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정책의 '시험대'가 된 그루지아 전쟁
美 외교정책의 핵심 요소는 (i)‘원칙’과 (ii)‘힘’이다. 곧 ‘도덕률(morality)’과 ‘군사력(power)’이다. 자유민주주의ㆍ인권의 全 세계적 확산을 추구하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美 외교정책 기조는 2차대전 후 고립주의적(isolationism) 경향을 완전히 벗고 국제 개입주의(internationalism)로 본격 전환하면서 확립되게 됐다. 한국전쟁에의 신속한 참전, 비록 실패했긴 하지만 월남전 개입, 소말리아 개입, 코소보 전쟁,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이러한 기조 하에 수행되었다.
8월초 그루지아와 러시아 간 전쟁이 돌연 발발하면서, 이러한 美 외교정책 기조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는 국제법상 현재 그루지아의 영토로 되어있는 南오세티아(Ossetia)와 압하지아(Abkhazia)를 수중에 넣고, 그루지아 영내로 탱크를 몰아 진격ㆍ점령한 후, 사카슈빌리(Mikhail Saakashvili) 대통령의 퇴진과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 바 ‘불균형 군사행동(disproportionate response)’으로 그루지아를 제압하기에 이른 것이다.
러시아가 휴전조약에 서명하고 철군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철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엊그제 프랑스 측과의 접촉 후 “러시아 측이 그들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그루지아의 고리市 주변지역은 그루지아 수도인 트빌리시(Tbilisi)로부터 불과 수십 km 거리에 있다는 보도다.
더욱이 러시아 함대가 그루지아의 흑해 연안을 봉쇄하여 그루지아 국민들은 현재 외부로부터의 물자 공급이 차단돼, 생존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동안 베이징에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느라 늦장 대응을 하고, 말로만 對러시아 경고 발언을 하던 부시 대통령이 군(軍) 수송기를 급파, 인도주의적 물자 공급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美 조야(朝野)에서는 그루지아 사태를 향후 국제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환기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련 붕괴 후 자유체제로 전환한 구 소련 위성국가들의 장래에 커다란 파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가 무력으로 ‘민주적이며 친(親)서방적인’ 그루지아 정부의 전복에 성공한다면, 이는 발틱 해(海)로부터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다른 구(舊)소련 소속 러시아 접경국가들(지금은 민주적, 親서방적인)에 대해 유사한 침공 가능성을 열어주게 된다.
더 나아가 이번 그루지아 사태는 세계 안보 측면에서 ‘9ㆍ11위험 + 美러 新냉전’이 결합됨을 의미한다. 美 언론들은 러시아의 그루지아 진격을 19세기 짜르 시절 영토확장, 독일의 1938년 수덴텐지방(Sudetenland) 점령, 1956년의 헝가리 침공,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그리고 1979년 아프간 침공 등에 비유하며, 우려와 경계를 표명하고 있다. 그루지아 군대가 먼저 공격해왔다는 러시아 주장도 1939년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폴란드가 먼저 독일을 공격했다고 우긴 것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지미 카터 전 대통령때 대통령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8월 15일자 「타임」지(誌) 커버스토리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은 1939년 구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했던 것과 비슷하다면서 “이 작고 힘없는 민주주의 주권 국가를 복종시키고 억압하고 자신의 밑에 두려고 하는 러시아의 무자비한 시도는 스탈린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맹비난했다.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특히 푸틴이 얼마 전 “소련의 해체는 20세기 가장 커다란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했던 언급을 상기시키면서, 러시아가 구 소련의 영토를 다시 복원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침략행위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야망을 저지시키기 위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루지아 사태는 매케인(공화)-오바마(민주) 美 대선 두 후보들의 대응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이들의 대선가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컨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그루지아 대통령을 격려하고, 러시아의 행동을 새로운 형태의 제국 건설이라고 비난했다. 매케인은 “그루지아人과 오세티아人들 간의 긴장과 적대감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선을 넘어 군대를 진격시키는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는 “군사적 충돌은 UN 평화유지군의 중립적이고 효율적인 관리 능력의 결여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를 완전히 놓쳐버린, 나이브(naive)하고 법률적인 지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Tony Blankley, “Marriage of Power and Policy” Washingtontimes, 2008.8.13)
그루지아 전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미국의 진정한 우방국 그루지아(민주국가로서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고 NATO와 EU 가입을 열렬히 신청한)가 미국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진압된다면, 미국의 외교적 신뢰는 급속히 상실될 것이며, 그 反작용은 全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우려한다.
러시아는 미ㆍ그루지아 연대와 미ㆍ폴란드 간의 MD설치 합의 등을 자신의 영향권에 대한 도전ㆍ위협 또는 심지어 러시아에 대한 포위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러시아가 구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벗어나 (i)자유와 (ii)자치ㆍ독립의 보편적 원칙을 존중하여 이 문제에 대응한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지금 미국과 러시아 간 역사적으로 의미심장한 「쟁패(爭覇)」가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이 쟁패는 향후 유럽 및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북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결의(resolve)’와 ‘힘(strength)’만이 문제 해결에 본질적임을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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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0 오전 5:4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