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역사적 의미와 과제
국민은 국가의 주인,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정체(政體)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 주권의 실현은 대통령, 국회의원의 선거나 국민투표와 같은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기원은 그리 오래 거슬러가지 않는다. 1919년 3·1 운동의 여파로 상해에 임시정부가 세워지면서 생겨난 국호이기에 올해로써 8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 국호는 이전 수 천년 간의 전통을 뒤바꾼 것이며 획기적인 의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하여서 성립할 수 있었던 국호였다는 점을 우리는 환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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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의 대상에 불과할 뿐인 민이 통치에 참여하고 나아가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이 된다는 것은 전적으로 근대적 가치인데 19세기 말이 되어야 조선에 들어온 이 민주주의적 가치가 불과 10여년 만에 결실을 보아 1919년에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국가가 국가로서의 자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래서 군주정에서는 군주가 주권을 가진다. 그렇다면 민주정에서는 누가 주권을 가지게 되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 주권을 가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주인으로서의 자유를 가진다는 말이다. 군주가 주권을 가지면 국가는 군주의 것이지만 국민이 주권을 가지면 국가는 국민의 것이 된다. 따라서 국민은 이제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그것이 주인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어 자유를 가지게 되면 이제 국가안보의 책임 역시 국민이 가지게 된다. 국민은 국가를 지키기 위하여 군대를 조직해야 하고 군에 복무할 군인이 되어야 하고 국가에 충성하여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하여야 한다. 국민의 군대는 국민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기 때문에 군주를 위한 군대보다 충성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고대 아테네의 군대가 페르시아 군대를 무찌른 것이 그 힘이며 프랑스혁명 후 조직된 국민군이 큰 승리를 거둔 것 역시 이러한 애국심과 충성심이 결부된 것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1919년 선언되었지만 이때는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주권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였고 이는 대한민국 독립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그 결과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대한민국은 독립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3년간의 미국 군정기를 지나 1948년 8월 15일 드디어 대한민국의 수립이 선포되었다.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하게 대한민국의 국민이 주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올해는 그러므로 국민이 주권을 처음으로 가지게 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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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선포되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면서 대한민국은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북한의 침략을 막아내어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굳건하게 지켰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질서를 지키려는 미국을 비롯한 유엔 여러 나라들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귀중한 것이었다. 경제적으로는 당대의 최빈국으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구호품과 원조에 의지하던 상태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적극 연마하고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의 분쟁지역에 군대를 파견하여 치안에 도움을 주는 것을 비롯하여 빈국에 대한 경제지원 등을 통하여 세계의 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당당한 국가가 되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19세기말 선각자들이 꿈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부국강병의 꿈을 대한민국은 이루어낼 것이다. 20세기 전반 국가 없는 서러움을 안고 만주와 시베리아로 떠돌며 독립을 갈망하던 그 꿈을 대한민국은 이루어 낸 것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었고 독립의 꿈을 이루었다. 국민이 주인이 되면서 과거 어느 역사보다도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내었다. 그것이 과장 없이 말할 수 있는 우리의 성과이다. 대한민국으로 시작되는 우리의 현대사에 대하여 우리는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지난 60년의 성과가 앞으로서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하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국가의 주인으로서 가져야 할 관심은 무엇인가?
첫째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 유지와 평화의 유지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고 있는 만큼 이 정체성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려는 시도나 음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양보가 필요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영역에서이다. 국민의 생명을 더욱 안전하게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강한 군대를 필요로 하며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수호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한계를 넘어선 내적 권력투쟁은 국민의 힘을 고갈시키고 적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둘째 대한민국의 발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국민의 재산은 늘어나야 한다. 세계의 경제적 경쟁에서 선두에 서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모든 발전의 바탕이 된다 .현대국가의 발전추세에 따라 국력의 신장은 국방-경제-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셋째 아직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있는 통일의 꿈을 실현시켜야 한다. 역사적으로 하나의 민족인 북한의 주민들이 우리와 같이 주인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북한주민들이 당하는 고통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고 우리가 원한다면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정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우리에게 문제는 없는가? 지금 우리는 무엇을 우려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유감스럽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주체사상, 민족주의 등으로 혼합된 정체불명의 담론들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교묘하게 정파(政派)의 이익을 내세우면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해치는 행위가 다반사(茶飯事)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를 잘 경영하라고 선출하여 이루어진 정부와 국회는 이같은 행위에 대하여 치밀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자기의 보신만을 일삼고 있다.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은 언제든 무능한 정치인을 갈아치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대한민국이 흔들거리는 동안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앞서며 우리를 노리는 세력은 우리를 파괴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를 다시 찾은 기쁨을 누린지 60년 만에 다시 국가를 망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겨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국가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 말 당쟁과 자폐(自閉)적 안목으로 국가적 자유를 상실한 쓰라린 경험을 우리 민족은 가지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의 시대에 정치집단간의 권력투쟁과 우물 안 개구리같은 좁은 소견으로 대한민국의 장래가 망쳐지는 일이 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은 일이 벌어진 후에 후회하기 보다는 예방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konas)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근대사)/자유지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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