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일본언론 더 신뢰하는 좌익
7월 14일자 요미우리 신문은 'G8 정상회의' 기간 중이던 지난 9일 이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케시마(독도)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후쿠다 총리의 통보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리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여 한일 양국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이 신문은 일본정부가 지난 2월 해설서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의 취임과 겹쳐 보류됐으며 이로 인해 집권 자민당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 문부과학성이 명기 방침을 정했다는 내용과 함께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고유영토'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특히 요미우리 신문의 이 같은 보도 내용은 13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지난 9일 일본 총리와 가졌던 짧은 비공식 환담 자리에서는 그 같은 의견을 주고 받은 일이 없다”고 발언한 것과 사실관계가 달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15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사실무근이자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기다리면 좋겠다니? 뭘 기다려 달라는 건가. 이 같은 보도내용이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독도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일본 측의 의도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아울러 이 대변인은 “진실은 진실이고 아닌 건 아니다”며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주일 대사관을 통해 강력 항의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본 정부도 사실을 알고 있는 바, 보도 내용에 대한 적절한 ‘코멘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15일 외무성을 항의방문한 권철현 주일대사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심히 유감스러운 것으로서 ‘한일간 신시대를 열자’는 후쿠다 총리 언급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또한 요미우리의 보도에 대해서도 “요미우리신문 2면에 보도된 독도 관련 이 대통령 발언은 사실과 전혀 다르고, 상황을 곡해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즉각 시정조치를 취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야부나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권 대사에게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이 14일 오전에야 결정됐다. 요미우리 보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며, 이로써 지난 9일 G8 확대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통보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와 관련 15일 내내 여야가 국회에서 벌인 갑론을박의 설전이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1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요미우리의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깔면서, 이는 “자기 집을 옆집 사람이 등기하겠다고 하는데도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이 대통령은 무엇을 왜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어야 했는지 저간의 사정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도 역시 “이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똑같은 자락을 깐 뒤, “언제까지 이런 식의 저자세 외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민주당과 하등 다르지 않았다.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는 식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뒤, “대통령이 헌법의 영토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후쿠다와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정확히 밝히라며 이 대통령의 정직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을 보도한 일본 언론을 언급한 것은 개탄스러운 정치 공세”라고 비난하면서 “민주당이 '쇠고기 괴담'에 이어 '원혜영 괴담'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요미우리의 보도가 사실관계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국익을 위해 우리 내부의 이간질을 노리고 작성된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일부 네티즌과 언론, 심지어는 야당들마저 나서서 이를 반이명박, 반정부용 자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일 양국간의 대조적인 모습이 바로 국제적인 문제에서 맨날 손해만 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특히 민주당의 원 대표이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의 책무를 명기한 헌법 66조까지 언급하고, 선진당의 박 대변인 역시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나, 민주당 최 대변인 “법률적으로는 탄핵감” 운운한 것은 쇠고기 파동을 반정부 투쟁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가면서 국회등원까지 거부했던 ‘길거리 전사 본능(born-warrior)’의 또 다른 표현양식이 아니었는가 하는 섬뜩함마저 든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 말마따나 “청와대가 이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사실무근임을 밝혔고, 대통령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힌 바 있음에도 그 말보다는 “자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본의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의 기사 내용만을 전적으로 믿는 야당은 과연 어느 나라의 국민이냐”는 비난을 민주당과 선진당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도를 양보하느니 그런 얘기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수 있느냐. 네티즌은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나라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분노를 표출하는 청와대의 심사를 모를 바는 아니지만 그런 촌극이나 하면서 시간 때우기나 하는 것 같아 마뜩치 않다.
쇠고기 문제로 미국에 뺨맞고 독도문제로 일본에 뒤통수 얻어터지면서 실용주의 운운하는 철부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만은 아니다. 벌써 미국에서 독도를 독도가 아닌 제3의 명칭으로 바꾸어 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뺨맞고 뒤통수 터지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닌 듯 하다.
생각해보면 비록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고 얘기하자”고 한 것이 철지난 유행가처럼 박수를 받기 어려운 것이었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일본의 독도침탈에 대해 다 같이 분노하면서도 왜 일본의 보수파들과 언론들처럼 철저히 국익에 따라 조야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내부에 총칼을 돌리는 것인지 갑갑할 따름이다.
독도문제와 같은 중차대한 국익에 관련된 사안들을 실용주의 외교라는 미명하에 쉽게 생각한 아마추어리즘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과, 일본 정부마저도 아니라고 확인해 줄 수밖에 없는 엄연한 팩트까지도 부정하는 이간질에 넘어가 자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런 냄비근성을 가지고 어떻게 일사분란한 대오를 형성하여 집요하고 끈질기게 압박해오는 일본을 이겨낼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스러울 뿐이다.(ⓒ 올인코리아)
최용일(엔파람 논설가: http://www.npar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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