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정책의 합리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일본에 대한 대중외교 강화로 우파 영향력 확대 막아야
지난 14일 일본 정부는 일본과의 신시대 한일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바람을 외면한 채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를 공표했다.
이번 일본 정부의 신지도요령 해설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5월 요미우리 신문에서 일본 정부가 신학습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명기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부터였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자민당 우파 정치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2012년부터 적용될 중학교 사회 새지도요령에 독도에 대해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넣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에 고시된 일본 정부의 개정지도요령에서는 독도에 대한 언급이 자제되었다. 이는 2월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면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후쿠다 정부의 배려가 작용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일본 정부는 자민당 우파 정치인들의 압력에 굴하면서 지도요령 대신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것을 보충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하였다.
이번 문제의 발생은 일본 정치가들의 세대교체와도 관련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전후세대가 부상하고 있으며, 이들 전후 세대는 일본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일본의 ‘전전 세대’들 중에서 극우 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동아시아 관계의 특수한 측면을 이해하여 갈등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현재의 전후 세대 정치가들은 일본이 언제까지 과거사 사과와 배상요구에 끌려 다녀야 하느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어 일본 국민의 내셔널리즘적 정서에 부응하는 강경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토문제에서도 전후세대는 전전세대와 달리 타협적인 정책보다는 우파적인 강경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의 국익 계산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장기적인 협조관계에서 찾기 보다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후 세대 정치가는 지금까지 일본의 외교는 관용과 인내를 가지고 있어 잘못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베 전 총리의 ‘주장하는 외교’는 이러한 전후 세대 정치가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후 일본의 바로 잡기’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전후 세대 정치가일수록 우파 성향의 정치가가 많다는데 한국의 고민이 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우파 성향의 전후 세대 정치가들은 자신의 주장이 정당한 것으로 믿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통용된다고 확신하고 있는데 있다.
예로 종군 위안부 문제에서 이들은 미국 의회에 몰려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다가 국제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는 일본의 로비 실패로 치부하며 반성조차 하지 않는 추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해설서에서도 일본은 한국 측을 배려하여 주장을 완화하였다고 하지만, 일본의 근시안적인 발상이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게다가 지난 4월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이 신시대 한일관계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지 불과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신뢰를 깨는 배신적인 행위임에 분명하다.
이번 문제는 현재 한일관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시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첫째 한일간의 정책 라인이 원활히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신지도요령 해설서 문제는 지난 5월의 요미우리 신문 공개이후 7월 14일까지 한일간에 타협할 시간이 있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에 있다. 또한 한국에 협조적인 후쿠다 총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 정치가들의 끊임없는 압력이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의 대일 정책 라인의 약화로 인해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를 실어 무엇이 나쁘냐’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못하였다. 이전처럼 일본 정치권내에서 파벌 영수의 영향력이 강력했다면 한국의 대일 정책 라인은 효과적으로 작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자민당내의 파벌보다는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개별 정치가들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일 정책 라인은 일본 파벌 영수와 유력 정치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국회의원들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앞으로 한국이 합리적인 한일관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치가들과의 교류를 더욱더 활성화시켜야 할 뿐 만아니라, 일본의 일반적인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대중외교(Public Diplomacy)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의 대일 전략을 합리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 2005년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이후 노무현 정부는 ‘외교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였지만, 그 결과는 한국이 바라는 것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일본 국민들은 독도가 한일간의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게다가 일본 우파들의 의도대로 국제분쟁화를 부추기는 측면조차 나타났다. 이 점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는 감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응만이 합리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합리적인 대응이 되기 위해서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 우파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독도영유권 문제가 한일간에 쟁점이 되면 될수록 일본 우파들의 영향력은 더욱더 확대될 것이다. 일본 우파의 움직임에 한국이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독도가 국제적인 분쟁지역화 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이점을 한국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이 전면적인 대응을 하여 해결되는 문제라면 독도문제는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고, 2005년의 노무현 정부의 대일 강경정책으로 해결이 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일정책의 기조를 새롭게 재정비하고 그 틀 속에서 독도 영유권을 공고화하기 위한 국제적인 여론 환기와 실질적인 자료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konas)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http://www.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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