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최종순간에 연기하는 것은 아닌가?
4월4일부터 8일 사이로 임박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둘러싼 국제적 파문이 절정(絶頂)을 향해 치닫고 있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문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소동을 벌인 일이 있다. 1988년의 ‘대포동 I호’ 발사 및 2006년의 ‘대포동 II호’ 발사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두 차례의 시험발사는 모두 실패작이었다.
1988년의 ‘대포동 I호’는 발사 후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되어버렸다. 그러자, 북한은 이때의 미사일은 ‘미사일’이 아니라 ‘광명성 1호’라는 명칭의 인공위성(人工衛星)을 우주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로켓’이었다면서 문제의 ‘광명성 1호’는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하여 북한의 음악을 송신하는 것이 청취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북한만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 뿐 세계 여러 나라가 지구상 곳곳에 설치되어 운영하고 있는 ‘추적 레이더’의 어느 하나도 북한이 주장하는 ‘북한 음악’을 송출하는 어떤 인공위성도 포착한 사실이 없다. 북한의 주장은 샛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북한은 2006년7월5일 도합 7 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여기에는 2 발의 스커드(SCUD)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 1 발이 소위 ‘대포동 II호’였다. ‘대포동 II호’를 제외한 다른 단ㆍ중거리 미사일은 모두 동해 상의 목표 지점에 도달하여 낙하했지만 유독 ‘대포동 II호’는 발사 후 42초 만에 동해 상 북한 영해를 벗어나지 못한 지점에서 상공에서 폭발하고 그 파편들이 그 인근 해역에 낙하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이 ‘대포동 II호’의 경우에는 이를 ‘인공위성’과 연계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이번에 북한이 으름장을 놓고 있는 ‘대포동 II호’ 시험발사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가능성은 그 동안 두 차례 실시했던 미사일 시험발사가 모두 실패작이었다면 이번 경우에도, 적어도 확률 상으로는,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 하여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이번에 실시되는 ‘대포동 II호’ 시험발사의 경우, 앞서 두 차례의 시험발사 때와 크게 달라진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미국과 일본이 이번에는 북한이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MD(미사일 방어망)를 가동시켜 이를 요격하여 공중에서 파괴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의 어느 하나가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餘波)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 틀림없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기술적인 이유로, 실패작이 된다면 앞으로 미국을 가상(假想) 탄착 지점으로 하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소동(騷動)은 이솝 우화(寓話)의 ‘양치기’ 목동(牧童)이 외치는 ‘늑대’ 소동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앞으로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이용하는 북한의 공갈(恐喝)의 약발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대포동 II호’ 시험발사가 성공할 경우에도, 만약 미ㆍ일 양국의 MD가 성공적으로 작동이 되어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ㆍ파괴하는 것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제 앞으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 대한 공갈 방망이 구실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 틀림없다. 북한이 성공적으로 개발ㆍ보유하는 장거리 미사일은 ‘파리채 앞의 파리’ 신세를 모면(冒免)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들고 나온 ‘대포동 II호’ 시험발사 카드의 향배(向背)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의 가능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있다. 북한의 그 동안의 행보(行步)를 보면 북한도 이로 인한 위험부담을 인지(認知)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주목을 끄는 북한의 행보는 이번에 시험발사하는 ‘대포동 II호’를 가리켜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광명성 II호)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로켓”이라는 발뺌을 미리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에도 미사일을 발사한 뒤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서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는 1998년의 사기극(詐欺劇)을 재연(再演)하겠다는 수작(酬酌)으로 보아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의 미사일 실험발사를 ‘인공위성’과 결부시키는 북한의 수작은 한 마디로 가소(可笑)로운 궤변(詭辯)이다. 북한은 1986년에 가동을 시작한 영변(寧邊) 소재 5 메가와트 흑연감속형(黑鉛減速型) 원자로가 발전용(發電用)이었다는 거짓말을 앞세워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통해 이 원자로 가동 중단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발전용 중유(重油)와 함께 경수가압형(輕水加壓型) 원자로 제공 약속을 얻어냈다. 그러나, 문제의 영변 소재 흑연로와는 연결된 송ㆍ배전(送ㆍ配電) 설비가 없었다. 발전용이 아니라 완전히 무기제조용 플루토늄 생산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번 미사일의 경우 문제는 북한에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경제적ㆍ군사적 이유는 물론 용도(用途)가 없다는데 있다. 북한은 지금도 걸핏하면 “제2의 고난(苦難)의 행군(行軍)” 소리가 나올 정도의 경제적 곤경이 지속되고 있는 나라다. 이 같은 나라가 천문학적 비용을 무릅쓰고 실제로는 아무런 용도가 없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면 천치(天痴)ㆍ바보가 아니고는 이 같은 궤변을 고지들을 사람이 있을 턱이 없다.
물론,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주장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 주권(主權)의 우산(雨傘)을 씀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MD 발동에 의한 요격(邀擊)을 차단ㆍ저지시키려는 잔꾀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국제적으로도, 일단 여론의 차원에서는, “만약 인공위성 발사라면 이를 요격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이미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중국(中國)이 미ㆍ일 양국에 의한 요격을 견제(牽制)하기 시작한 듯 한 양상(樣相)이 보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ㆍ일 양국은 이미 시험발사 강행 시 요격 실시를 기정사실화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동해 상에는 이미 미ㆍ일 양국은 물론 한국의 이지스 함정들이 배치되어 작전에 들어 가 있는 상황이고 미국보다도 일본은 북한 미사일 요격ㆍ격추 명령을 하달(下達) 받은 자위대(自衛隊)가 이미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북해도 쪽 작전지역으로 이동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동안 미국 쪽에서는 요격에 대하여 부정적 방향으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요격 의지가 지금처럼 확실하다는 것은 결국 미국도 결국 요격을 단행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일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보도에 그렇게 뜨지는 않지만, 미사일에 의한 요격보다는 전자파(電磁波)를 이용한 요격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식자(識者)들 사이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북한 미사일이 로켓에 의한 추진 단계로부터 순항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교란 전파를 발사하여 미사일 탄두(또는 소위 ‘인공위성’)를 자체 파괴하거나 궤도를 이탈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북한이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문제의 미사일 발사를 과연 강행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 북한의 동태(動態)는 아마도 ‘대포동 II호’를 차폐(遮蔽)시키거나 아니면 ‘대포동 II호’ 발사가 실패작이 될 경우의 보완책으로 이번에도 2006년7월에 했던 것처럼 스커드와 노동 등 단ㆍ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함께 실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징후(徵候)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위험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한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경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은 모든 미사일을 그렇게 하거나 아니면 ‘대포동 II호’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연기(延期)할 가능성이다. 북한의 평소 행태로 미루어 볼 때, 마지막 순간에 가서 기상(氣象)을 이유로 장거리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연기했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konas)
이동복(전 명지대 초빙교수/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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