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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사태와 한국의 가치외교

중국과의 관계 중시하되 티베트의 인권과 독립 외면해서는 안돼

Written by. 이면우   입력 : 2008-04-21 오전 8: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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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0일에 다시 불붙은 티베트의 독립운동 움직임이 때론 격화되고 때론 소강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에 있어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시위진압과 봉쇄령 등으로 인해 수 천 명이 검거되고 수 백 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태의 이러한 진전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미국 의회에는 대통령 및 관리의 올림픽 참석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한국 내에서도 종교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중국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선진화’를 주장하고 ‘가치’외교를 내세우는 현 한국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정부의 조심스런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장하는 ‘선진화’와 ‘가치’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이 타당한지 되새기게 만드는 대목이다.

  정부가 티베트사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려는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티베트사태가 중국의 국내정치문제라는 생각이다. 둘째, 한국의 경제에 있어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 및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함부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셋째, 그런 입장 표명이 불필요한 오해를, 예를 들어 조선족의 독립 움직임이나 만주에 대해 한국의 야욕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로 주장되는 한 공간적인 차원에서 이번 사태가 중국의 국내정치문제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진압이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문제는 유엔의 선언에서도 나타나듯이 냉전 붕괴 이후 확산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세계화 속에서 국가주권을 초월하는, 따라서 국내정치문제로 국한되지 않는 모든 인류의 관여사항이다. 둘째는 지난 수 십 년간의 움직임에서 나타나듯이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보기에 티베트인들의 독립의식은 강하다는 점이다. 독립의식이야말로 독립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기본조건이라는 점은 일제의 침탈을 경험한 한국으로서도 잘 아는 일 아닌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이룩한 경제적 성공은 머지않아 미국을 능가하리라는 조심스런 예측에서 그 정도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이러한 성장에 따른 부수효과를 기대하는 낙관론 또는 환상이 팽배해 있다. 동북공정의 추진으로 그 환상이 다소 벗겨진 감이 있지만, 미-중 균형론이 제시되는 것을 보면 거대한 중국에 대한 경외감과 기대가 매우 크다. 그러나 경제대국 중국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거대해진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중국경제는 그 값싼 노동력이나 구매력이 매력이긴 하지만, 바로 그러한 측면 때문에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예속시킬 경쟁자요 파괴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안보의 측면에서도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의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이번의 티베트사태에서 보듯이 보호하기보다는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9세기 말의 경험은 대외관계에 있어서 중국의 정체 또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쳐준다. 앞선 군사력과 정신력으로 진출하는 서구열강 앞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구태(舊態)의 중국에 연연한 한국은 개혁의 기회를 잃고 기중종구(棄中從歐)의 일제에 식민지배를 당해야 하는 치욕에 빠졌다. 21세기에 접어든 현재는 지리적 국경의 의미와 중요성이 많이 퇴색된, 국경을 초월하여 개인과 세계 각 지역이 서로 소통하는 지구화의 시기이다. 인권이 중요시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데, 티베트지역을 고집하는 중국은 정치체제적인 이유 등이 있겠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또 한 번 뒤처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역민의 지지나 동의가 없는, 즉 민주에 기초하지 않는 영토는 오히려 독이 됨을 모른다는 측면에서는 전근대적이기까지 하다.

  제국주의의 폐해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영토에 천착하는 중국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경험 때문에 독립의식이 강한 티베트주민을 외면할 수 없다. 현 정부의 가치외교가 단순히 미국이나 일본의 현행 입장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역사와 지역역학, 그리고 시대적 흐름을 고려한 것이라면 더 더욱 외면할 수 없다. 영토문제는 물론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리고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강대하고도 조심스런 인접국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점만을 고려하면 대중정책이나 외교 전반에 있어서 한국이 취할 정책옵션은 많지 않다. 신생의 현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티베트의 인권과 독립요구를 전달하고 그것이 결코 중국에 해가 되지 않을 것임을 설득할 수 있는 강건한 가치외교를 추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konas)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http://www.sejong.org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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