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자원의 저주’
외신으로 접하는 검은 대륙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엄마의 등에 업힌 어린아이의 목이 뒤로 꺾여 마치 빨래처럼 축 처진 상태로 매달려 있다. 피란길에 올랐다가 엄마를 잃고 사흘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더 어린 사촌을 업고 난민촌으로 흘러 들어온 아이가 울부짖는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왼쪽 가슴에 어린아이를 보자기에 싸 목에 매단 채 머리에는 자기 몸집보다도 훨씬 큰 덩치의 가재도구를 이고 피란길에 나선 아낙네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 콩고 내전으로 인한 비극의 단편들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2006년 현재 약 6300만 명의 인구에 남북한 전체의 약 11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다.
과거 자이레라 불렸던 이 나라는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없다고 할 정도의 자원부국으로 구리·코발트·다이아몬드·아연·주석 등 광물자원과 삼림자원이 풍부하고, 해저유전에서는 양질의 석유까지 생산하고 있다. 풍부한 것은 이러한 자원 말고도 또 있다. 1996년 이후 내전으로 인한 희생자 숫자로 사망자만 약 500만 명에 이른다.
그러기에 지난 11월 7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내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하고,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해 3100명의 평화유지군을 추가 파병키로 했다. 풍요로운 땅과 그 땅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국민들. 전혀 어울리지도 이해도 되지 않는 이러한 현상은 석유와 천연가스, 금속과 광물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후진 자원국가에서 흔히 보이는 모순의 일부다.
천연자원이 국부의 주력인 나라에서는 때때로 힘을 앞세운 정권이 권력을 잡고 부패와 족벌경제가 지배한다. 이들은 도로나 학교 또는 병원의 건설에는 인색하지만 무기구입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값비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이러한 투쟁은 획득한 자원을 팔아 얻는 수익에 의해 재정적으로 뒷받침되므로 투쟁은 수년,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된다.
상상조차 힘든 일이지만 현재 3억 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살며, 그들의 평균수명은 48세에 불과하다. 이렇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풍부한 자원이 있기에 그로 인해 일어나는 저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원의 저주’라고 하는 것이다. 자원의 저주는 비단 미개한 자원부국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남다른 두뇌를 잘못 이용하다 매장되는 사람이나, 학식을 잘못 활용한 결과 손가락질받는 교수 등은 눈 익은 예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나 사회에 대한 영향은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않은 채 당장 챙길 수 있는 자신의 이익이나 진급에만 자신의 재능, 즉 자원을 이용하려 한다면 누구나 이와 같은 잘못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선택의 순간,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마지막에 과연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에 유념한다면 이러한 실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글로벌 시대, 모두가 힘든 때일수록 내 이웃, 나아가 먼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하고 서로 돕는 사랑과 정이 아쉬운 요즈음이다.(http://kookbang.dema.mil.kr/)
금기연(예비역 공군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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