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일정 반드시 재고해야
전작권 전환 및 연합사 해체 문제에 대해 그 시기를 먼저 정해 놓고 이에 맞춰 나가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9월 국방개혁안에서 2020년까지 병력을 감축하고 첨단 전력을 도입해 과학기술군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전환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충분히 억제하거나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전작권 전환을 자주와 주권의 문제로만 접근했다. 여기서 그럴 듯한 ‘자주’라는 말은 결국 우리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허풍이었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말장난임이 판명됐다. 전작권 전환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대북 억지력을 갖춘 한미연합사가 즉각 해체되고 한미 연합작전 계획인 ‘작계 5027’도 자동 폐기될 것이므로 국가 안보를 위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하루아침에 풀리게 된다. 전작권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는 크게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노 전 정권의 전작권 전환 계획이 대내외 군사·안보 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강행돼 왔다. 현재 국방개혁안은 예산 부족으로 첨단전력 도입 사업이 잇따라 연기되고 미군기지 이전계획 등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 병력의 단계적 감축 또는 해외 다른 지역으로의 전환 배치도 배제할 수 없게 되고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군의 즉각 투입도 어렵게 된다. 군 당국은 미국이 증원 전력을 약속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된 뒤에도 한미 간에 협조가 완벽하게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국가안보는 ‘국가 간의 구두 약속’에만 맡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둘째, 전작권 전환 및 연합사 해체 문제에 대해 그 시기를 먼저 정해 놓고 이에 맞춰 나가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인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향후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신형 중·단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했고 지난달 초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수전 병력도 6만명이나 증강했다.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설정해 놓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북한의 급변 사태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된 이후에 여기에 확실하게 대응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셋째, 한미연합사가 해체돼 전작권이 분할되면 한미 연합작전 수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휘권이 단일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합작전을 시행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한국군이 주도하는 전장에서 지휘권이 없는 미군이 대병력을 투입해 피를 흘려 줄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군 원로들은 2006년 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거리로 나서 “전작권 전환은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노무현 정권에 맞섰다. 현재 북핵 반대, 연합사 해체 반대 1000만명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강력한 동맹국 국민 1000만명이 자기 나라 안보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때 전작권 전환 재검토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시기의 문제점을 미국에 분명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국가 보위를 책임진 국군 통수권자의 명백한 책무다.(konas)
이종구(성우회 회장, 전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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