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논의과정서 얻은 것
안보와 경제는 사실 이해관계를 맞추기 어려운 분야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출발선부터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50여년간 천문학적인 국방비 지출을 감수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이자, 끊임없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도발 위협 속에서도 매년 성장을 이룬 독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보 위협과 국방비 부담은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 두 가지 방해물을 지혜롭게 뿌리치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31일 정부가 최종 확정한 제2롯데월드 건축은 당초 안보와 경제가 또다시 첨예하게 부딪힌 문제였다. 알려진 대로 높이 550여m에 이르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 6㎞ 떨어진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비행 안전이 저해된다는 게 그 동안의 군(軍)의 논리였다. 때문에 이 계획은 1995년부터 추진됐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표류했었다.
어떤 규제도 100% 안전은 담보할 수 없어
그러나 항공은 물론, 식품·환경·산업 등 안전과 관련한 모든 규제에서 100% 완벽한 절대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수질이든, 식품이든, 방사능이든 안전 기준에 ‘허용치’라는 숫자가 따라 붙는 것이다. 이 ‘허용치’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 변한다. 당초 국방부가 허가조건으로 내놨던 ‘제2롯데월드 건축고도 203m 제한’도 100%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용인할 수 있는 수치일 뿐이다. 여기에 최근 항공 장비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안전도가 매우 향상돼 몇 년 전 도출했던 허용치는 지금과는 의미가 다르다.
사실 롯데와 군이 마찰을 빚었던 가장 큰 원인은 롯데 측은 군사시설보호법상 적법한 건축행위에 대해 비행안전을 이유로 반대하는 공군의 태도를 고압적으로 인식하였고, 공군 역시 비행 안전에 대한 공군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롯데의 태도에 상호 불신을 갖게 된 것에 있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롯데가 공군의 입장을 수용하여 군 작전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서울공항 활주로를 비롯한 안전시설을 수혜자 부담 원칙에 의해 책임지겠다고 하자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났다. 기업에서 한 발 양보하자 군도 고집을 꺾고 대화의 장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 동안 양쪽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대신 각자의 원칙만을 내세워 대립했으나 이제는 서로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면서 어떻게든 상생(相生)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나오면서 얽인 실타래가 풀려가기 시작했다.
제2롯데월드 논의과정은 대화와 타협의 상징
결과적으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기업은 계획대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고, 군은 안전도를 상향시키는 방향으로 공항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번 제2롯데월드 신축을 통해 수조 원의 소득과 수 만개 일자리까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과 군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 수요의 증가와 외화 획득, 국내 최고층 건물 건설 과정에서 얻게 될 기술 습득 효과 등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무엇보다 이번 제2롯데월드 논의 과정은 안보와 경제 발전의 조화를 대화와 타협으로 달성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상충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 대신 양보와 대승적 자세로 해결했다는 선례는 앞으로도 한국 경제 발전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지정학적으로 안보와 경제가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에 있어 이 같은 군과 민간이 보여준 열린 태도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할 유사한 문제에 대해 하나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www.korea.kr/newsWeb)
김종석(한국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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