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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국가정체성의 세 번째 의미 - '입헌적 정통성'

Written by. 강경근   입력 : 2008-09-19 오후 1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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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체성은 법치주의에 기초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입헌적 정통성'을 의미한다. 이 시민적 법치국가의 헌법원리는 입헌주의 헌법을 지니는 세계 모든 나라들에 공통되는 국가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입헌적 정통성은 국민주권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열정을 이성적 법치주의의 냉정으로 식힐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헌정이라는 엔진을 유지하고 법적 평화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근원이 된다. 국가정체성 논의의 실익을 일상의 법적 생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의미의 국가정체성이다.

 근대국민국가의 공동체 정체성의 실현 기능은 '주권'을 '국민'에게 귀속시켜 이를 국가 존립의 이데올로기적 기초로 삼아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함에 있다.

 우리 헌법 역시 헌법전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하고 제8조의 민주적 기본질서도 같은 의미로 본다. 나아가 국가는 시민·시장간 관계에서도 권력행사자의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능 즉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실현한다. 근대입헌주의 헌법은 시민적 법치국가를 기반으로, 국가의 경제개입을 인정치 않고 경제질서를 사회영역의 자유로운 시장에 의한 자율적 영역으로 놓았다. 우리 헌법 제8장은 국가와 상호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의 일정한 '질서' 형성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 파악하지만, 그 기본적 바탕은 자유시장경제질서임을 확인하고 있다.

 국가정체성의 법치주의 실현 기능은 공동체질서를 보편적 상태 즉 누구나 받아들이는 일반적 권력으로 형성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로써 국가의 권력은 공동체 구성원에게 구속력 내지 효력이 있는 공권력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를 영토에서 존재하는 국민이 조직하는 정태적 규범체 또는 법질서 등으로 볼 때, 국가는 공동체구성원을 규범적으로 포섭하는 한 주체이며, 법치국가적 헌정제도를 국민·국가간 관계에는 물론 시민·시장간 관계에 실현함으로써 권력행사자의 자의적 지배를 배제한다. 이로써 권력은 인격화에서 제도화되어 국가권력으로서 정당화된다.

 憲裁 2005.10.27. 2002헌마425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등 위헌확인 각하결정 '반대의견'의 논지는 이를 잘 나타낸다. 그 논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는 우리 헌법을 지탱하고 있는 근본원리로서 법의 존중과 수호의 공통 기초이므로, 법을 무시하고 타기(唾棄)하는 행위는 그 법의 정당화원리인 민주주의원리 뿐만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라는 법치주의원리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민보상법')에서의 '민주화운동관련자'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법 제2조제1호)한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들과 대치하다 죽음을 맞이한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논리필연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의 대행자라는 평가가 내려지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불법성이 중대한 행위를 주도하고 직접 가담한 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려면 그 만큼 그로 인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법 제2조 제1호) 정도가 크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 가담자들의 행위는 치명적 폭력을 동원한 범죄행위로서 무고한 경찰관들의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빼앗은 것이고, 오히려 민주헌정질서를 후퇴시킨 것일 뿐, 그것이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어떤 기여를 하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불법으로 납치·감금된 동료 경찰관들을 구출하려는 공권력의 집행에 대항하여 밀폐된 옥내에서 화염병과 석유라는 폭력도구를 사용함으로써 7인의 무고한 경찰관을 고통스럽게 사망케 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이는 단순한 법위반행위라기 보다는 법이 부여한 정당한 공권력의 권위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민주적 목적을 지녔더라도 허용될 수 없는 폭력수단을 통하여 이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민주화운동'이라고 불릴 수 없다. "인간의 정치적 예지의 산물이라 할 민주주의는 수단 내지 절차의 존중이지 목적만을 제일의(第一義)로 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93. 7. 29. 89헌마31, 판례집 5-2, 87, 119) 그런데 이 부분 결정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아래 도저히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그런 명명(命名)조차 허용되어서는 아니되는 치명적 폭력을 동반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함으로써 명예와 보상을 베풀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의 근본질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할 수 없는 이 부분 결정을 그대로 방치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민주의 이름으로 훼손한 파괴주의자들은 이명박 정권으로의 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아니했고, 이는 무법의 촛불집회와 시위로 마음껏 발산되었다.(konas)

 강경근(숭실대 법대 교수, 헌법학)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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