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화·정보화 시대의 선진 강군으로
군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전쟁이 일어나면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이보다 우선하는 것은 적의 도발 의지를 제압하여 전쟁 자체를 억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시·평시를 막론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군 60주년을 맞은 우리 군은 이러한 존재 목적을 달성해 왔는가.
안타깝게도 6·25 전쟁을 억지하지는 못했다. 1950년 6월은 군이 창설된 지 채 2년도 안된 시기였다. 더구나 일요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남침 도발이었다. 중과부적이었고, 불가항력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군은 6·25 전쟁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500만명의 인명 손실이 있었고, 1000만 가족의 생이별을 가져 왔고, 전 국토가 초토화됐다. 지금도 분단의 고통을 몸속의 파편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적과 싸워 이겼다. 그로써 북한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을 저지했다. 소총 한 자루로 북한군의 탱크에 맞서 처절하고도 눈물겨운 전투를 치러낸 선배 전우들의 투혼 덕분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 4500여명의 간첩과 무장공비 침투, 6000여회의 해상경계선 침범, 9만여건의 정전협정 위반, 4000여회의 어선 피격과 납북 등 저들의 도발은 그칠 줄 몰랐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러한 도발도 모두 제압했다.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싸워 이겼고, 각종 도발을 제압함으로써 제2의 6·25를 억지했으며, 그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크고작은 성장통을 앓으면서 성장해 온 우리 군은 이제 세계평화군에도 동참하는 여유를 갖게 됐다. 지금은 이라크와 동티모르를 비롯한 지구촌 15개 분쟁지역에서 1900여 장병이 세계 각국의 병사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재난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 곳에는 빠짐없이 국군 장병이 달려갔다. 가장 힘들고 가장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해냈다. 물난리로 떠내려가는 가옥 위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해내고, 유실된 도로를 중장비로 복구했는가 하면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민간인은 접근조차 꺼려하는 지역에도 장병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갔다.
돌이켜보건대, 건국 이후 수많은 적의 도발 현장에 우리 군이 없었더라면 이 나라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창군 이후 수많은 재난과 재해의 현장에 국군 장병이 없었더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누가 지켰을 것인가.
사물의 이치를 스스로 깨우쳐 안다는 이순(耳順). 오늘로 환갑을 맞은 우리 군이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과학화·정보화 시대의 선진 정예 강군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물론이요, 세계 평화의 지킴이로 우뚝 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방2020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 부대 관리 면에서도 21세기형 과학적 관리와 창조적 리더십이 뿌리내려야 한다.
모름지기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사기의 원천은 무엇인가. 국민의 신뢰와 격려다. 선진 강군으로 가는 길에 첨단 장비와 과학적 관리가 필요조건이라면, 국민의 신뢰와 성원은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은 물을 떠난 물고기와 다를 바 없다.
건군 60년의 금자탑을 쌓아온 우리 군은 오늘을 새로운 시발점으로 삼아 또다시 60년 국군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보위하는 소임 완수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땅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믿음직한 우리의 아들딸 국군 장병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건군 60주년 만세! 70만 국군 장병 만세!(Konas)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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