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北 핵협상 : 실상과 전망
미국과 공조하되 '북 핵포기 허구'에도 대비해야
1단계는 북한 핵시설의 폐쇄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하고 영변의 3대 핵시설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중유 5만t을 제공하기로 했었고, 우여곡절 끝에 금년 2월 5만 4천t의 중유 제공을 완료했다.
2단계는 작년 연말까지 ‘북핵 불능화’와 ‘신고’를 끝낸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 후 3개 핵시설 불능화에 착수했고, 모두 11개 불능화 작업 가운데 8개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은 중유 100만t 상당의 대북지원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북핵 신고’ 문제가 난관에 부딪쳤다. 플루토늄 외에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있고, 특히 최근 ‘北ㆍ시리아 핵 커넥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핵신고’ 연말 시한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이후 핵협상은 교착을 면치 못했다.
지리멸렬했던 핵협상에 돌파구를 연 것은 ‘4ㆍ8 싱가포르 회담’이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입장 차이를 크게 좁히기 시작했다. 美北 양측은 ‘싱가포르 회동’에서 그동안 쟁점이 되어온 (i)플루토늄 (ii)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iii)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 가운데 플루토늄 문제만 공식 신고서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나머지 두 사안은 양자 간 비밀문서에 ‘간접시인’ 방식으로 넘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곧 미국은 북한의 상기 조치들에 따라 무기급 플루토늄 추가생산능력은 정지되었다고 판단하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北ㆍ시리아 핵 커넥션’에 대해서는 북한이 ‘간접 시인, 재발방지 약속’ 형식으로 핵 신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시리아와 핵 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알고 있다는 것만 확실히 해두고 재발 방지를 받아내는 선에서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식논리적으로는 북한의 ‘핵신고’와 동시에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에 착수함으로써, 비핵화 2단계가 완료되는 셈이다. 3단계는 북한의 핵 폐기 및 검증 단계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북한이 제시한 1만 8천 페이지 북핵 관련 자료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일이다. 영변의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가동과 생산 기록을 담은 이 자료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의 과거를 말해주는 것인데, 그 신빙성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북한과의 직(直)거래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는 부시행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미국 내 반응 역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보수 관료인 존 볼턴(John R. Bolton) 前 UN대사는 지난 5월 8일 월스트리트(Wall Street Journal)에 기고한 칼럼에서, 부시행정부가 놓치고 있는 것은 “(i)북한에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이 존재하는지 (ii)북한의 광대한 지하시설에 플루토늄 관련 시설이 얼마나 숨겨있는지 (iii)그리고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제조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볼턴 전 대사의 견해는 한 마디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ㆍ불능화 조치와 이번 플루토늄 양 신고를 사실로 믿기 어렵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북한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충분한 근거도 있다.
더욱이 핵확산 문제에 관해 볼턴 前 대사는 시리아 등 중동국가들과의 북한 핵확산 거래가 단순히 1회성이 아니며,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과 불가분 연결돼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北ㆍ시리아 커넥션을 나중에 따로 다룰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부시행정부가 ‘희망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강력히 원하고, ‘희망 위주’의 방식으로 추진할 때, 현실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북한 핵문제를 소홀히 다룸에 따라 차기 美행정부를 더욱 괴롭히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국제평화를 더욱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턴은 경고하고 있다.
한편, 지난 주 북한이 넘겨준 자료와 관련, ‘플루토늄 생산량 불일치 문제’가 즉각 제기되고 있다. 5월 14일자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미국 정보당국의 정보분석 전문가들이 새롭게 추산한 결과,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 규모가 기존에 판단했던 것보다 더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보유 플루토늄 규모를 최소 35㎏~최대 60㎏까지로 제시했는데, 이는 북한이 제시한 30~31kg(30.8kg)과 5kg~30kg 차이가 나는 규모다. 핵무기를 만드는데 대략 4~6kg의 플루토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1~7개 정도의 플루토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양의 차이가 발견된다.
美하원도 부시행정부가 추진하는 ‘北 테러지원국 삭제’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美하원은 15일 본회의를 열어 ‘2008년 안보지원 및 무기수출통제개혁법안’(Security Assistance and Arms Export Control Reform Act of 2008)을 통과시켰는데, 그 내용에는 美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이전에 북한이 시리아나 이란 등 다른 테러지원국에 대해 핵무기 개발 또는 핵 관련 기술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제출할 것”과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겠다는 약속을 담은 확인서를 함께 제출할 것”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또 식량분배 과정에서의 ‘모니터링(감독) 보장’을 전제로 50만t의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국내외에서는 (i)북한체제의 성격상 북한이 보여준 그 정도의 양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과 (ii)북한의 핵포기 의지가 불투명하고 상기 언급한 몇 가지 현안 문제가 정확하기 체크되지 않고 넘어가고 있음에 불안감을 표출하는 의견으로 양분되고 있다.
또 설사 부시행정부와 북한 간 핵관련 큰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금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핵협상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관심이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후보는 김정일 등 불량국가 수뇌들과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John Sidney McCain III) 후보는 핵ㆍ인권 문제에 대해 보다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배경에 美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음도 사실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수십 년 간의 핵협상을 교훈으로 삼아 (i)북한의 확고한 핵포기 의지 유인과 (ii)그 실천을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봉책은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처럼 복원된 韓美공조를 간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을 ‘성과’로 간주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단 미국과의 공조를 견지하되, 경과를 주시하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북한의 핵포기 의지가 ‘허구’로 판명될 경우) 다시 미국과의 협의 속에서 대안(代案)을 강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 관련기사보기
-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