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보유국이 될 수 없는 이유
고유명사 ‘핵국’과 보통명사 ‘핵국’은 차이..북한 '핵국'표현은 포기와 폐기의 대상일 뿐
새해 1월 1일 북한은 늘 그렇듯이 신문에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했다. 여기서 북한은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는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일관해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북한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북한의 실체를 똑바로 알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앞으로의 대북정책에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 생각한다.
최근 미국에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 또는 ‘핵국’으로 지목하고,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기정 사실화하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를 두고 미 정부가 북한을 ‘핵국’으로 인정할지 모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때 6자회담의 성격이 바뀌고 북한 비핵화 시기와 협상 방식이 크게 후퇴할 것을 우려한다.
미측은 즉각 북한을 결코 ‘핵국’으로 인정치 않았으며, 표현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측의 표현과 의도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북한을 ‘핵국’으로 표현한 것은 단순 실수일까, 아니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이미 큰 변화가 생겼거나 또는 큰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일까.
국제 핵비확산 체제와 미국 비확산법을 보면 미국이 북한에 핵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혼란이 발생했나. 우선 고유명사 ‘핵국’과 보통명사 ‘핵국’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고유명사 ‘핵국’은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라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해 합법적 핵국 지위를 부여받은 나라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이에 해당된다. 1995년 NPT가 영구적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향후 5개국 이외 누구도 법적으로 핵국이 될 수 없다.
그런데 NPT체제 수립 당시 이를 거부하며 핵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이다. 이 나라는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됐고 또한 비핵화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통 ‘사실상(de facto) 핵국’으로 불린다. 이들이 ‘불법적’ 핵국은 아니지만, 세계 보편규범인 핵비확산체제를 위반했기 때문에 ‘탈법적’ 핵국으로서 정치적 비판과 경제제재의 대상이 된다. 최근 미국이 인도의 핵국 지위를 법적으로 사실상 인정해 국제적 논란이 크게 초래된 적이 있다.
한편 북한은 ‘불법적’ 핵국 범주에 해당된다. NPT 회원국인 북한은 핵개발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NPT에서 탈퇴, 핵개발에 성공한 나라다. 북한은 NPT 탈퇴 규정을 남용한 최초 사례이므로, 국제사회는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핵비확산에 관심이 많은 오바마 당선자도 이를 지적하며 NPT 체제의 강화를 주장한 적이 있다. 북한 핵실험(2006.10) 이후 유엔안보리가 결의 1718호에서 대북 제재를 요구한 것도 북핵의 불법성을 보여준다.
미국이 북한을 ‘핵국’으로 기술했다고 북한이 결코 합법적, 또는 사실상 핵국이 되지 않는다. 이 표현은 핵실험과 핵개발에 성공한 북한을 단순히 보통명사 ‘핵국’으로 지칭한 것이다.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핵개발에 성공한 ‘사실상’ 핵국과도 다르다. ‘사실상 핵국’은 원래 NPT 회원이 아니었고, 핵포기를 천명한 적도 없다. 따라서 현재 9개 핵무기 보유국을 5(합법적 핵국)+3(사실상 핵국)+1(불법적 핵국) 등 3개 범주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속적 보유의 대상으로 핵무기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포기와 폐기의 대상으로서 핵무기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말했다고 해 그 보유를 정당화하지 않는 것은 ‘인질범이 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인질범의 흉기 보유를 정당화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북한을 ‘핵국’으로 표현한 것은 북한 핵무기의 위험성과 비핵화의 시급성을 강조했을 뿐이다.(konas
전봉근(외교안보연구원 교수)/ http://kookba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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