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골수 강경 정책 대응법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대(對) 중국 설득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최근 북한은 미국 정부와의 대화무용론을 제기하고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자신들을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자신들의 존엄과 체제에 전면 도전하는 남한에 대해선 무자비한 징벌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남북 대화를 전면 부정했다. 미국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3국 순방과 2차 개성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임박한 시기에 이 같은 북한의 초강경 주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진의 파악에 혼선을 주고 있다.
북한의 대화 거부는 물론 핵 억제력 강화나 무자비한 징벌 운운 등 비타협적 강경정책은 미국과 한국 정부를 압박해 양국 정부의 진의를 시험하고 회담 재개 시 더욱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통적인 벼랑 끝 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다. 아마 한·미 양국 정부는 각기 입장과 이해는 다르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경제적 보상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때나 부시 정부 때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결국은 유화적 방식으로 대응했듯이 이번에도 사태 악화를 방지한다는 명분에서 북한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정부 수뇌부의 의도적인 대북 무시 발언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는 벌써부터 6자회담 내에서의 북·미 양자대화 주장이나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 주장이 쉼 없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주장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 결정 유보 등의 대응태세로 미루어 볼 때 북한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기는 마찬가지다.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문제를 선결과제로 한다던 단호한 입장 대신 북측 요구조건을 중심 의제로 하되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을 다루자는 실용성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북한의 비타협적 강경정책은 분명 양날의 칼이다. 예의 벼랑 끝 전술로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반면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기만전술일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극심한 경제난 속에 사상 두 번째 권력이양을 준비 중이다. 북한과 같은 신격화된 수령제 독재국가에서는 체제 생존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후계구도의 안착이다. 김일성 가문에서 후계자를 옹립하는 세습체제 하에서 현재 후계자로 거론되는 어떤 인물도 카리스마적 리더로 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비상한 업적쌓기를 통해 후계자 옹립을 기도하려는 북한으로선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과 핵 억제력 강화 책동을 강성대국 목표 연도인 2012년까지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그때까지 한반도 상황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우선 대북 강경책을 취하든, 유화책을 취하든 어느 경우에도 한·미 간에 같은 목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부시 정부 시절을 타산지석 삼아 미국과의 사전조율에 허점이 있어선 안 된다. 그래야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위협에 말려들지 않게 된다.
이 같은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대(對) 중국 설득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1993년 제1차 핵 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북한을 다루고 있지만 역부족임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북한 설득이나 압박에 미적거리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국제정치 역학 구조에서 미국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는 자신들이 내건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에 정면도전하는 것이다. 과거 6자회담에 불참하려는 북한을 석유공급 중단이라는 압박카드로 복귀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현재 중국도 내심으론 북한에 불만이라고 하니 한·미가 좀 더 다양한 카드와 진정성을 갖고 중국과 접촉하면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5.13 중앙일보 시론)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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