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對南 압박공세: 배경과 전망
北의 공세 극복하고 새로운 합리적 남북관계 패턴 만들어내야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기다려보자(wait & see)’는 입장을 견지해 오던 북한이 금년 봄부터 점차 비난을 증가시키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자행하더니, 최근에는 남북관계 단절을 위협하고 실제로 그 조치를 취할 태세다.
북한은 지난 11월 13일 北적십자 명의로 남북직통전화를 단절시키고, 북한軍 명의로 오는 12월 1일부터 MDL(Military Division Line: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陸路통행을 차단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11월 21일 유엔인권위원회는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北 인권결의안을 압도적 찬성표로 채택했다. 이에 북한은 그들에 대한 “존엄성과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덕훈 차석대사는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무분별한 반민족적 반통일적 행위이고, 북한의 존엄성과 체제에 대한 도발”이라고 강변했다.
특히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訪美) 중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통일이 최후의 궁극적 목표”라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2일 李 대통령이 이같이 밝힌 데 대해 “북침전쟁을 ‘최후 목표’로 선포한” 것이라고 강변하며 “엄중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11.23)
북한 조평통은 이어 남한은 “미제의 식민지 파쇼통치 체제”이고 이 체제에서 통일한다는 것은 “흡수통일”이며, “최후 목표”란 “북침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도 22일자 “무엇을 기다리겠다는 것인가”라는 논평에서 李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한군의 ‘통행 제한’ 통보와 관련,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반공화국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는 도전적인 망언”이라고 비난했다.(연합뉴스, 11.23)
신문은 이어 “이대로 더 나아간다면 북남관계는 파국의 정도를 넘어 완전히 깨지게 될 것”이라며, 李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北체제에 대한 도전적 성격’을 가진 것임은 우리 모두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북한인권 문제가 北체제에 대한 도전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면, 우리에겐 체제의 존재 의의를 확인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동포는 우리와 같은 한(韓)민족(北의 ‘金日成민족’ 개념과 대비)인 동시에, 현행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동포와 국민의 인권참상을 외면하는 국가는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訪美 중 언급한 ‘자유민주 통일’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북한의 최근 일련의 대남 ‘압박’ 공세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북한의 신경질적 반응은 북한의 통일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 <6ㆍ15>와 <10ㆍ4>를 앞세운 북한의 대남통일전략
북한의 통일전략은 크게 (1)무력 적화전략 (2)평화적 적화전략 2가지로 나뉜다. 우리 국민들에게 (1)무력 적화전략은 잘 알려져 있으나, (2)평화적 적화전략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전(前) 정부들이 대국민 홍보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평화적 적화전략은 다른 말로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이다. 곧 남한에 일차적으로 “자주민주정부[연공(聯共)정권]”을 수립한 후, 이 정권과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실현해나간다는 시나리오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곧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people's democracy)”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socialist democracy)” 또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로 불리는 것으로, ‘공산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와 “연방제 통일”을 명문화한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을 남북 간 합의토록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이 목표의 달성이 눈 앞에 다가왔다고 판단해 왔다. 그리하여 북한은 6ㆍ15와 10ㆍ4를 앞세워,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 “반미자주” 슬로건 하에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선동해왔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비핵ㆍ개방ㆍ3000> 대북정책의 추구는 그들에게 너무나 뜻밖의 상황인 셈이며, 그들의 통일전략 추구에 있어 큰 벽을 만난 셈이다.
최근 일련의 북한의 대남 압박과 남북관계 단절 조치는 그들이 추구하는 통일전략이 결정적 장벽에 부딪치자, 남북관계 순항이 “별 득(得)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판 깨기”에 나서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향후 남북 긴장국면을 지속적으로 가속화(에스컬레이트)시켜 나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정당(正當)한 대북(對北)정책을 추구해 나갈 때, 북한의 반발은 필연적인 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우리의 가치와 너무나 극명(克明)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 對南 압박공세의 배경
종합해 볼 때, 북한의 대남 ‘압박’공세의 배경은 첫째, 李 정부의 對北정책을 바꿔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은 金대중ㆍ盧무현 정부와 분명히 차별화되는 이명박정부의 대북ㆍ통일ㆍ외교안보정책에 불만을 갖고, 이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최근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6ㆍ15>와 <10ㆍ4>가 북한의 평화적 적화전략을 달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핵심 슬로건이자 ‘기치(旗幟)’임을 감안, <6ㆍ15>와 <10ㆍ4>의 인정 및 이행을 남한 측에 요구하고 있다.
