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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 빠를수록 좋다”

FTA 비준 후 미국 업계·미 정부 설득하면 비준 훨씬 쉬울 것

Written by. 이희범   입력 : 2008-12-10 오전 10: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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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4월, 칠레와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우리는 많은 걱정을 했다. 특히 일부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우리 농업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했고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사과, 배 등 민감 품목을 제외하였을 뿐만 아니라 119조원에 이르는 농업구조조정과 농어민 지원 대책을 마련하였다. 4년 반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대로 자유무역협정은 무역증대와 무역전환효과, 더 나아가 고용증대와 경쟁력 제고효과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협정이 발효되기 전인 2003년 4월부터 2004년 3월까지 1년간 한국의 대칠레 수출은 5억 2400만 달러였으나 협정 발효 4년차인 2007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한국의 대칠레 수출은 34억 6100만 달러로 6.6배가 늘었다. 칠레로부터 수입도 협정 발효 전 연간 13억 2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4억 5100만 달러로 3.4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83.8%, 수입이 84.9% 늘어난 것에 비하면 자유무역협정의 효과를 쉽게 알 수 있다.

한-칠레FTA 이후 칠레내 한국산 점유율 4.2%P(2007년) 상승

칠레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2003년 3.0%에서 2007년에는 7.2%로 상승하였다. 품목별로도 관세가 즉시 철폐된 자동차 수출은 4.4배가 증가하였고 컬러TV 수출은 3.3배가 늘었다.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비중도 일본산을 제치고 29.0%로 약진하였다. 반면 우리나라가 사과와 배를 제외하자 칠레측은 한국산 냉장고와 세탁기를 관세양허에서 제외하였고, 대칠레 세탁기 수출은 35.7%가 감소하였다.

자유무역협정은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로부터 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수입선이 전환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대표적인 품목이 와인이다. 칠레와 협정이 체결되기 전 칠레산 와인은 한국시장에서 8.3%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2%로 급증하였다. 반면,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프랑스산 와인은 2003년 53.4%에서 작년에는 41.9%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프랑스산 와인으로부터 협정이 체결된 칠레산 와인으로 수입선이 전환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2004년 4월 한국이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 급해진 나라는 아시아 경쟁국이었다. 중국은 2년 뒤인 2006년 10월, 싱가포르는 2006년 11월, 일본은 2007년 9월 각각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한국은 여러 가지를 우려하여 전체 교역의 44.6%에 해당하는 상품만을 발효즉시 관세를 철폐하였으나 중국은 74.6%, 싱가포르는 75.0%, 스위스는 84.3%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였다.

그 결과 한국이 양허를 제외한 자동세탁기는 칠레 시장에서 점유율이 54%에서 17%로 떨어진데 비해 관세를 즉시 철폐한 중국산은 1년 만에 15%에서 43%로 높아졌다. 한국이 10년 동안 나누어 관세를 인하키로 한 철강관의 경우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8%에서 0%로 떨어진 반면 관세를 즉시 철폐한 중국산은 0%에서 53%로 급증하였다. 자동차, 공기여과기, 타이어 등은 일본제품이 한국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칠레시장에서 한국제품의 점유율은 작년 7.2%에서 금년에는 6.2%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반면, 일본제품은 작년 3.7%에서 금년에는 4.7%로 상승하였다. 칠레만이 아니다. 2004년 멕시코가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 멕시코에서 한국산 타이어는 일본에게 시장을 내어 주었고 한국의 대멕시코 진출은 그만큼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FTA협정 서두르고 관세양허 수준 높을수록 경쟁국 앞질러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서 얻은 교훈은 첫째, 지역협정은 협정 당사국간에 무역을 늘리고 무역전환효과를 가져온다는 점과 둘째, 협정의 효과는 상대적이며 경쟁국들보다 빨리 타결해야 한다는 점, 셋째, 관세양허 수준이 높을수록 경쟁국보다 시장선점 효과가 커진다는 점이다. 물론 즉시철폐 비율이 높아짐에 따른 국내 보완대책은 별개의 문제이다.

2차 대전 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 출범으로 관세와 비관세장벽이 제거되고 자유무역이 실시되었으나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출범 후 지역주의는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까지 WTO에 통보된 지역협정은 모두 418건으로, 이중 통합되거나 폐기된 것을 제외하고 발효 중인 협정만 227건에 달하고 있다. 이제 전세계 교역의 55%가 지역협정 하에 수출되고 있어 자유무역협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조류에 따라 미국과 8차례의 어려운 협상을 거쳐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였다. 왜 미국과 협정을 체결하였느냐에 대해서는 이미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었다. 그중 한 가지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입시장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1980년대 후반 4.6%에서 최근 2%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중 24%에서 12%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국 모두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한국의 11개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로 향후 10년간 한국의 대미 수출이 133억 달러 늘어나고, 고용과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도 비슷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칠레 FTA에서 보듯이 한-미 FTA는 틀림없이 양국의 교역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하며 고용을 늘리게 된다. 한-미 FTA는 미국 정부조달시장의 국제입찰 기준을 2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완화하여 우리 중소기업이 1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연방 및 주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였다.

FTA 비준 후 미국 업계·미 정부 설득하면 비준 훨씬 쉬울 것

그러나 지역무역협정은 세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째는 국가간 이해를 결집하여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다. 둘째는 당사국 의회의 동의를 거쳐 발효시키는 절차이다. 셋째 관문은 기업의 활용이다. 아무리 좋은 협정이라도 기업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정부에서는 한-미 FTA 발효에 대비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중소기업에 대한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 업계는 최근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FTA를 통해 돌파해 나가기 위해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답변할 차례이다. 우리 국회뿐 아니라 미국 의회도 신속한 비준동의가 양국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엔 싱가포르 같이 미국이 먼저 비준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협상을 완료하고 미국 의회의 비준을 기다리는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이미 작년에 자국 의회 비준 동의를 완료하였다. 우리 국회도 비준동의를 서두른 다음 전 의원들이 양국 업계와 함께 미국을 설득하는데 동참한다면 비준은 훨씬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가 얼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누가 먼저 비준하느냐?’, ‘재협상은 하는 것이냐?’ 라는 논쟁보다 빠른 발효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들에겐 더욱 절박한 과제이자 우리 무역과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konas)  
 
이희범(한국무역협회 회장)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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