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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권 수립 60주년의 현주소

Written by. 권희영   입력 : 2008-09-04 오후 5: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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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는 정치 이데올로기의 시대였다. 시장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와 계획을 신봉하는 사회주의가 세계를 양분하고 있었다. 20세기 중반 파시즘이 등장하였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파시즘 진영에 합류하였다. 파시즘 진영을 분쇄하기 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였고 그 결과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일제가 지배하던 한반도에서는 남북한에 각각 미군과 소련군의 군정이 실시되었다. 독립된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1947년 UN은 군정을 끝내고 한반도에 통일된 대한민국을 수립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소련은 이를 거부하고 북한지역에 독자적인 정권을 수립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정부를 수립하자 뒤를 이어 같은해 9월 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하였다.

 정부 수립 이후 남한 정부의 기본방향이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반공과 근대화였다고 한다면 북한은 그 반대의 노선을 걸어갔다. 북한은 공산혁명과 집단화를 추구해나갈 것이다. 북한에서는 정부수립 이후 공산주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조선노동당이 지배하는 체제를 구축하였고 남한을 공산화시키기 위하여 1950년에는 6·25 전쟁을 시작하였다.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전쟁에서 패배하였지만 김일성은 정적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그대로 권력을 유지하였다. 그뿐 아니라 남한정부를 교란시키고 공산화하려는 시도 역시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자체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남한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한 공작에 사용하였다. 경제발전을 통한 인민의 생활향상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북한정권은 인민들을 동원하여 권력에 복종하도록 하며 남침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하여 체제를 단속하는 목적으로 정치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인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정책을 실시해 왔다. 소련군정이 실시되면서 북한에서는 스탈린주의가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소련에서의 스탈린 사망과 흐루시쵸프의 스탈린 비판 이후로는 그 대안을 찾기에 골몰하였다. 그것이 바로 1970년 조선노동당 제5차대회 이후로 공식적으로 내건 주체사상이었다. 주체사상은 김일성 독재를 합리화하는 일련의 주장을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이며 그 핵심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부자간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주장인 것이다.

 이후 북한에서는 전적으로 주체사상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마르크스주의는 주체사상을 정당화시켜 주지 못하며 정작 공산주의의 원조인 소련, 그리고 제3세계 공산주의의 원조인 중국에서조차 마르크스주의가 그 효력을 상실해 버린 상황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기댈 곳은 없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가난한 나라, 국제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결국 북한정권 60년의 역사를 평한다면 한마디로 실패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8·15해방 직후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일본이 대륙침략을 하기 위하여 각종 중화학공업을 북한지역에 건설하였고 자원이나 전력도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풍성하였다.

 북한은 그렇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하였는데 그것은 쉽게 남한을 적화시킬 것이라 생각하여 6·25전쟁을 벌인 것이다.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뒤에 업었으니 자신감을 가질만 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미국을 비롯한 UN군의 전격적인 전면 개입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오산이었다. 전쟁의 결과 남북한이 모두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미처 예상치 못한 효과가 하나 있었다. 한반도의 끝에서 끝까지 밀고 밀리는 전쟁을 통하여 이데올로기적으로 복잡했던 상황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게 되었다.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북으로 이동하였고 자유를 갈망하는 세력들은 남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것은 그 이후 남한에서 강한 반공정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남한에서 60년대 이후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때 북한은 전쟁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전쟁준비에 몰두하였다. 북한의 불행은 공산주의혁명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어 발전의 동력을 스스로 상실하였다는 것이다. 주체의 강조는 세계를 무대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한이 빈약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고, 노동 집약산업의 발전을 통하여 초기 자본축적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북한은 사회주의 블록의 낙후된 계획경제론에 빠져서 자립의 구호만을 외치고 있었다. 남한은 무역을 통하여 경제규모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자본을 바탕으로 중화학 공업과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는 등의 전략으로 노동집약적 경제로부터 자본-기술 집약적 경제로 발전하여 나갔다. 그러나 북한은 중화학공업 일변도로 나갔고 국제무대에서 시장성 없는 북한의 제품은 오로지 북한의 전쟁준비에만 기여하였지 인민경제의 성장과는 별 관계가 없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남북한의 서로 다른 길, 서로 다른 발전전략의 차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극명하게 그 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1980년대는 북한으로서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 초래되었다.

 북한정권이 기대던 중국에서는 모택동이 사망하고 1978년부터는 덩샤오핑에 의하여 개혁개방 노선이 추진되었다. 1985년에는 소련에서 고르바쵸프가 집권하여 개혁정치를 펴나갔다. 그리고 1989년에는 동유럽 공산권이 일거에 몰락하고 1991년에는 소련의 공산주의마저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같은 상황의 변화는 북한정권을 거의 완벽한 고립의 수준으로까지 몰고 갔다. 북한은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대신 핵무기 개발에 전력을 투구하여 일거에 북한의 지위를 역전시키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이 정권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북한의노선은 변하지 않고 계속 추진되었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표현한 이 시기에 수백만의 북한인민은 굶주림으로 사망하였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의 등장은 북한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행운이었다. 남한정부로부터 막대한 식량 원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적지 않은 경제지원이 북한에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한정권은 2000년 '고난의 행군' 종료를 선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 간 남한정부의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 원조를 북한은 철저히 악용하였다. 북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 10년 간의 기간에 북한은 전력을 다하여 핵무기 개발에 매달렸다. 북한정권이 염두에 둔 것은 오로지 핵무기 개발을 통한 김정일 정권의 유지였다. 그 결과 고난의 행군은 끝났는지 모르지만 인민의 불행은 아직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기 위하여 전쟁준비에 온갖 힘을 쏟아 붇는 동안 북한의 인민은 굶주리게 되었고 굶어죽느니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의 수는 줄어들 줄 모른다.

 대한민국 건국 60년, 북한정권 수립 60년은 같은 민족에 의하여 이루어진 두 개의서로 다른 길이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으로 시작하여 자원도 없는 상태에서 경제대국이 되었고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이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시작한 것은 대한민국과 동일한 상황이지만 60년이 지난 오늘날도 역시 북한의 세계 최빈국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빈곤을 악화시켰다. 또한 국제사회의 규칙을 깨는 일은 다반사이고 신뢰할 수 없는 정부로 낙인찍혀 있는 상태이다.

 북한이 유지하는 강한 군사력은 오로지 북한 인민을 지배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협박하기 위한 도구로서만 이용되고 있다.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노선을 채택하여 60년이 지난 성과가 이렇게 다른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난 1948년, 자유민주주의와 반공,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미국과의 군사동맹관계를 채택함으로써 우리가 얻은 번영은 단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우리 국민이 피를 흘리고 지켜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 북한 인민이 그 번영을 얻는 원년을 시작해야하는 것이다.(konas)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문학박사)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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