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고치기` 에 대비하라
"北의 대남 압박은 美 주의 끌기 위한 땡깡 무력도발 할 수 있어 만반의 준비 갖춰야"
북한의 어거지가 점입가경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의 군사ㆍ정치적 합의를 모두 무효화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 간 `정치ㆍ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들`에 대한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군사경계선(NLL)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1월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대남 전면 대결을 선언한 뒤 2주 만의 일이다.
이번 선언에서 조평통은 군사ㆍ정치적 합의 무효화의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 중에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신임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공세도 포함되어 있다.
뒤이어 북한 노동신문은 2월 1일 조평통 성명을 거론하면서 "북측 경고에 대한 남한 정부의 외면이 현재 한반도의 정전상태를 감안할 때 군사적 충돌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막 출범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조만간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통미봉남`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이명박 정부를 말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압박해 대북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합의라고 강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폐기한다고 밝힘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6ㆍ15 및 10ㆍ4 선언 불이행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간 합의서 가운데 정치ㆍ군사적 사항들이 가장 포괄적이고 상세하게 들어 있는 문건이다. 기본합의서는 발표 이후 지켜지지 않아 사문화되고 말았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는 장관급 및 장성급 회담 등을 통해 이 합의서 내용을 중심으로 정치ㆍ군사적 대결 해소를 위한 다양한 합의조치가 취해짐으로써 남북기본합의서는 사실상 6ㆍ15 선언 이후 남북 간 긴장 완화의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남북기본합의서 폐기는 그동안 이룩된 남북관계의 진전을 완전히 수포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대남 강경 태세와는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공산당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은 결국 미국에 들으라는 소리다.
북한은 오바마가 북한을 봐주기를 원하지만, 지금 미국은 금융위기 때문에 북한의 생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북한이 나를 봐달라고 떼쓰는 데도 미국이 봐주지 않으면 북한이 미국의 주의를 끄는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한마디로 사고를 치는 것이다. 북한이 사고를 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서해에서 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제한적 무력충돌이나 시위를 예상할 수 있고, 비무장지대에서의 대남 비방 선전전을 재개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사고치기`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정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다가오는 꽃게잡이철에 또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정녕 대결 태세로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되는 북한의 대남 협박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우리 정부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제한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결연히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습관화된 대남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때 남북 간의 기형적인 대화문화가 바로 잡히고 궁극적으로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www.sejong.org)
이상현(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매일경제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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