어선에도 군인이 승선하고 소총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어선은 개인 (민간기업) 소유이고 비무장이다.
만약 양측어선이 같은 수역에서 조업할 경우 서로 혼재되어 어로작업을 하게 된다. 어망을 조류의 방향에 맞게 설치해야 고기를 쉽게 많이 잡을 수가 있다. 그리고 어군(魚群)이 있는 곳에 어선이 몰리게 된다. 자연히 어망이 서로 엉키고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다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로인해 서로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어선 싸움이 확대되어 경비함정 간 해상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남북어선이 별도의 수역에서 조업할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어선은 어군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한다. 자연히 조업구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어선은 GPS항해장비가 거의 없다. 심지어 나침반도 변변치 않다. 수시로 안개가 몰려와서 시계가 불량해진다. 어선이 자기 위치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어선의 이동에 따라 북한 경비함정의 조업구역 이탈도 잦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상에서 조업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30~40척의 우리어선(항해장비 우수)이 출어하는 작은 규모의 연평어장을 통제하는 데도 많은 통제선박(해군함정, 해경정, 어로지도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선의 잦은 조업구역 이탈 등으로 인한 경비함정의 척수가 증가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추가될 수가 있다. 이를 상호 통제하는 과정에서 남북 경비함정 간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이 남북한 경비함정과 어선이 상호 멀리 떨어진 경우와 다르게 분쟁의 소지만 많아진다. 우리의 제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셋째, 북한상선이 NLL을 가로 질러 해주항으로 직항하는 것은 안보상 큰 위해가 된다.
북한상선은 모두 정부선박이다. 민간기업이 없다. 승조원이 모두 국가공무원이다. 그래서 첩보수집이나 간첩행위를 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선박들이 우리의 핵심방어구역(CDZ)을 통과하여 해주항에 입·출항한다는 것이다.
과거 두 차례의 해상교전에서와 같이 평시(平時)에도 이 해역에서 해상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 북한상선이 이 해역을 통과하면서 한국 경비함정의 동태와 사진정보·전자정보를 자연스럽게 수집하게 된다. 항로인근의 서북도서에 대한 정탐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시(戰時)에 NLL근해는 해상전투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해역이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해상작전에 대한 해양환경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을 상선이 통과하면서 손쉽게 수집하는 것이다. 수상함·잠수함·기뢰전 작전에 필수적인 수심·해저지질·수온분포 등을 수집하게 된다.
평시에 이와 같은 값진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정을 은밀히 투입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위험한 작전을 안 해도 되는 큰 이득이 된다. 그리고 전쟁도발 상당한 시일 전에 합법적으로 북한상선을 이용해 우리 측 수역에 공격기뢰(攻擊機雷)를 은밀히 부설할 수도 있다.
그리고 평시에 불법행위를 하는 북한상선을 현실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다. 2001년 6월 북한상선(2만 톤급)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서해 NLL을 횡단하여 해주항으로 입항한 적이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때 항로를 차단하던 우리 경비함정(1,000톤급)을 북한상선이 충돌하여 함정의 함수(艦首)가 일부 파손되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해주 직항로는 우리 측에 전혀 이득이 없으며 적(敵)에게만 유리하다.
앞으로 진행될 회담에서의 북한의 전술을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가 있다.
북한은 6월8일 실무회담과 7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NLL재설정’ 문제를 처음에는 의제화할 것을 요구하다가 우리 측의 제의대로 남북 국방장관회담 의제로 채택하는데 합의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국방장관회담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연계하는 조건으로 합의해 주면서 대신에 우리에게 ‘NLL 재설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또한 우리 측에서 제의한 ‘공동어로수역 설정, 임진강 수해방지, 한강하구 골재채취’를 북측이 합의해 주는 대신에 ‘북한상선의 해주항 직항운항’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이것이 안 되면 경의선·동해선 일부구간(개성공단, 금강산 까지) 운행허가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NLL재설정과 해주항 직항운항’을 끈질기게 요구해올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진강 수해방지와 한강하구 골재채취’를 제외한 일체의 의제를 합의해 주어서는 안 된다. 명백한 남북한 해상군사경계선이고 우리의 영토인 NLL을 협상의제로 삼고 적(敵)에게 파는 행위는 반역행위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현명한 성찰과 대비가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konas)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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