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③美國의 북한인권 정책과 韓美동맹
힐(Hill) 비판은 새로운 ‘人權 강조’의 출발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자유ㆍ인권의 수호와 그 汎세계적 확산’임은 잘 알려져 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自國)의 국가이익을 위해 열중하는 것에 비하면, 미국은 좀 독특한 나라이다. 미카엘 거슨(Michael Gerson)이 지난 12월 19일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紙에 기고한 칼럼에서 표현한 것처럼, 미국은 이런 점에서 “결점이 있지만 고상한 나라(flawed but noble nation)”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신세계로서 세계 사람들의 동경(憧憬)의 대상이 된 것은 이런 도덕적 원칙을 정책기조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하여 당사자인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더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동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지난 해 12월 정권교체 이후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 2가지 측면에서 과거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정책노선을 정상화시켜왔다. 첫째는 ‘비핵ㆍ개방ㆍ3000’ 하에 ‘先비핵화’ 원칙을 재정립한 것이고, 둘째는 “보편적 인권” 인식하에 북한인권에 대한 “내정간섭론”이란 궤변을 물리쳤다는 점이다. 특히 UN인권결의에 적극 참여, 결의안 ‘공동제안국’ 까지 맡게 된 것은 李 정부의 북한인권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정책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對한국 인식을 보다 새롭게 하는데 기여하였고, 특히 韓美동맹의 복원ㆍ강화를 뒷받침한 원천이 되었다.
미국의 북한인권 정책은 북핵 정책과 함께 대북정책을 구성하는 주요 부분이다. 부시행정부 말기 대북정책을 수립ㆍ집행하는데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힐 (Christopher R. Hill)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6자회담이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고 무산된 이후 미국 내부로부터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상기 언급한 거슨은 “Moral Surrender to Pyongyang(평양에의 도덕적 굴복)” 제하의 동 칼럼에서 힐(Hill)이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지지를 업고 정책을 수행했음에도, 부시행정부의 ‘도덕적 강조’와는 어긋나는 “선제적 외교 양보(preemptive diplomatic concessions)”와 협상과정에서의 “인권문제 배제”라는 우(愚)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거슨에 따르면, 힐이 협상과정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함하는 북한인권 문제를 배제시킴으로써 동맹국인 일본에 상처를 주었으며, 미국관리로서 매우 부적절한 접근법을 취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은 힐은 “미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는 자신의 인권 기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인권 언급에 거부감을 갖는 친북세력의 인권관과 유사한 입장으로서, 거슨이 개탄하는 이유를 이해할만 하다.
북한이 “인간성에 대한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거대한 수용소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미국과 북한의 인권을 비교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며, 북한에서 일어나는 광범한 “인간적 고통”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된다고 거슨은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힐의 행동은 “외교적 정교함과 도덕적 무분별을 혼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슨은 힐式의 대북정책 접근이 “미국적 가치의 수호”와 “외교적 개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한다면서, 그러한 접근법으로 북한(중국, 이란도 마찬가지)과 무엇을 성사(成事)시키려면, 인권 이슈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러한 외교노선은 ‘자유’의 가치를 위임받은 나라에게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위선(hypocrisy)’을 강요하는 일이 된다고 거슨은 강조했다. 결국 힐式 노선은 미국의 위대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강점이라 할 “인권에의 강조와 호소”를 헛되게 한다는 것이다.
거슨은 결론적으로 힐式의 외교적 개입이 ‘도덕적 굴복(moral surrender)’을 초래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힐과 같은 외교관이 등용될 때, “(미국적 가치를 향한) 희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개탄해마지 않았다. 거슨의 이번 칼럼은 최근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에 대해 나온 비판 중 가장 강력하고 논리적인 것이다. 거슨의 칼럼은 미국의 북한인권 정책의 핵심을 구성하는 주요 근거들에 입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장관인 콘돌리사 라이스가 “바보(idiot)가 아닌 이상, 아무도 북한을 신뢰(trust)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 외교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Washington Post, 12.19) 물론 그녀의 언급은 부시행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을 신뢰한 나머지 대북정책에서 실패했다는 보수파의 비판에 대응해 나온 것이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시각을 드러낸 단면이란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국제면 톱기사와 사설을 통해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신동혁씨를 보도하면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을 지적한 것도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특별한 ‘강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포스트紙는 “신씨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단지 500명만이 그의 책을 샀다는 사실은 끔찍하다(horrifying)”고 비꼬기도 했다.(이하원 “한국은 과연 통일을 원하는가?” 「조선일보」2008.12.19)
오바마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부시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내 거센 비판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인권 등 도덕적 가치를 강조해 온 점과 맞물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 4월 韓美정상회담에서 강조된 것처럼, 韓美동맹은 ‘가치동맹’이며 ‘이념동맹’이다.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보다 확고한 입장과 정책노선을 견지할 때, 국제사회의 보다 큰 지지를 획득할 수 있으며, 대외정책에 있어 도덕적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韓美 간에는 FTA문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아프간 파병,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핵우산 제공, 북한 급변사태 시 공조 문제, 통일 협조 문제 등의 현안 문제가 앞에 놓여 있다. 韓美 양국이 북한인권과 같은 가치 문제에 입장과 정책노선을 함께 해 나갈 때, 韓美동맹은 근저(根底)로부터 힘을 얻고 중요한 존립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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