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맞는 北核협상·南北관계
한반도 문제 환상은 금물, 북한실체와 변화무쌍한 국제정치 국민에게 계도해야
그러나 대북 현안의 핵심인 북핵 협상은 지난 해 2월 합의한 핵신고 이행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지리멸렬해진 가운데, 며칠 전 북한-시리아 핵확산의 적나라한 실상이 백악관에 의해 공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美 의회가 부시행정부에 보다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주문하면서 미국 내에 또 다시 對北 ‘강온(强穩)’ 정책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북한은 李명박 대통령이 韓美정상회담 직전 워싱턴에서 제의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막말을 사용하며 거부하고 나서 그들의 대남전략 실체를 또 다시 드러내고 있다. 新 정부 출범 이후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北核협상과 南北관계를 점검해 본다.
1. 변치 않는 북한의 ‘核개발·核확산’ 의지
지난 2007년 2월 미·북 간 이뤄진 핵합의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경제 및 외교적인 ‘양보’를 하기로 동의한 바 있다. 이후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美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는 이 합의를 이행시키기 위한 단계적 조치들을 북한과 협상해 왔으나, 주지하다시피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의무 이행 시한을 4개월이나 넘기면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핵협상은 ‘지리멸렬’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개발과 핵확산에 관한 북한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이 시리아의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 건설에 협력한 사실이 비디오와 사진 등을 통해 생생하게 공개된 것이다. 美 백악관과 국무부는 관련 자료를 이용 언론과 의회에 브리핑하면서, 2007년 9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원자로는 공습 직전 이미 가동 몇개월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동시에, 시리아의 핵 시설은 민간 원자력 발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 실제 목적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이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 놀라운 것은 영변 핵시설을 감독하는 핵전문가이면서 북한측 6자회담 대표인 정태양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문화일보, 4.25 보도: Washingtontimes는 Chon Chibu<전지부>라는 이름으로 4.26 보도)이 시리아의 원자력위원장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北-시리아 핵 커넥션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목받아 온 북한의 핵확산 의혹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2. 혼선 중인 美의 對北 핵정책
이번 사건은 핵개발·핵확산에 관한 북한의 의도뿐만 아니라,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부시행정부의 능력에 대해서도 심각한 회의(懷疑)를 갖게 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4·8 싱가포르 미·북 합의에서 북한이 ‘UEP(우라늄 농축프로그램)-시리아 核이전’ 문제에 대해 ‘간접 시인, 재발방지 약속’ 형식으로 핵 신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따라서 싱가포르 합의는 재조정돼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 중론(衆論)이다. 더욱이 콘돌리사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합의를 토대로 테러국가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할 의사임을 지난 주 내비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美 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관한 한, 의회의 정부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4명의 상원 의원들이 부시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행정부의 연약한 대북 협상 태도가 북한 뿐 아니라 이란 측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인 조셉 바이든(Joseph Biden)의원은 평양당국이 핵확산 의혹을 분명히 씻어내지 않는 한 대북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3. 北의 남북관계 ‘거부’ 태도와 우리의 대응방안
한편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제의한 “남북연락사무소 개설” 안(案)에 대해 북한은 “얕은 수” “반통일 골동품” 등의 막말을 사용하며, 26일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왔다.(같은 날 「노동신문」 논평)
新 정부가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대남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북한이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現 정세에서 판단해 볼 때, 핵문제와 인권 문제에 관해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일정 기간 남북관계의 조정기·냉각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정세가 크게 변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북한이 한반도 현안 문제에 대해 생각을 바꾸기를 권고할 따름이다. 이렇게 볼 때, 청와대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출범 직후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내세운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적절하다고 평가된다. 동시에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듯, 가능한 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북한 당국이 언제라도 진정성 있는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現 상황에선 안보태세 확립의 토대 위에 ‘경제살리기’와 국정 전반에 걸친 ‘내부혁신’을 기하여, 선진한국을 향한 국력증진에 나서는 것이 타당한 길일 것이다. 분단과 남북대치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안보태세확립과 한미전략동맹으로 보완(補完)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의 F-15K 전투기와 최신 장거리 유도탄 도입 결정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동시에 적실성(適實性) 있는 대북관(對北觀)과 통일관(統一觀)을 국민에게 홍보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서 환상은 금물이며, 국민들이 변화무쌍한 국제정치를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계도(啓導)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실체와 실상, 한반도 변화를 보는 주변국의 속내, 통일의 실제가능한 시나리오 등을 국민들이 ‘리얼(real)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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