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파병, 국제사회 일원으로 한국역할 고민 할 때
아프간 재건에서 배운 노하우는 정권 붕괴 이후 북한을 재건하는 데도 매우 큰 경험
미국이 내년 상반기 중 아프가니스탄에 최대 3만 명의 병력을 증파할 계획이라 한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부시 행정부가 아프간 문제에 소홀했다며 아프간에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오바마의 대테러전쟁 전략에 맞춰 아프간 지원 움직임 본격화 된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병력 증파와 관련 한국에게도 지원 요청이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0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 아프간에 대한 한국의 기여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아프간은 미국의 실패한 전쟁’이라며 파병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인터넷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파병논의 앞에서 우리가 먼저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아프간 상황이며, 아프간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다.
2004년 10월, 아프간에서는 대통령 선거가를 치르기 위해 많은 우역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선거준비단에 대한 반정부 세력들의 테러공격은 물론이고, 지방 군벌들의 방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전통적인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여성들의 선거참여는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아프간은 어렵게 선거를 치렀고 최초 직접선거를 통한 민주 정부를 수립했다.
미군의 탈레반 축출 후 아프간 정권 수립까지 국제사회는 아프간 재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쳤다. 연합군은 2001년 12월 아프간 재건을 위한 주요과제를 선정하고 각 사업별로 주관 국가를 선정한 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정규군, 이탈리아는 사법제도, 독일은 경찰, 영국은 마약퇴치 프로그램, 일본은 민병대 무장 해체 등과 같이 재건을 위한 역할을 분담하고 유엔과 협조 하에 하나씩 아프간 재건의 밑바탕을 다져갔다.
파병된 각 국의 부대는 지역의 치안 유지는 물론, 학교를 세우고 의료 봉사에 나섰다. 주민들을 동원해 마을에 신작로도 건설했다. 물론 보수도 주었다. 또한 부족장을 설득해, 민병대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이들에게 직업을 알선해 주는 일도 진행했다. 부족 간 분쟁을 막기 위한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연합군의 활동은 2002년 파견된 한국의 동의.다산 부대 활동이기도 했다. 동의 부대는 5년 10개월의 파병기간, 25만 9천여 명을 진료하는 기록을 세웠다. 아프간 주민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섰으며, 세 시간이 걸리는 길을 걸어오기도 했다.
이런 연합군의 활동을 통해 점차 아프간은 근대적 국가로 변해갔다. 이는 수도 카불의 변화가 말해준다. 늘어난 차량으로 카불의 중심지 도로에 교통신호등이 등장했다. 아프간 유엔군사고문단장을 지낸 채수문은 “죽은 카불이 다시 살아났다”며 “영어 학원과 컴퓨터 학원은 콩나물시루며, 은행도 여러 개가 생겨서 외국 기업의 아프간 진출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소련의 침공과 탈레반의 등장 등으로 죽음 도시였던 카불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자동차와 자전거로 가득 메워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지금 카불에서는 인도, 미국 대사관 등을 겨냥한 자살폭탄테러가 계속 되고 있다. 아프간이 다시 탈레반의 공격으로 수렁에 빠진 것이다. 아프간의 전세가 바뀐 1차적 책임은 카르자이 정권의 무능 때문이다. 다양한 민족 분포를 가진 아프간은 내각 구성에서도 이를 반영해야만 했다. 대통령은 최대 민족인 파스툰 출신 하미드 카르자이를 세웠지만 국방부와 군 등 국가 보안 기구는 두 번째로 큰 타지크계가 장악했다. 민족 간 자리 나눔으로 구성된 아프간 내각은 한 목소리로 국가 재건에 나서기에는 힘들었다. 이들의 무능은 부패로 연결되고, 그 틈을 타 탈레반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간 것이다.
또한 탈레반은 양귀비 농가에서 세금을 거두는 형식으로 군자금을 모으고 있다. 미군은 달리 수입원이 없는 아프간 농민의 비밀 재배를 막을 재간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이르게 된 데에는 미군이 돈을 적게 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르자이 정권에 대한 미국의 후원이 약해지자 최근 1~2년 새 지방 무장세력이 지역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중앙에 내지 않고, 현 지사 등 지방의 요직 인사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사태가 버려졌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아프간 경제상황은 악화돼, 40%를 웃도는 실업률에 2천6백만 인구의 3분의 2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어렵사리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아프간에 시련이 닥친 것이다. 수많은 병사들과 아프간 주민들의 희생으로 다져진 아프간 근대화가 여기서 주저앉게 된다면 아프간은 물론, 국제사회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21세기 자유와 풍요 속에 살아가는 나라보다 여전히 빈곤과 독재 속에 신음하는 나라가 많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와 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일으켜 세워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프간이 탈레반 손에 넘어가지 않고, 주민들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안확보다. 탈레반의 공격으로부터 주민들의 생활을 지켜내기 위한 병력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교육과 의료 시스템 등 근대 국가 건설을 위한 기본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아프간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관심 갖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아프간 재건에서 배운 노하우는 정권 붕괴 위기에 놓인 북한을 이후 재건하는 데도 매우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www.cfe.org/)
이유미(시민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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