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안맞는 한국의 국익(國益), 미국의 국익
공산주의자들과 타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양보하고 패배를 가져올 뿐, 오직 힘만이 해답이다
조지 W.부시 미국대통령의 퇴임 반년남짓 앞두고 북한에 대해 '테러 지원국 해제' 통고를 하고, 핵 프로그램 검증에 합의한 것은 누가 봐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핵문제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관인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0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본부에서 미·북간 핵 프로그램 검증합의에 대해 그것은 '원칙이 아닌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면서, "핵검증 방식은 북한이 메뉴처럼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조선일보 10월 18일 A6면)
엘바라데이의 불만은 IAEA가 북한 핵 검증에서 완전히 排除(배제)됐다는 데에 있었다. 미국은 왜 세계적인 핵관련 권위기구인 IAEA를 제쳐놓고 성급하게 북한과 타협했을까?
미국은 왜 IAEA도 배제한채 북한과의 타결을 서둘렀나?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북간 핵검증 타협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일본에서는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국무성의 크리스토퍼 힐을 가리켜 김정일이라고 빗대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힐은 김정일과 유착됐다는 것이다.
힐과 함께 평양을 자주 드나드는 한국계 미국인 국무성 관리에 대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970년 한국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K씨의 아들인 그는 1980년대 후반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할 때 한국의 젊은 여대생들과 많은 艶聞(염문)을 퍼뜨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몇 명은 그와의 婚約(혼약)설을 퍼뜨리고 다녔다고도 한다.
'남조선' 사정에 밝은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에서 그러한 소문을 모를 리가 없다. 그들은 이 한국계 미국관리를 그냥 두었을까? 점잔히 공식적인 외교교섭만 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만약, 만약에 조선로동당이 이 한국계 미국관리를 酒色(주색)의 함정에 빠뜨렸다면? 만약에 그랬다면 그는 도리없이 코가 꿰었을 것이다.
이것은 가정(假定)이며 상상의 域(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외교의 무대는 007을 능가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恒茶飯事(항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과거의 국군주의 일본이나 공산주의 독재 체제하의 소련에서는 보통사람들의 상식과 통념으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예컨대, 러일전쟁 前夜(전야), 러시아의 혁명 氣運(기운)을 눈치챈 일본은 아까시 모토지로라는 육군대좌(대령=후에 조선군 헌병사령관)에게 당시의 돈 2백만엔을 줘, 레닌 등 혁명분자들에게 재정지원을 했다, 여러 가지 경위는 있었지만 일본과 러시아는 일본의 도움을 받는 혁명분자들의 훼방으로 전쟁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전해진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공산당의 첩보활동과 외교
제1차대전 당시의 독일 여간첩 마타하리는 그 후 여간첩의 대명사가 되었다. 또 제2차대전중 소련은 일본과 樞軸(추축=동맹)관계에 있는 독일의 신문기자와 외교관을 가장시켜 일본군부 중추부와 가깝게 지내게 하여 중요한 정부를 취득케 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독일공관의 외교관 또는 신문기자로 행세하던 조르게라는 간첩이 바로 그였다.
바로 얼마전 북괴 간첩질을 하다가 검거된 원정화, 해방직후 남로당과 북로당 간의 연락책을 맡았던 정재한… 등등 여간첩의 예는 많다.
우리가 미국과 북한간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핵프로그램 합의가 석연치 않다고 의심하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외교와 첩보활동 때문이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독재국가에는 반드시 있다. 북한에는 강동정치학원이라는게 있고, 군국 일본에는 나까노 갓고(中野學校)라는 정보학교가 있었다. 둘다 한번 들어가면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부모도 형제도 처자도 없게 마련이다.
미국의 배신행위들
만약에 북한의 강동학원을 나온 미모의 젊은 여성이 黨(당)의 명령에 따라 미국의 외교관을 녹여 북한의 의도대로 유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면 그리스토퍼 힐이나 한국계 미국인은 그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공산주의자와는 협상은 금물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의 믿음이었고, 한때 공산주의를 신봉했던 박정희의 신념이었다. 공산주의자들과 대화하고 타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양보하고 궁극적으로는 패배를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들에게는 힘만이 해답이다.
공산주의자들은 힘에 부치면 손을 들게 마련이다. 1950년대의 지리산 공비(共匪)들이 그랬고, 1980년대말의 구소련이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만은 옳았고 소련을 패망케 한 로날드 레이건의 신념은 정당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미·북 핵 합의 후의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에 있다. 미·북 합의는 대세(大勢)인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버럭 오바마의 노선은 대한민국 국익에도 합치되는가?
해방 후 미국은 우리에게 크고 많은 은혜를 베풀었다. 그러나 1951년 6월 소련의 휴전제의를 받아들인 미국의 국익은 한국의 국익은 북진통일이었으며, 미국은 한국의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휴전을 강행·성립시켰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은 1882년 朝美修好通商條約(조미수호통상조약(제1조))에서 '체약국(締約國)의 일방이 외부의 침탈을 당하면 다른 일방이 돕는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러부터 23년 후인 1905년 미국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국을 침략하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문서(태프트∼가쓰라 밀약)를 교환했다. 이유야 어디 있든 이건 분명히 미국의 배신행위였다.
