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화를 구걸할 것인가?
남한의 종북·친북세력, 민주당, 그리고 일부 여당 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북한에 돈과 물자를 제공하면서 대화를 구걸해서는 안된다.
지난 가을부터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협박해왔다. 지난 달 30일에는 남북한 간에 이루어졌던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을 무효화’한다고 선언하고, 구체적으로 서해의 북방한계선(NNL) 철폐를 추구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대남협박 수위가 높아지자, 남한 사회의 친북세력은 물론이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잘 못 된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부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급기야는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의 일부 의원들도 신임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현인택 장관 내정자에게 북한에 대해 대화의 손길를 적극적으로 내밀라고 주문했다. 현인택 내정자는 자신의 장관직 임명이 무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그러한 주문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압력을 수용하려는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지금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협박을 가하는목적이 무엇이며, 지난 10년간 이루어진 남북대화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그런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협박을 가하는 목적은 남북한 간의 대화가 아니다. 남한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에 북한은 남한과 대화를 진행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대화는 기피해왔다. 남한이 대화를 하자고 제의하면 북한은 대화에 응해주는 대가를 요구했다. 북한은 대가를 받고 나면 성실하지 않은 자세로 남북대화에 응하다가 적당한 구실을 마련하여 대화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다시 남한에서 미끼를 제시하며 대화를 제의하면 북한은 대화에 불성실하게 응하여 미끼만 챙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를 중단했다. 지금도 북한은 남한에 대해 협박을 가하면서 남북대화 재개는 전혀 요구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 협박을 가하는 목적은 남한으로부터 돈과 물자를 얻어 가는데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김·노 정부가 취해오던 ‘대북 퍼주기’를 중단했다. 지난해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이 북한병사의 저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그 사건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요구했고, 북한이 그에 불응하자 남한 관광객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금강산 관광을 금지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전의 정부들이 해온 ‘퍼주기’를 중단하고, 북한의 중요한 달러 공급원인 금강산 관광을 금지함에 따라 돈과 물자의 중요한 공급원을 상실한 북한은 돈과 물자의 공급을 재개하라고 남한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김·노정부 시기의 남북대화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아니었다. 개인 간이건 집단 간이건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대화 쌍방이 상호존중의 자세를 가져야 하며, 교환하는 정보와 의견들이 진실해야 하며, 이루어진 약속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김·노정부 시기의 남북대화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갖추어야 할 이러한 3가지 조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남한은 북한을 존중하고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해 북한은 남한을 존중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북한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기를 거부했고, 장관급 회담을 진행할 때 남한은 장관을 대표로 파견하는데 북한은 차관에도 못 미치는 내각참사를 대표로 파견했으며, 북한은 일부 회담에서는 남한의 대표단 구성과 관련하여 특정인이 대표로 나오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자기들과 대화하려면 남한의 특정인을 특사로 북한에 보내라고 요구했다.
남한은 개방 국가이기 때문에 남북 대화에서 북한에 대해 거짓 정보나 의견을 말할 수 없는데 반해, 북한은 폐쇄국가인 점을 악용하여 거짓 정보와 의견을 말해왔다. 남한에는 친북세력과 정부 비판 언론매체들이 남북 대화에서 남한 정부의 거짓말을 감시·폭로하는데 반해, 북한에는 북한 정부의 거짓말을 감시·폭로할 세력이 없다. 그래서 북한은 남북 대화에서 끝없이 거짓말을 해왔다. 북한은 자기들이 핵무기 실험을 했다고 발표하기 직전까지 한국대표단에게 자기들은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않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북한은 남한에서 보낸 쌀을 군대의 식량으로 사용하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거짓말 해왔다.
북한은 남북 대화에서 합의된 사항들의 매우 많은 것들을 이행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서울방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서해지구의 NNL불침범과 군사 핫라인의 설치·운영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휴전선 선전물 철거도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은 심지어는 각종 회담의 개최일정에 관한 합의도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은 김·노 정부 이전 시기에 진행되었던 남북 대화에서 합의된 사항들도 이행하지 않았음은 말할 것이 없다. 북한은 오직 북한에 돈과 물자가 직접 공급되는 것들과 관련된 합의만 이행했다.
이처럼 김·노 정부시기의 남북 간 대화가 진정한 의미의 대화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들을 전혀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동안의 남북 간 대화는 그것이 추구하는 목적인 남북 간의 화해를 유도하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 동안의 남북대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했고, 남한에서 종북세력 및 친북세력을 확대하고, 북한정권과 남한 내 반(反)대한민국세력간의 통일전선을 강화해주는데 기여했으며, 한미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데 기여했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 동안의 남북대화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남북대화의 당위적 목적인 남북 간 화해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 역행하고 대한민국의 안전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을 협박하는 북한의 목적이 남북 간 대화가 아니라 남한으로부터의 돈과 물자의 공급 재개라는 사실과 김·노 정부 시기의 남북대화 실태를 고려한다면, 민주당 전부와 여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이니시에이티브를 취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나, 이 정부가 그 압력을 수용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종북세력이나 친북세력이야 그런 압력을 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며, 그런 이상한 압력을 수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남북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나아가서 화해가 이루어지려면, 남북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긴장완화와 화해를 유도할 수 있는 남북대화는 앞서 적시한 진정한 의미의 대화에 필요한 기본조건을 갖춘 대화여야 한다. 대화를 통해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화해를 유도하려면, 북한이 남한과 진정한 의미의 대화에 응할 자세를 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진정한 대화가 아닌 남북대화는 긴장완화와 화해가 초래될 듯한 착각만 불러일으킬 뿐 실제로는 남북 간의 불신을 강화함으로써 긴장완화와 화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북한의 협박이나, 남한의 종북·친북세력, 민주당, 그리고 일부 여당 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북한에 돈과 물자를 제공하면서 대화를 구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한과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전개할 자세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남한의 구걸에 의해 이루어지는 남북대화는 지난 10년 동안에 이루어졌던 잘못된 남북대화와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협박은 다른 수단으로 대응해야지, 대화의 구걸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http://blog.daum.net/pre-agora/2)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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