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국가정체성의 두 번째 의미 - '헌법적 정통성'
헌법은 국가의 헌법인 점에서, 헌법에서 말하는 국가정체성은 결국 헌법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헌법 개념이 국가의 헌법으로 사용될 때 국가는 헌법을 통하여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헌법의 정체성'이라는 의미의 국가정체성이란 헌법의 내용을 정하는 국민의 정치적 통일체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헌법이 성문헌법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할지라도 항상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그 성문헌법을 결단하는 헌법제정권력의 힘과 권위가 승인을 받고 있을 때에만 그 정통성은 인정된다. 헌법제정권력의 주체인 국민과 헌법의 동일성을 유지하여 계속성을 지키는 것, 헌법을 만든 국민의 자기확인을 가능하게 하는 자기정체성(self-identity)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헌법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 공동체에 대한 형식과 실체에 대한 자기 확인을 가능케 하는 요소들을 의미한다.
결국 한 나라의 헌법은 국가의 '혼'이고 구체적 생명이며 개별적 실존이다. 그러므로 그 헌법이 없어지면 국가도 없어지게 된다. 새로운 헌법이 확립되면 새로운 국가가 형성되게 된다. 그래서 헤겔은 전제를 '헌법 없는 국가'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국가=헌법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헌법=국가라는 방식으로 국가와 헌법은 동일시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폭력에 의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상대적 가치의 매개물로 보던 지난 정부 10년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정책과 언어들은 형법상으로는 반역이었으며 헌법상으로는 법치주의를 왜곡시켰으며, 폭력의 지배로 하여금 법의 지배의 질서를 압도하게 하였다. 이 시기는 실로 대한민국의 헌법적 정통성의 암흑기였다. 사람들은 일상의 폭력이 무서워 국가적 도의에 반하는 행위들을 좌시하였으며, 지식인들은 이를 비굴하게 수용하여 자신의 글과 말로 교묘하게 포장한 민주의 이름으로 시정(市井)에서 팔았다.
법치주의와 그에 기초하는 민주주의를 말하고 행동한 소수의 지성들은 파괴주의자들의 '극우, 보수'라는 말의 능멸에 동조하거나 묵인한 저 많은 지식인들에 의하여 더 수모를 받았다. 정권이 바뀐 이 우파 집권의 시대에 자신들을 은인자중하였다고 자칭하면서 둔갑한 지식인들은 정권 교체를 통한 헌법적 정통성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konas)
강경근(숭실대 법대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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