둘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극대화’다. 북한은 오바마 당선 이후 美 정권교체기에 일어나는 혼란을 미국과의 핵협상을 유리하게 하는데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美 오바마정부 인수팀은 현재 對한반도정책 수립 형성에 나서고 있고, 일정 기간 ‘정책적 혼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美ㆍ北 간 핵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오바마행정부는 “엄격하고 직접적인(tough & direct)”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고, 결국 북한의 핵보유 야망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시점까지 수개월(대략 내년 6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북한은 경제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에 ‘양자택일(兩者擇一)’을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공황에 버금가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를 맞아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경제위기에 처한 이명박정부에 맹공세를 가해, (i)北의 공세에 굴복하여, 前과 같은 굴욕적 남북관계로 회귀할 것인지? (ii)北의 공세를 극복하고 새로운 합리적 남북관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체제위기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최근 전개되는 북한의 ‘벼랑끝’ 대남ㆍ대외전략 전술은 모두 외부인사의 북한 방문과 북한 내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는 곧 김정일 건강이 심상치 않은데서 연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최근 일련의 남북관계 단절 및 외부와의 접촉 차단 조치는 ‘내부단속→체제동요 막기’의 목적일 수도 있다.
3. 향후 전망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먼저, 북한의 전격적인 ‘남북관계 단절’ 선언 이후, 이명박정부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해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청와대는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을 종전처럼 시도한다면, 잘못된 선택”임을 지적하고, “한미 간 정책공조가 원할히 유지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북한이 취한 남북관계 단절 조치 이후 가까운 장래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이 <개성공단 폐쇄>이다. 현재 약 3만 5천명의 북한노동자가 개성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바, 북한당국은 자본주의 ‘오염’을 두려워 해 이들을 교체하려 하나, 마땅한 대체인력이 없어 고민 중이라 한다. (3만 5천명×3人(가구당)=10만명에 의한 ‘자본주의 선전 입소문’ 효과가 있다.)
또, 개성의 위치가 남한에 가까워, 북한 유사시 예상치 않은 ‘위험 요소’가 있다고 北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中ㆍ北국경이나 中ㆍ러 국경지역에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을 유치, 유사(類似) ‘개성공단’을 만드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편, 개성공단에 연루된 남한 기업들의 불만을 이명박 정부에게 향하도록 유도, 反이명박정부 감정을 선동하고, 남북관계 경색 원인을 이명박정부에게 전가시켜,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것도 북한으로선 ‘해볼 만한’ 전략이다. 당장 공단 폐쇄로 北측에 경제적 손실(연간 $2.500만)이 발생하나, 이를 초과하는 上記 정치적ㆍ전략적 이익이 있으므로, 북한의 공단폐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 역시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美 전략가들도 “남북관계 개선 없는 美北관계 진전은 없다”라고 언급하는 등,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으로 미국의 對한국정책이 동요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韓ㆍ美 양국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북한 문제가 국정(國政) 어젠다 후순위로 밀려날 수도 있고, 자동차의 對美수출 등 韓美 FTA 문제가 韓美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촛불시위를 본 오바마 당선자가 “韓美 FTA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는 ‘경제 이슈’보다 ‘안보 이슈’가 우선시돼 왔다는 점에서, 韓ㆍ美 군사동맹관계는 이상 없이 유지되고 더욱 발전ㆍ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 북한인권 문제, 북한체제위기와 장래 문제 등 북한 현안에 있어, 韓ㆍ美 양국은 큰 틀에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공동대처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konas.net/안보전문신문)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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