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북아시대 틀' 제시한 3국 정상회담
미국과의 스와프협정에 이어 중.일과의 스와프 확대로 달러화 파이프라인 확보가 가장 큰 성과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및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은 세 나라가 21세기 환태평양시대의 진정한 주역으로 공존공영의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3국 정상회담의 역내 개최 정례화는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인접한 세 나라의 정상만 따로 모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되레 신기할 정도다.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기간에 곁방살이 형태로 개최되는 게 고작이었다. 역시 정례화된 외교장관회의와 차관보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의 대화 창구를 개설하고 내년에는 각종 협력 사업의 추진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사이버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력 체제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담보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3국의 금융 공조 합의는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 폐막에 즈음해 발표된 `한중일 3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성명'은 세 나라의 협력이 세계 경제 및 금융 상황과 관련한 심각한 도전에 대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정상회담 하루 전에 발표되긴 했지만 한-중 및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는 세 정상의 공동 인식을 과시한 첫 결실인 셈이다. 특히 지난번 미국과의 스와프협정 체결에 이어 중국 및 일본과의 스와프 확대로 달러화 파이프라인이 확보된 것은 우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가장 알찬 수확으로 치부해도 괜찮을 것이다. 걸핏하면 국내 외환시장을 뒤흔들어 전체 경제를 혼돈에 빠뜨리곤 하는 환율 불안에 대한 단단한 방어벽을 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북핵 검증 합의 불발로 6자회담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세 나라가 북핵 폐기를 위한 긴밀한 공조를 다짐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 동조 일변도였던 중국의 입장에 최근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산업 협력 증진을 위한 3국간 연락 체계 구축과 황사 방지 공동 연구 사업, 겨울철새 공동 조사,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민간 공동 연구 심화 및 투자협정 체결 교섭 가속화 등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들은 어느 것 하나 중요도가 뒤지지 않는 핵심 현안들이다.
그렇다고 3국 공조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두 나라, 혹은 세 나라가 특정 현안을 놓고 마찰을 빚으면 아무리 공들여 쌓은 공조체제라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까칠한' 현안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그야말로 `특수한 관계'가 3국 사이다. 때론 사이 좋은 이웃이다가도 어느새 더 없는 원수로 돌변하곤 했던 지난 수 천 년의 역사가 이를 웅변으로 입증한다. 따라서 3국은 내년에 중국에서, 내후년엔 한국에서 각각 열릴 제2차 및 제3차 정상회담을 통해 진정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가 정립되도록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거의 모든 세계가 블록화를 통해 각자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한중일 3국만 외면한다면 동북아시대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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