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교안보 중요성 간과하나?'
이홍구 前 국무총리, '현 국가위기의 성격과 전망' NSI 강연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경제적 고통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사회 지도층과 대부분 전문가들이 암울한 진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998년 IMF 직후 김대중 정부에서 駐 미 대사를 지내기도 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당시의 위기상황과 현 위기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홍구(현 평화통일자문위원, 중앙일보 이사회의장) 전 국무총리는 지난 “1997년부터 불어닥친 당시 위기는 여러 나라가 당면한 경제 위기였지만 세계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위기는 아니었다”며 “거기에 비해 오늘의 위기는 역사의 전환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역사 자체를 바꾸는 성격으로 훨씬 더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고 현상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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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국무총리는 4일 아침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양수길)주최 수요정책포럼에 초청강사로 참석해 '현(現) 국가위기의 성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오늘의 상황을 하나의 '전환기'로 보고 "우리만의 특수성이 있지만 일반론적으로 봐서 세계정치를 큰 눈, 국제 환경적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환기의 초점은 적응,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표현으로 이 경쟁에서 보다 잘 적응하는 나라도 있고,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지만 위기를 겪고 나서 적응하는 나라는 승자로, 그렇지 못한 나라는 패자로 갈리게 된다"며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해, 위기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유무가 곧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총리는 오늘의 경제위기 아래서 세계의 세력판도가 미국과 중국을 빗댄 G2와 G7, 그리고 G20 등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논의도 있지만 우선은 두 가지 큰 과제가 이번 위기를 통해서 나타났다고 설명해 나갔다.
그 첫째는 정치와 경제 관계로 칼 마르크스의 영향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경제에서 해결된다는 '경제 제일주의'로 경제가 독립변수고 정치, 문화 등 다른 것이 종속변수라는 말을 해왔다며, 그러나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과 같은 위기를 발생케 한 환경의 책임이 경제가 아닌 정치라는 말이 나오면서 어떤 것이 독립변수고 종속변수인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기서)학문적인 논의는 할 필요가 없고 경제위기가 심각하지만 이를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할 것인가는 정치적 선택이다"며, 최근 국회에서의 폭력사태를 칭하며 "정치파탄을 걱정하는 것은 적절하다. 당장 시급한 것이 정치 파탄이고 그래서 정치적 선택인데 이것을 국가가 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했다.
또 이와 관련해서는 '권력의 적자운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인기도를 언급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 국민들은 오바마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것은 정치학적으로 볼 때 기반이 강해진다는 것이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특히 우리 정치현실과 관련해 "제일 위험한 것이 권력의 적자운영"이라고 말했다.
즉 "수입이 없고 지출이 많으면 파산되는 것처럼 정치에 있어서도 정부는 권력으로 움직이는데, 권력에 대한 지출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상승한 만큼 수입이 있어야 균형된 운영을 할 수 있다"며 "이 수입은 체제에 의해 달라지지만 민주주의체제에서는 국민의 지지가 수입이므로 지지가 많으면 권력에 대한 수입이 많아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매우 불안한 운영 양태를 보이게 된다"고 정치학자로서의 식견을 내비쳤다.
그래서 "정치의 파탄을 빨리 막아야 한다"며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간단한데도 자주 간과된다"고 우리의 정치권을 겨냥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외교력이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예산 확충의 어려움 등 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자원 투입을 주저하고 국민이나 정부 내에서도 잘 통용되지 않고 있다"며 외교적인 차원에서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취임이 국가위상에 큰 성과인데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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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북한 자체가 특수한 체제가 되어 역사의 흐름에서 예외적인 체제가 됨에 따라 한반도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역사흐름에서 예외지대가 되었다"며 "역사적 과제는 이 예외적 상황을 어떻게 풀면서 탈피해 역사의 주류로 합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이 제안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는 "오바마 개인은 절대로 외부의 압력으로 약한 이미지를 보일 수 없는 입장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위치에서 국민을 이끌고 가려면 강한 모습으로 나와야 정치적 생명이 생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으로 인해 북한의 대남 비방이 가열되고, 도를 더해갈 가능성도 있으며 내부적인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핵과 관련해 "남북관계는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이 균형이 그 날로 깨진다. 절대 핵은 안 된다. 동북아 지역에서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는 우리와 일본이다. 그래서 일본도 북한 핵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또 더 큰 이유는 1992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한반도에 핵무기 없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때문에 어떤 이유로도 북한의 주장은 정당화가 될 수 없다. 김일성이 동의한 선언이다. (설령)김정일이 아버지 실수라고 하더라도 이 원칙 지켜야한다. 우리가 그렇고 일본도 동일하며, 중국도 이해하는 입장이다"고 북핵 불허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우리 정치와 관련해 "경제위기가 심각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정치외교이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지난 1987년 민주화이후 우리 한국정치의 흐름을 대별하고는 문제는 민주화 1기이후 '민주화의 제도화'로 넘어 갔어야 하나 그렇지 못함으로 해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리는 법 준수와 관련해 지난해 국회에서 발족한 헌법특위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헌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하는데, 역대 대통령부터 심지어는 헌법재판소까지 헌법을 지켜야한다는 의지를 갖지 못했다"며 "헌법을 준수하고 법을 지키겠다는 '헌법문화'를 지켜야 정치 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또 이와 연관해서 "국민이 좀더 관심을 갖고 논의에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하고 그 장이 국회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금년을 넘기면 대통령 선거문제가 있기에 헌법 논의가 어렵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헌법 논의를 꼭 임기 말쯤에 했다. 빨리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양수길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의 처지를 타이타닉호 갑판 위에서 선원들이 싸우는 상황으로 비유했다.
양 원장은 "세계 금융위기가 나날이 심화되고 한국 경제도 그렇고 북한은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데 국회는 싸움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비판의 화살을 보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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