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공고화 방안
필자는 습관적으로 독도 관련 자료를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도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항상' 큰 이슈로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가 '봉기'할 때마다 기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본이 또 다시 영유권을 주장했다는 것 외에 무슨 새로운 뉴스가 있겠는가. 그래서 독도사건이 터졌을 때의 쓸거리를 위해 필자는 평소 독도의 '독'자만 봐도 습관적으로 자료를 모으는 것이다.
그렇게 모아본 것이 10여년. 독도에 대해 일가견을 세워도 될만한 세월이 지났다. 이러한 섭렵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한국은 절대로 독도를 일본에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독도에 대한 한국 영유권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믿음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답답함도 많았다.
가장 큰 답답함은 한국의 졸렬함이다. 독도 문제는 대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시작된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는 대개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독도는 한국이 점유하고 있기에 일본은 가만히 있으면 손해다. 그래서 일본은 스스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든다.
보다 쉽게 이야기하면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점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가스폭발 사고나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터져 나오지 않는다.
이번의 독도 문제는 7월 13일부터 시작됐는데, 독도 문제에 집중해온 학자들과 한국 언론의 주일특파원들은 이 날부터 한국에서는 독도 영유권 논란이 일 것으로 예측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이날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공개했는데 이 해설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우리나라(일본)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토이기 때문에 직접 타국과 육지를 접하지 않은 점을 느끼게 하고, 국경이 갖는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하거나, 우리나라가 정당하게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 기초해 당면한 영토문제와 경제수역문제 등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방영토(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 섬)가 우리 고유 영토라는 점 등 우리나라 영역을 둘러싼 문제도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북방영토와 관련 그 위치와 범위를 확인시킴과 동시에 북방영토가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거돼 있어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정확히 다룰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
일본어 특유의 만연체 문장 때문에 너저분한 번역이 됐지만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독도를 둘러싼 주장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북방영토 문제와 함께 중학생들에 영토·영역문제와 관련해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해설서의 요체인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해설서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은 지난 5월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바 있었으며 전문가들은 7월 13일을 주목하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가만히 있으면 손해이기 때문에 일본은 습관적으로 독도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도박에 대해 한국이 가만히 있다면 그것도 어리석은 행위다. 가만히 있으면 일본은 한국을 우습게 보고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문제이다. 국제사회에 독도를 한일간에 영유권 다툼이 있는 곳으로 알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일본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고성(高聲)이 결코 손해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고성 덕분에 국토와 국가와 독립을 생각해보는 국민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문제이다. 우리 정부를 향해 왜 일본이 그런 주장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느냐며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것이 그런예에 해당한다. 한국 장관이 어떻게 일본 내부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가. 더구나 한일 양국은 서로 내정(內政)에는 개입하지 말자고 한 후 국교를 열지 않았는가. 일본 정부가 한국 내정에 관여할 수 없듯이 한국 장관도 일본 내정에 개입할 수 없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이유로 한국 정치인의 목을 날리라는 것은 일본이 즐거운 일이다. 일본이 유난히 미워하는 한국 정치인은, 한국에게는 한국의 국익에 가장 충실한 정치인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한국 정치인이 날리고 싶을 때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한국사회는 조건반사를 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 정치인을 날려버린다면, 일본은 손 안대고 코를 푸는 효과를 올리는 것이 된다.
독도 영유권 문제만 나오면 우후죽순처럼 모든 사람이 나서서 '백인백성(白人白聲), 만인만성(萬人萬聲)'을 내지르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지만 끝까지 자기주장만 옳다고 주장해 한국 사회가 사분오열 된다면 그 이득은 일본이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독도를 빼앗아 가진 못해도 한국 사회의 단결력을 빼앗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국의 자기모순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보다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계기로 국민을 일치 단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일치감을 이용해 한국은 독도를 지킬 수 있는 국방력과 경찰력을 키워나간다. 독도 방어를 명분으로 국방 예산과 해경 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독도를 계기로 증가된 국방 예산과 해경 예산은 독도 방어뿐만 아니라 서해 5도를 비롯한 여타 도서의 방어에도 활용될 수 있다. 서해 특정경비수역을 침범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장비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독도를 애국심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독도에 서너번쯤 가보았다. 그런데 독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간 일반인들은 시멘트로 만들어놓은 물양장(부두)에만 머물다 돌아와야 한다. 전경요원들이 경비를 서로 있는 동도에는 올라가볼 수 없는 것이다. 독도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제한을 가했다는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독도 방문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독도 방문객을 태운 배(삼봉호 등)는 독도 물양장에 접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운(不運)을 뚫고 물양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확률은 30% 정도이다. 이렇게 어렵게 독도 물양장에 내린 국민은 독도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독도 물양장에 독도 수호에 공을 세운 인물의 동상을 세우자는 주장을 반복했다.
