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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개방·3000』과 한반도의 정상화

Written by. 백승주   입력 : 2008-05-08 오전 11: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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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국가목표는 '일본을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전후 일본 지도자들은 일본을 '정상적인 국가, 보통국가'로 보지 않고 '장애국가', '불구국가'로 인식한 측면이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의 멍에 속에 일본은 안보주권을 상당 부분 유보한 평화헌법의 틀 속에서 국가를 운영해야 했다. 그래서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걸맞는 국제정치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제규모 순으로 한다면 세계 2위의 일본은 국제연합의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추종하고 협조하는 운명을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국가의 모습을 바로 잡아보려는 일본의 전략목표가 '보통국가'인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어떠한가? 한반도는 심각한 '비정상 상태'에 있다. 분단상황 자체가 비정상 상태인 것이다. 아울러 북측 지역에 봉건주의적 선군정치 속에 2,200만 인민들은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측은 오로지 봉건주의적 선군정치를 지키기 우해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20,000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해 있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한반도 전체를 보면 북측의 야경은 깜깜하고, 남측 야경은 네온사인으로 총천연색이다. 육로로 북측 지역을 방면하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야산에 산림상태를 보면 북측지역인지, 남측지역인지를 안다.

 ▲ 인공위성에서 찍은 한반도 주변 야경. 북한의 야경은 깜깜하다.

 '불구상태에 있는 한반도'를 '정상상태'로 바꾸는 일체의 노력을 한반도 정상화라 할 수 있다. 한반도 정상화를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일차적으로 남북한 정부당국이 해야 한다. 특히 북한당국, 북한지도자가 불구상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하고 결심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북한지도자는 '현재 북한이 처한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여 민족을 ㅂ위한다는 억지 논란에 도취되어 있다. 북측당국은 북측주민이 절대 빈곤에서 고통받는 이유를 북한 내부에서 찾지 않고 미국 등 외부세계에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정부는 '상생과 공영을 통해 통일 기반을 확충하는 대북정책'을 설정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정책비전으로「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 지원하여 북한 주민의 일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핵·개방·3000」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한반도 전체를 정상화'시키는데 기여해야 한다.

 「비핵·개방·3000」이 제대로 추진되면 다음 몇 가지 차원에서 한반도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첫째, 비핵은 통일의 절대조건이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핵문제와 관계 없이 우리가 통일할 수 있고, 통일된다면 북핵은 통일조국의 것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분단이 국제정치의 틀 속에서 진행된 것과 같은 이유로 우리 통일도 국제정치의 틀 속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 동서독이 통일을 추진하면서 통일독일이 절대로 37만 이상의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동서독의 이러한 약속 때문에 프랑스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독일통일을 받아 들였고 통일과정에 협조했다.

 북한핵 문제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예민한 반응과 조치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북한핵'은 통일 촉진요소가 아니라 통일 장애요소인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통일된 한반도가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한 미국 등 주변국들은 우리의 통일과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북한의 개혁·개방 없이 한반도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위민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950년대 중국은 대약진운동으로 2,000만명이 굶어 죽었다. 굶어 죽는 인민들을 보면서 1962년 등소평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중국에 필요한 고양이다'라는 주장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족쇄를 탈피한 '위민관'을 보였다. 등소평의 위민관은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대혁명에서 탄압받았지만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중국을 이끄는 '개혁·개방'의 혼불이 되어 왔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북한 지도자의 인민관이 바뀌어야 한다. 개혁·개방의 마인드, 설계 도면만으로 북한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개혁·개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충분한 외국자본이 유입되어야 한다.

 우리정부는 북측 지도자가 결심만 한다면 북측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본,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 북한지도자의 결심과 우리 자본 및 노하우(know-how)가 결합한다면 북측 주민이 빠른 시간 내에 절대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주민의 일인당 소득을 단기간에 3,000달러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한국은행 통계에서 북측 주민의 1인당 소득을 900여 달러로 추정하고 있지만 많은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500달러도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비전으로서 3,000달러가 달성되어야 북한주민들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폐기를 결심하고,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우리정부가 자본과 기술을 지원한다면 한반도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현 단계에서 북은 우리의 대북정책을 거부하고 있다. 2008년 4월 1일 북한당국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우리 새 정부가 제시한 '비핵·개방·3000'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반북 대결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당국은 지난 3월 하순부터 개성공단의 남북겨협사무소 직원을 퇴각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핵불능화조치를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등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도발적인 대남조치와 성명들은 다음 몇 가지 차원의 전략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북한은 대미전략 차원에서 미국이 조속히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대남전략 차원에서 우리의 국내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해야 북한에 유리한 한국의 정치지형이 만들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셋째, 북한 국내정치 차원에서 군부의 사기를 격려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6자회담을 통하여 북한핵의 불능화에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핵 개발 및 실험을 주도한 북한 군부의 사기는 저하되었다. 북한체제 유지의 버팀목이 되어온 북한군부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내부 단결을 결집하여 북한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 조치들에 대해 우리정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첫째,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우리는 한미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북한핵 때문에 안보적으로 가장 고통받는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인식을 미국과 공유해야 한다. 북한핵 보유는 미국에게는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려는 대외전략의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본질적 생존환경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핵을 묵인하는 핵불능화 상태를 넘어서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군사적 차원에서 정세를 잘못 판단할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진전된 남북관계를 손상시키면 우리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정치적 오판이다. 지난 10년간 진행시킨 남북관계가 북한 보다 우리경제에 더욱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우리 정치정세를 오판하는 북한당국이 전략적 오판을 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 및 우리사회의 관심을 끌려는 북한의 심리전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핵을 외교적 방법으로 완전히 폐기하고, 개혁·개방을 지원하여 북한주민이 절대적 빈곤에서 해방되도록 하자는 우리정부의 대북정책 목적에 대해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을 포함하여 국제사회가 폭넓게 지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정상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북한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를 문명화시켜 한반도 정상화의 조건을 만들고, 통일을 달성해야 한반도는 불구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북핵폐기, 개혁·개방'은 한반도 정상화의 절대적 필요조건이다. 제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일본지도자들이 지도자 교체와 관계 없이 보통국가를 지향하듯이, 우리 지도자들은 한반도 정상호를 당위적 전략목표로 설정해야 한다.(konas)

 백승주(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정치학 박사)

 ** 이 글은 「자유」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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