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벌모전략(伐謨戰略) 위협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우리는 일관된 하나의 사상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사상이다. 여기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전쟁을 두려워하여 비군사적인 방법에만 의존한다는 소극적인 뜻이 아니라 나의 총체적인 국력과 군사태세, 국민윤리가 상대를 압도하여 전쟁을 하지 않고도 나의 의지에 굴복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또 상병벌보(上兵伐謨)를 말하였는데 이는 적의 강한 군사력에 대하여 직접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적 국민과 적군의 마음을 간접 공략하는 것이 최상의 군사전략이라는 뜻이다.
한민족은 20세기 5대 대전쟁 중의 하나라고 하는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고 전 국토가 잿더미로 변한 참혹했던 동족상잔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도 남북 간에는 전쟁도 평화도 아닌 정전상태에서 북한의 대남적화 공략이 과반세기가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안보현실을 투시해 보면 조금도 안심할 수 없는 엄혹한 상황임에도 일반적인 안보 상황인식이 일관성 있게 투철한 것 같지 않다. 북한의 대남적화 노선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은 막연한 낙관주의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김정일의 군사전략은 싸우지 않고 한국을 굴복시키는 전략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미동맹의 힘과 재래 전력의 열세를 대체하는 비대칭 전력으로서 핵·미사일 등의 전략무기를 기어이 확보하여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한편 오히려 한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과시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이념적 분열과 안보문화에 대한 갈등을 확산시키는 책략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전략의 한 예이다. 그리고 상병벌모(上兵伐謨)의 전략을 구사하여 한국 안보의 근간이며 억제력의 원천인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국내 반미정서를 조장하여 긍극적으로는 주한 미군의 철수를 획책하는 고도의 정치심리전 공작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술책과 공작이 바로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군사전략 그 자체인 것이다.
1930년대 말부터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고도의 정치심리전을 능숙하게 수행했던 히틀러는 이러한 책략을 지적무기(知的武器)라고 표현하였다. "우리의 전략은 지적무기(知的武器)를 사용하여 적을 내부로부터 격파하는 것이요, 바로 그들 자신을 통하여 그들을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는데, 히틀러가 손자의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사상에 정통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듯 벌모전략(伐謨戰略)의 요체는 상대의 마음을 약화시키고 신념을 무너뜨리는 것으로서, 그 대상은 상대국의 리더쉽을 비롯한 국민들의 악보문화 의식과 수준, 그리고 군대의 사기와 기강, 불굴의 전투의지 등을 부지불식간에 무력화시켜 버리는 데 있는 것이다.
벌모전략(伐謨戰略)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정치심리전의 목표를 프랑스의 군사전략가인 앙드레 보프르는 자기편은 단결시키고 상대방의 단결을 파괴하며 적의 일부와 국제여론이 자기의 주장에 동조케 하며 상대방이 스스로 자기의 가치에 회의를 품게 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스스로 자기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며 또 다른 것은 적 편과 우리편을 식별할 능력을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가가 목표를 상실하는 것이다. 국가가 목표를 상실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분열된 파편 세력들은 자기 이익이라면서 서슴없이 국가를 버리게 된다.
우리의 국민적 안보문화 의식과 수준은 선명한 안보정체성과 주적의식, 그리고 국가의 목표에 대한 높은 교양과 강한 단결력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 보고 지금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을 북한의 벌모전략(伐謨戰略) 공작에 대비하여 사회 각 분야의 투철한 현실 진단과 대처 노력이 강화되어야 하겠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고 꽃처럼 사라져 간 호국열사들을 가슴으로 기리며 간절한 추모의 마음을 바친다.(konas)
권영효(전 국방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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