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態가 밉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말은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부족했고, 우리 사회의 법치 개념과 수준이 크게 밑돌았기에 세인들의 입에서 어쩔 수 없이 오르내리던 말이다. 그런 까닭에 당시에는 주먹을 쓰는 것에 어느 정도 동정과 공감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곧 '법의 위상이 주먹보다 못하다'는 법치 부정의 의미가 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에 빚어진 용산 참극 이후 이 말이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그것도 법과 제도보다는 주먹이 우선하는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는 듯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과 제도가 충분히 구비되어 있고, 국민적인 법치의식도 지난날에 비해 현격하게 향상된 현실임에도 이런 말이 횡행하는 것을 보니 이 나라의 법치 수준이 5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용산 사건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져가고 있지만, 그 후유증 탓에 우리 사회가 또다시 몸살을 겪지나 않을까 염려도 된다.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법치'라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을 왜 나만 지켜야하는가'하는 불평불만이 고조될 것이고 그럴 바에야 직접 나서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법치 부정 풍조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가 많을수록 그 사회는 폭력이 통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는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용산참사는 우리 역사의 불행한 한페이지를 장식할 게 분명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의 과실이 중한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이번 참사로 인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서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또 한편으로는 선량한 철거민을 폭도로 만든 세태(世態)가 마냥 한탄스럽기만 하다. 철거민들의 불법폭력시위로 인해 자식을 앞세운 고(故)김남훈 경사의 부친이 그들을 향해 "미워할 수가 없지요.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렇게 나섰겠습니까"라고 한 것은 아마도 그들을 그런 지경으로 내 몰은 이 세태가 더 미웠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타까워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고만 놓고 본다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지나지 않으나, 동일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책임 소재의 규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이어 또 다시 우리 사회에 불거진 '불법폭력 시위와 공권력 행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시각을 차제(此際)에 확실히 정립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민노당, 그리고 광우병 촛불을 연장해 또다시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친북좌익의 준동(蠢動)을 묵과한다면, 목전(目前)의 경제 난국 극복은 물론 선진 조국의 미래 역시 기약(期約)할 수 없다.
용산 화재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경찰관과 철거민들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애도하며, 그 유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konas)
류기남(자유시민연대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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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오전 9:4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