조선 숙종 때의 어부인 안용복은 일본까지 달려가 도쿠가와 막부의 책임자로부터 독도와 울릉도가 조선 영토임을 인정하는 서계를 받은 인물이다. 안용복은 젊은 시절 경상좌수영에서 전선(戰船)의 노를 젓는 수병을 하다가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갑판 부사관에 해당하는 노 젓는 병사의 우두머리 '능로군(能櫓軍)'까지 한 사람이다.
육군은 개인이 전투를 하는 군대이기에 병사가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군은 배 단위로 움직이는 군대이기에 '이순신'처럼 함대나 배의 책임자가 영웅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 수병 개인이 영웅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런 점에서 안용복은 주목할 인물이다. 경상좌수영을 제대한 이후이긴 하지만 그는 일본까지 달려가 독도와 울릉도 영유권을 확인하고 돌아왔으니 해군은 그를 영웅으로 만들 수 있다.
동해에서 작전하는 해군 함정 이름을 안용복으로 명명하고, 안용복의 동상을 독도 물양장에 세워,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 필자의 주문이다. 두 번째는 역시 자발적으로 청년을 동원해 독도를 장악하려는 일본인들을 내쫓으며 1954년부터 2년간 독도를 훌륭히 지켜낸 독도 의용수비대장 홍순칠의 동상을 독도 물양장에 짓고, 그의 이름을 딴 군함을 동해를 담당하는 해군 1함대에 배속시키라는 것이다.
안용복과 홍순칠을 영웅화하는 것은 독도를 찾아온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행동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 안용복과 홍순칠의 동상을 짓고 그의 이름을 딴 함정을 건조하는 것은, 아껴두었다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 하나씩 꺼내서 발표한다.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면 독도에 안용복 동산을 짓는다고 발표하는 행동으로 옮기고, 일본 문부과학성이 학습지도 요령에 독도를 거론하면 홍순칠을 해군 함정명으로 명명한다는 발표를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정부는 국민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의 주장으로 감정이 상한 국민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할 일은 독도가 아닌 울릉도를 개발하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면 온 국민이 나서서 독도를 지킬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 독도를 지키는 것은 울릉도 주민들이다. 독도를 가려도 울릉도에서 배를 타야 한다. 경북 경찰청의 독도 경비대는 울릉 경비대 소속인지라 울릉도로부터 보급을 받는다. 울릉도가 허약하면 독도도 힘들어지는 것인데, 사람들은 울릉도를 보지 못하고 독도만 쳐다보고 있다.
독도를 애국심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울릉도에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 사람이 울릉도에 가려면 포항이나 동해에 가서 1박을 해야한다. 그리고 배를 타고 3∼5시간 달려 울릉도에 도착해 또 하루를 쉬고 다음날 독도 출항한다. 그러나 2박 3일만에 접근한 독도는 풍랑이 일어 접안을 거부한다. 이러한 식으로는 독도를 애국심의 전초기지로 만들 수 없다.
독도를 애국심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면 사람들은 몇 시간만에 안전하게 울릉도에 올 수 있어야 한다. 제주도에 가듯이 항공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하고, 이어 배를 이용해 독도로 갈 수 있어야 독도 방문이 자유로워진다. 이렇게 돼야만 한 차례 독도 방문이 실패해도 다음 차례에서는 상륙이 가능할 수 있다. 독도를 애국심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면 울릉도에 공항을 세워야 한다. 울릉도의 대척점에 있는 일본의 오키(隱岐)섬에는 이미 공항이 건설돼 있다.
이 공항에는 여객기뿐만 아니라 P-3C 같은 군용기도 이착륙할 수 있으니 독도 방어는 더욱 확고해진다. 공항 건설로 관광객이 많아져 울릉도 살림이 윤택해지면 울릉도인들은 앞장서서 독도를 지키고 가꾼다. 한 마디로 독도 영유권을 확고히 하고 싶다면 울릉도 개발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울릉도에는 공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주도로도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울릉도의 인구는 1만명 이하로 줄어든지 오래이다.
울릉도를 개발해 독도 방문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 독도 영유권을 확고히 하는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울릉도와 그 부속 도서인 독도를 묶는 울릉군을 경상북도에서 떼어내 울릉특별자치군으로 만드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울릉군 전체를 경북도가 아닌 국가 직속의 자치군으로 만듦으로써 친환경적인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 독도 영유권을 지켜낸 사람들을 영웅화하는 작업을 펼치고 울릉도를 제대로 개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이러한 독도를 가져가려면 일본은 한국과 전쟁을 해서 이겨야 한다. 그러나 일본이 독도 문제로 한국을 침공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큰 지탄을 받을 것이므로 일본의 독도 침공은 성사되기 어렵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본은 말로만 독도 영유권을 떠드는 것이다. 한국의 독도 지배가 강화되면 될수록 일본의 비명은 커질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주장을 일본의 비명으로 들을 수 있는 뱃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지명위원회 등이 독도 영유권 표시를 이상하게 하면 국민적 여론을 모아 이를 바꾸는 노력을 펼친다. 이렇게만 한다면 독도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한다고 해도 영원히 한국의 영토가 될 것이다.(konas)
이정훈(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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