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의 향연
촛불 난동 제압하던지 정권이 퇴진하던지 결단의 순간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에게 패배한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은 선거결과를 무효화하고 6월 27일 결선투표를 실시할 것을 명령했다. 야당 후보는 선거를 포기했다. 그의 선거사무실은 압수당하고 선거 운동원들은 체포되었다. 무가베는 28년간 폭정을 자행한 독재자다. 그는 최근 외국 구호요원들을 추방했다. 내 나라 국민이 굶어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라는 것이다. 외국의 도움으로 연명하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사임압력에는 “신만이 나를 권좌에서 추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굶주리는 자기 나라 국민을 돕는 외국인들을 추방하는 짓거리는 미얀마의 군사독재자 탄 쉬에와 유사하다. 세계 도처의 독재자들이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을 기아상태로 몰아넣어도 유엔이나 부자 강대국들은 속절없이 구경만 하고 있다. 저개발국들이 볼 때 강대국들이 자기 나라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준 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짐바브웨와 미얀마의 참상은 무엇이 부국과 빈국을 만드는지를 일깨워준다. 잘 사는 나라들은 국가의 권력을 분점하는데 비해 못사는 나라들은 권력을 집권세력이 독점한다. 무가베, 탄 쉬에, 김정일의 권력은 부시보다 막강하다.
이처럼 막나가는 독재자들의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까를 놓고 세계는 고민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로 인해 외국이 힘으로 타국의 독재를 타도하는 일은 이제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독재자를 추방하는 유일한 길은 해당국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독재국가 지배자들은 이런 위험을 잘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도 쉽지 않다. 그래도 전혀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지구상에서는 1년에 두 번 꼴로 쿠데타가 성공했다. 악랄한 군사정부들은 대부분 선거보다는 쿠데타로 전복되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폴 쿨리어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쿠데타는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지만 부득이할 경우 필요하다는 이색적 주장을 폈다. 소련 붕괴 이후 쿠데타는 대체로 금기시돼 왔다. 군은 정치에서 손을 떼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이 논리에 안주할 수 없는 사태들이 짐바브웨와 미얀마 같은 곳에서 목격된다. 말하자면 쿠데타를 구 시대의 유물로 묶어둘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서는 고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특정 지역 인류의 고통을 줄이는 유일한 수단이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유엔밖에 없다. 유엔의 구호활동을 방해하는 정권에 대해서는 국제적 승인을 취소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연합(EU)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3개월만 그렇게 해도 해당 국가 군부에는 쿠데타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독재자가 폭정을 완화하면 다시 해당 정부를 승인하면 된다. 이 과정을 적절히 활용하면 구호 방해 행위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짐바브웨와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연상되는 것은 연일 서울에서 벌어지는 촛불시위다. 악정에 시달리는 두 나라 국민들이 이를 본다면 호강이 넘친 "포식의 향연"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마저 든다. 북한에서는 굶주리다 못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어머니까지 등장했다. 김정일 정권은 2001년 유럽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 수백 마리를 들여와 인민들에게 먹였다.
툭하면 "민족끼리"를 외치는 세력들이 이 반인륜적 행위에 항의 한번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한민국을 김정일의 2중대로 상납하는 반역을 자행할 때도 그들에게 퇴진하라는 시위 한번 하지 않았다. 바로 그 세력이 지금 발병확률이 수백 만 분의 1도 안 되는 미국 쇠고기를 이유로 이명박 퇴진을 부르짖고 있다. 촛불세력의 배후론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장관고시가 나가자 미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최소한의 이성을 가졌다면 할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쇠고기를 전면 개방한다고 해도 돈으로 치면 연간 8억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07년 기준 9백 억 달러다.
초보적 데이터마저 무시하는 촛불의 폭거는 국가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성급한 쇠고기 협상보다 더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 무법의 촛불 앞에 국가의 정체성과 법치주의를 양보하는 반역사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불법시위에는 "엄정대처"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유부단한 인상을 준다. 5천만 국민의 운명보다 기껏 몇 백, 몇 천 명의 촛불세력 앞에서 눈치를 살피는 정부라면 차라리 자진 퇴장하는 게 순리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삶에 지쳐 있다. 한 달 반이 넘도록, 48시간 혹은 72시간 촛불시위만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들의 생활비는 어디서 나오고 시위비용은 어떻게 조달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60, 70년대를 살아온 주역들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결과이다. 미국은 6.25 초기에 한강하류에서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지금 한강바닥을 수색하고 있다.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초등학생 일부는 6.25가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인지 모른다고 한다. 조선시대 전쟁으로 안다는 응답도 있었단다. 이명박이 결단을 할 순간이 온 것 같다. 나라를 바로 잡든가, 퇴진하든가 양자택일만 남았다. (www.newsandnews.com/)
조홍래(뉴스앤뉴스 논설위원/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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