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국가정체성의 첫 번째 - '국가적 정통성'
국가정체성의 첫 번째 의미인 '국가적 정통성'은 헌법 제1조 제1항에 규정된 '민주공화국'이라는 문구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런 의미의 국가적 정통성의 존재는 헌법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국민에게서 구한다. 국가는 국민의 정치적 통일체 즉 국민의 정치적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5년 12월 1일에 시행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과거사법')을 보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을 규명할 사안의 범위를 정한 이 과거사법 제2조 제5호는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라 하는 바, 여기서 말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야말로 대한민국헌법에 있어서의 국가정체성 즉 국가적 정통성이라 하겠다.
과거사법 제24조 제1항의 "반민주적·반인권적 공권력의 행사 등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에 관한 결정적 증거자료를 보유하거나 정보를 가진 자"에서의 '반민주적·반인권적 공권력' 특히 '반민주적'이라는 말 역시 국가적 정통성의 의미로서의 국가정체성을 그 속에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폐지된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의문사법')에서 말하는 '민주화'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의문사법 제2조 제1호의 '의문사'라 함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서 그 사인이 밝혀지지 아니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을 말하는 바, 이때의 '민주화운동'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민주화운동(법 제2조제2호), 즉 1969년 8월 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의 헌법원리"로서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는 것이며, 그 위배 여부는 그러한 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이나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사상이나 생각이 폭력적 지배나 자의적 지배로 나아가는 것, 즉 그로 인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가져 올 때에 비로소 위배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 법에 있어서의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실체는 무엇인가? 바로 그것은 국가적 정통성으로 표현되는 국가정체성의 훼손이다.
때문에 특정인이 대한민국을 지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상전향을 강요받아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았으므로 이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문제와 그 사상전향 거부행위가 이 법에서 말하는 민주화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 된다. 즉 자유민주주의를 인정하도록 전향할 것을 강압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하여, 그런 이들을 민주화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대한민국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런 사상 전향을 거부한 남파간첩이나 빨치산 등의 비전향 장기수가 이를 전향토록 하려는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인해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국가의 규범적 차원에서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공권력의 위법성을 법적으로 선언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를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행한 민주화유공자로 보아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배상을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행위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거나 대한민국의 민주적인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 과거사법과 의문사법으로 대한민국을 폭력에 의하여 무너뜨리려 한 공산주의자들과 파괴주의자들을 민주화의 이름으로 의인시한 세월은 대한민국 자체의 정체성을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런 의미의 국가정체성은 한 공동체를 동질적인 정치·사회·경제적 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국가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될 수 있게 된다. 수도를 설정하는 것, 국명(國名)을 정하는 것, 우리말을 국어(國語)로 하고 우리글을 한글로 하는 것, 영토를 획정하고 국가주권의 소재를 밝히는 것 등이 기본적 헌법사항이 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국가정체성의 공동체 상징화 기능은 국민이 시민적 품성(ethos)과 개인적 정서(pathos)로서 국가를 규범적으로 인식하는 기능이다. 국가상징은 국가정체성을 표시하는 징표이므로 원칙으로는 헌법 또는 최소한 법률의 규범에 그 근거를 둔다. 대한민국의 국가상징에는 나라문장(紋章), 태극기(太極旗), 애국가(愛國歌), 무궁화(無窮花), 국새(國璽) 등 5대 상징이 있는데, 공동체정체성 상징화 기능에서 볼 때 법률 이상의 규범적 근거로 바꾸어야 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특정지역인 수도(首都)를 대한민국은 현재 '서울'로 정하고 있는 바, 이 수도의 설정·이전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하여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서, 국가생활에 관한 국민의 근본적 결단임과 동시에 국가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속한다. 즉 수도의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과 기본적 조직 구성에 관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헌법사항으로서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대통령이나 정부 혹은 그 하위기관의 결정에 맡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konas)
강경근(숭실대 법대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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