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파병과 한국해군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에 걸 맞는 해군의 모습으로 거듭나야..삼면의 바다와 독도/이어도를 방어하고, 소말리아 해적까지 소탕하기에는 너무나 열악
해외로 파병되는 한국 최초의 전투함인 문무대왕함(4500톤 구축함, DDH-2)이 2009년 3월13일 진해항을 출항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국적상선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함정을 직접방문하고 격려사를 통해 “우리 청해(淸海)부대는 이역만리 바다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파병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이번 소말리아 파병은 유엔 안보결의안에 따라 해상수송로의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우리해군 전투함으로서는 첫 해외파병”이라며“평화유지활동(PKO)·대테러·재난대비 등 세계평화와 안녕을 위해 맡아야 할 우리 군의 국제적 책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또“대한민국은 이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따라가는 나라에서 이끌어 가는 나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세계 13위권의 경제규모와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기여를 충실히 해 나갈 것이며 그 최 일선에는 유능하고 잘 훈련된 우리 군이 있다”고 말해 군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역사적인 장도에 오른 청해부대는 부대장 장성우(해사39기) 대령의 지휘 아래 문무대왕함 승조원을 포함해 해군 항공요원, 해군 특수전요원(UDT/SEAL)으로 구성된 검문·검색팀 등 총 300여 명의 병력으로 편성돼 있으며, 소형헬기(Lynx)와 고속단정(RIB)을 탑재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다국적 함대의 해적 소탕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이태리 해군구축함의 한 장교는 해적추적의 어려움을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다국적군의 전함은 레이더, 소나(수중음파탐지기), 적외선 카메라, 공격용 헬기에다 15㎞ 밖에서도 적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함포까지 갖춘 최첨단 전함이지만, 벌떼처럼 치고 빠지는 해적들을 당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영국·그리스·터키·인도·프랑스·러시아 등 10여 개국이 첨단 전함으로 해적을 쫓고 있지만, 해적들은 주눅이 들기는커녕 갈수록 더 교활해지고 있다고 NYT는 2008년 12월15일 보도했다. 해적들은 최근 홍해 입구에서 소형 쾌속선 20~30척이 한꺼번에 선박납치를 시도하는 형태로 전술도 바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적들은 2008년 한해 70여 척의 배를 납치하고, 현재 선박 19척과 선원 400여명을 억류하고 있다.
금번 우리 전투함의 해외파병을 반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구축함 한 척으로 임무를 완수하기에는 제한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함재(艦載)헬기인 Lynx는 원래 대잠수함/대수상함 용으로 제작된 소형헬기로서 해적소탕 작전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은 함정 2척에 중형헬기를 탑재해 보낸 것이다. 중국은 2008년 12월26일 군함 3척을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견했다. 구축함인 우한(武漢)호와 하이커우(海口)호, 보급함 웨이산후(微山湖) 등 3척으로 구성된 함대다. 해군특전대 70명을 포함해 모두 800여명의 장병이 승선하고, 구축함에는 중형헬기(Ka-28)를 1대씩 탑재하고 있다.
일본은 2009년 3월14일 호위함 2척(사자나미, 사미다레)을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견했다. 특수부대원을 포함해 약 400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2대의 중형헬기(SH-60K)와 고속단정 이 탑재돼 있다.
둘째, 해군의 군수지원함(보급함)이 같이 가지 못한 문제다.
해상작전에서 유류와 보급의 현장지원은 필수다. 군수지원함은 항상 구축함과 같이 행동하면서 필요한 군수지원을 바로 제공한다. 구축함은 자주 유류를 수급해야 한다. 그런데 문무대왕함은 인근에 미국 등 동맹국 지원함이 없을 경우에는 항구로 돌아가야 한다. 호송작전을 계속 수행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어려움을 미리 알고 우리정부는 일본해상자위대 보급함에서 유류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타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2009년 2월22일 일본아사이(朝日)신문에 보도되었다. 유류뿐만 아니라 주식·부식, 탄약, 보급품 그리고 고장장비 수리를 위한 부속품도 문제가 된다. 군수지원함이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에 보급함이 같이 갔다. 일본은 인도양에 테러와의 국제전쟁 지원을 위해 함정 3척(구축함 2척, 보급함 1척)이 이미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해상에서 쉽게 보급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한국해군은 3척의 군수지원함을 보유하고 있으나 소말리아에 보낼 여력이 없다.
셋째, 한국해군의 함정부족 문제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정상적인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구축함 2척과 군수지원함 1척을 같이 보내야 한다. 그러나 해군의 사정을 고려할 때 작년에 해외파병 계획초기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지금 우리 해군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따로 있다. 소말리아 해적보다 북한의 해상 무력도발 위협이 더 다급하다.
북한이 2009년 1월에 ‘대남 전면대결’과 ‘서해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NLL과 서북도서(백령도·연평도 등) 방어를 위해서는 문무대왕함 급(DDH-2) 함정 3척이 현장에 항시 배치되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함대함·지대함·공대함 등) 위협 때문이다. 수리/정비와 교육훈련 등을 고려하면 총 9척이 필요하고, 소말리아에 한 척을 고정 배치하기 위해서는 3척이 필요하다. 총 12척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은 6척뿐이다. 따라서 서해에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 문무대왕함은 작전을 중단하고 귀국해야할 처지다.
작년까지 필자도 전투함 해외파병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소말리아 해적을 논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북한은 ‘제3차 연평해전’ 발발 운운하여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미사일과 해안포를 서북도서 주변에 증강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잠수함정을 10여척 증강하여 총 7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잠수함 10여척이 전부다.
우리해군은 4만1천여 명의 병력과 170여척의 함정으로 북한해군 6만 여명과 810여척에 대응하고 있다. 함정과 병력이 모두 부족하다. 이것이 바로 삼면의 바다와 독도/이어도를 철통같이 방어하고, 소말리아 해적까지 소탕해야 하는 세계 13위 경제국가 해군의 모습이다. 한국해군이 가야 할 길이 너무 험난하다. 그러나 우리 해군은 주어진 전력만으로 불평 없이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뿐이다. 국가와 국민이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konas)
김성만(예비역 해군중장,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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