덜레스가 이승만의 포로석방 비난하자 "미국이 한국에 온 것은 자유수호 때문 나는 포로들의 자유 위해 석방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미국이 북한과의 핵프로그램 합의를 일방적으로 한 것도 또 다른 배신행위다. 물론 미국 측에도 그 나름의 이유야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수십년래 일치되어 왔다. 북한에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존속하는 한 한미양국은 그 확산을 막기 위해 동맹을 유지해 왔으며, 그 북한이 핵무기까지 보유하는 것을 극력 저지하고 억지하기 위해 두 나라는 주변국들과 함께 국제적인 공조(共助)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미국은 북한과 단독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합의를 하고 말았다. 미국에는 세계적인 碩學(석학)들도 많다. 닉슨 정부의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로부터 현 부시정부의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에 이르기까지 기라성 같은 학자 또는 학자출신 정치가들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름잡아 왔다.
그러나 70년 묵은 이무기 같은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것은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키신저는 베트남에서 미국의 敗退(패퇴)하는데 一助(일조)했을 뿐이다.
영국병을 고친 마가렛 대처는 석학이 아니라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과감한 실천력을 가진 정치가(Statesman)였다.
이승만은 그 선구자였다. 그는 武裝(무장)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맨주먹으로 막는 세계적으로 위대한 정치가였다. 그는 맹방 미국정부 수뇌의 욕을 먹으면서 2만 3천여 명의 반공 포로로 과감히 비밀리에 석방시킴으로써 그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 후 이승만은 워싱턴에서 있은 아이젠하의 미국대통령과의 확대정상회담에서 덜레스(국무장관)가 면전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연설을 듣고난 다음 다음과 같이 반박,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을 침묵 시켰다.
"내가 알기로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멀리 한국에 파병, 수만명의 피를 흘렸다.… 나는 이점 미국과 하나님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공산군 포로들 가운데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포로들이 매일 포로수용소 안에서 공산포로들에 의해 살해되고 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갈구하며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공산군 포로들이 무려 2만 3천여 명에 이르렀다. 나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수용소 문을 열어 주었다. 나의 명령이 미국의 정치신조와 배치되었다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 시켜라.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해 단독으로라도 북진할 것이다.-"
대화와 협상은 어느 한쪽 양보없이 타결안돼 미국은 언제나 북한에게 양보해 왔다
이승만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아이젠하워 대통령, 덜레스 국무장관, 오바 브레들리 합참의장 이하 아무도 아무말도 못했다. 이대통령은 한국말로 "고얀놈들!!"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크와 참모들은 한국의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이 사실은 이승만을 수행했던 군 고위장성의 증언이다. 미국 수뇌부를 침묵케 한 이승만의 탁상연설의 主旨(주지)는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에 와 피를 흘렸다. 나는 같은 취지로 반공포로들을 석방시켰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승만의 논리에 반박하지 못했다. 지금 북핵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승만처럼 도도하고 당당한 논리로 설복시킬 한국의 지도자는 없다.
더구나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 버럭 오바마는 적(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선거공약으로서는 과거 아이크의 휴전공약이나 마찬가지로 '신선'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크가 성취한 한국휴전은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초래했을 뿐이다.
오바마의 '적과의 대화·협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그것은 또다시 한국인이 원치 않는 바람직하지 않을 결과를 빚을 것이 19중 8·9의 가능성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화와 협상은 어느 한쪽의 양보 없이 성립될 수 없다.
미국은 언제나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양보해 왔다. 1950년대의 휴전협상으로부터 1990년대와 현재에 이르는 북과의 핵 협상에서 미국은 늘 양보만 해왔다.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미국이 종이호랑이임을 증명했고, 북한을 강성대국으로 만드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미국의 오바마와 북한의 김정일, 어느 쪽이 양보할 것 같은가. '남조선의 혁명완수'가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여길 북한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목마른자는 북한이 아닌 미국이다. 왜? 미국은 한국민의 운명보다 자국(自國)의 이익을 언제나 앞세운다.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이익은? 러시아와 중국대륙 그리고 태평양과 미대륙간의 Buffer Zone(완충지대)으로서 안정된 지역이면 족한 것이다.
오바마의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것이 대한민국이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건 미국으로서는 큰 문제가 아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지도층이 건전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제도 및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고히 정착될 수 있는 나라라고 평가받는다면 미국은 일본과 더불어 한국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층이 부패무능하고 민중이 툭하면 폭발하는 사회주의 경향의 한국에 대해 미국은 內心(내심) 포기했을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1973년 공산월맹과의 협상에 타결을 본 미국이 자유 월남을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1975년 4월 30일 월맹군이 사이공에 탱크를 몰고 입성했을 때 쓸만한 월남인, 돈있는 월남인만을 헬리콥터에 급히 실어 날랐다. 그리고 대다수 자유베트남 인민은 공산당의 무자비한 숙청 앞에 무방비하게 내버려두었다.
한국의 지도층, 있는자들도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4천만 이상의 대다수 한국민은 6.25 직후나 마찬가지로 공산당이 잔혹한 숙청과 학정 앞에 여지없이 노출되고 말 것이다.
오바마로 시작되는 새로운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한국의 운명은 그 평가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도형(한국논단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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