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將校가 이럴 수 있나
將校의 道와 責務를 망각한 현실을 개탄한다
젊디젊은 한 장교의 비뚤어진 행각에 말문이 막힌다. 어안이 벙벙하다. 세상에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가장 패기차고 청렴해야 할 초급장교가 민간인 100명과 동료 전우 650여 명 등 750여 명으로부터 고수익 투자를 해주겠다며 400여 억원을 끌어다 사기행각을 벌이고 외제차에 유흥비로 탕진 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충격이다. 창군이래 최대규모의 군 금융사기라고 알려지고 있다. 건군 60주년과 6.25 58주년을 앞두고 그것도 호국보훈의 달에 이 무슨 해괴한 사태란 말인가. 6.25전투에서, 월남전에서 목숨을 내어놓고 오직 국가존망을 위해 싸우다 숨져간 호국영령들에게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가. 그리고 건군 이 후 60년 동안 이 나라를 지켜 온 수 많은 선배 전우들에게 이토록 참담한 선물(?)을 안길 수 있단 말인가.
군 검찰 발표를 믿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사기행각을 벌인 박모 중위의 행실도 나쁘지만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부대관리보다는 돈놀이에 빠진 750여 명의 군 간부 또한 용서받을 수 없다. 더욱이 사리분별에 능통했을 대령진급 예정자까지 놀아났다니 국민은 누구를 믿으란 말인가. 군은 국가보위의 최후보루다. 이제 국민은 이것마저 포기해야 하나 하는 우려를 감출 길 없다. 장교의 도와 책무를 망각한 참담한 현실을 개탄해 마지 않는다.
군인복무규율의 '장교의 책무' 규정에는 '장교는 군대의 기간이다. 그러므로 장교는 그 책임의 중대함을 자각하여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건전한 인격의 도야와 심신의 수련에 힘쓸 것이며 처사를 공명정대히 하고 법규를 준수하여 솔선수범 함으로써 부하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 역경에 처하여서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통찰력과 권위를 갖추어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장교의 책무'가 무릇 이러 하거늘 이 사건과 연루 된 장교들은 장교로서 책임의 중대함을 자각하지도 못했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는커녕 장교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사기수법을 연마하고 있었으니 기가 차다. 또한 처사를 공명정대히 하고 법규를 준수하여 솔선수범하여 부하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함에도 부하 앞에 서서 지시하고 명령했을 것을 생각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 도랑물 전체를 흐리게 한다'고 하듯,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전체 군 간부들에까지 국민의 지탄이 솟아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행실이 괘심하기 이를 데 없고 그 벌을 엄히 물어야 하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선배로서 국민으로서 한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국 육해공군에서 지금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간부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마치 자기 자신의 잘못인양 부하들 앞에 차마 나서지도 못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새벽 출근에 야근, 이 고지 저 고지에서 땀흘려 훈련하면서도 불평 불만없이 최선을 다한 그들을 어떻게 아우르고 부하들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걱정이 태산이다.
또한 명예로운 장교의 길을 걷기 위해 각군 사관학교에서 훈련과정에 있는 생도들의 허탈감과 자괴감은 또 어떠하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군 지휘부는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군 수뇌부는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60만 대군을 이끌어 가는 대다수 선량한 장교들의 사기 앙양과 장교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을 즉각 강구해야 한다.
튼튼한 제방이 쥐구멍 하나에 무너지듯, 60년 간 지탱해 온 국가안보가 한 개인의 철부지 놀음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 사건이다. 군은 이 사건과 유사한 또 다른 '피라미드'식 영업구조가 군 조직내에 파급되지는 않았는지 차제에 조사하고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은 장교 임관과정의 소양교육과 국가관, 사생관 교육을 강화하여 다시는 이런 유치한 사고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
국민이나 여론 또한 국민의 군대인 우리의 군대가 더 이상 망가지는 일이 없도록 질타에 앞서 격려해주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24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경계임무에 충실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잦은 이사와 닭장 같은 비좁은 관사, 격오지 생활여건의 불비, 자식들의 교육환경 열악 등 모든 것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장교의 길을 천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국민이, 우리 언론이 신뢰하지 않는 군대를 누가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군을 질타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무엇을 해 주어야 할 것은 없는지를 생각할 때이다.(konas)
권재찬(코나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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