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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

Written by. 윤상호   입력 : 2007-09-07 오전 10: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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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방위산업이 바야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1970년대 자주국방의 구호 아래 소총과 탄약 생산으로 시작한 방산업계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명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것이다.

 8월 초 국내 기술로 개발된 KT-1기본훈련기의 터키 수출이 성사된 것은 국내 항공산업의 쾌거로 불릴만하다. 터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KT-1 기본훈련기 55대, 금액으론 5억 달러(약 4600억 원)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중형 승용차(대당 2000만원 기준) 23,000대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 같은 수출 금액은 국내 방산업계 사상 두 번째 규모이고 항공기 수출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전통적 군사강국인 터키는 까다로운 무기 도입절차로 유명하다. 특정 무기체계의 도입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해외업체들에게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제시해 진을 빼놓는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미국산 항공무기체계를 사용해 온 터키는 한국의 KT-1 기본훈련기를 미국의 T-6 및 브라질의 Emb-314를 제치고 선정했다.

 국내 항공기술의 우수성이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입증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KAI는 이번 계약이 멕시코, 과테말라를 비롯한 남미와 동남아 다른 국가들과 진행 중인 KT-1 기본훈련기와 이 기종을 개량한 경공격기에 대한 수출 상담이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KAI 뿐만 아니라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자원부, 공군 등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돼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다.

 이에 앞서  6월에도 또 하나의 경사가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로템 등이 12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 차기 전차(XK2)가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방식으로 터키에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수출 규모는 수백 대로 알려져 있다.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위한 절차가 남아있지만, 국산 전차의 수출은 최초인데다 아직 양산도 되지 않은 차기 전차의 대량 판매가 성사되자 업계는 국내 기술력의 승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차기 전차가 터키 수주전에서 '세계 최고의 전차 명가'(名家)인 독일의 레오파드 전차 최신형을 꺾었다는 사실에 세계 방산업계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차기 전차는 기동력과 화력, 생존성 등에서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끌레르, 일본의 90식 전차 등 선진국의 주력 전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에 개발된 기계식 전차와 달리 컴퓨터 정보기술(IT)을 극대화해 사격명중률과 방호력이 비약적으로 개선된 '디지털 전차'라는 점도 앞으로 세계 전차시장에서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흑표'(黑豹)란 별칭을 가진 차기 전차는 대당 가격이 83억원으로 내년 말까지 육군의 시험평가와 2년의 양산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부터 실전 배치될 계획이다.

 그간의 투자와 노력들이 하나둘씩 큰 결실을 맺자 세계 방산업계는 최근 한국 방산업계의 도약을 경이롭게 지켜보고 있다.

 7월 초 미국의 군사전문지인 '디펜스 뉴스'는 한국정부가 무기 및 군사용 장비의 수출을 늘리려는 노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3,4년 후 수출규모가 지금의 4배인 1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펜스뉴스는 또 KAI(79위)와 로템(93위) 등 한국 방산업체 2곳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제2, 제3의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주자는 국산 첫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올해 국내외 방산업계의 이목은 T-50 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이 성사될지에 쏠려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세계 시장을 겨냥해 공동 개발한 T-50은 현재 영국, 이탈리아의 기종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UAE는 이달부터 현지 시험 평가를 실시해 연말 최종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T-50의 UAE수출이 성사되면 한국 방산은 말 그대로 신기원을 맞게 된다. T-50의 대당 가격은 약 230억원으로 중형 승용차(대당 2000만원) 1150대와 맞먹는 금액이다. UAE는 공군훈련기로 50∼60여 대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T-50 이 선정되면 수출 금액은 최대 1조 3000억원에 달해 방산 업계의 최고 수출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T-50을 차기 고등훈련기로 검토하고 있는 미국이나 그리스 등에 수출하기 위한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KAI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T-50의 세일즈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각종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 등 첨단항공기술이 결집된 T-50은 현존 고등훈련기 중 최고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기종들이 구세대인 반면 T-50은 애초부터 F-22, F-35 등 첨단 스텔스 전투기와 유로파이터 등 차세대전투기의 조종 훈련용으로 개발됐다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 25년내 전 세계 공군의 고등훈련기 소요는 약 2500대로 예상되는데 KAI는 T-50의 점유율을 최대 30%(약 1000대)로 잡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를 도약시킬 또 하나의 첨병을 T-50 외에 209급 잠수함(1200t급)이 꼽힌다. 국내 방산업계는 1990년 초부터 독일업체와 기술 제휴로 209급 잠수함 9척에 이어 최근 214급 잠수함(1800t)까지 건조하면서 축적한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 수출국'의 꿈을 겨냥하고 있다.

 그 첫 목표는 2024년까지 한국과 러시아, 중국을 대상으로 12척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섬나라로 전통적인 해군 강국인 인도네시아는 미래 국방력의 핵심을 잠수함 전력강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초 당시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잠수함 세일즈에 나서는 등 군 당국과 업계가 전력투구하고 있다.

 잠수함의 수출이 성사되면 그 경제적 효과는 다른 무기체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209급 잠수함의 척당 가격은 3억 5000만∼4억 달러로 중형승용차 2500대의 수출과 맞먹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해군의 209급 잠수함 성능 개량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례가 있어 '잠수함 수출국'의 꿈은 충분히 실현가능할 것을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 밖의 기대주들도 많다. 최근 개발 완료행사를 갖고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차기 전투보병장갑차(K-21)도 세계 정상급 성능을 보유해 세계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말부터 910억원을 투입해 개발된 차기 장갑차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장갑차보다 기동력과 수상 도하능력이 월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40㎜ 기관포와 대전차 유도탄을 탑재해 적전차와 헬기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의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인 K-9 자주포도 2001년 터키 수출을 계기로 호주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PzH 자주포에 비해 저렴하면서 대등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K-9 자주포에 탄약을 자동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형 탄약운반 장갑차인 K-10과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150㎞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파괴할 수 있는 함대함(艦對艦) 미사일인 해성(海星)과 미국의 스팅어나 프랑스의 미스트랄보다 가볍고 명중률이 높은 휴대용 대공유도무기인 신궁(神弓)도 앞으로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방산업체는 미 록히드마틴(361억 달러), 그 뒤를 미 보잉(292억달러)이 차지했다. 한국 방산업계가 본격적인 도약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방산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린아로 성장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konas)

 윤상호(동아일보 기자)

 ** 이 글의 출처는 육·해·공·해병대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星友會)가 발행하는 월간지 '自由' 9월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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