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자살과 한국인의 변덕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살한 후 며칠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적 감정표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적 감정표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는 점은 노무현씨의 자살 이전에 보여준 노씨에 대한 태도와 자살 후에 보여준 노씨에 대한 태도가 정반대된 것이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났다.
노씨가 자살하기 바로 전날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통령 재임기간 중 도덕성을 매우 강조했던 노씨가 거액의 뇌물을 접수한 것을 비난하고, 그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발언들을 조롱했다. 특히 그가 선물로 받은 1억짜리 시계를 고향 들녘에 버렸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시계 주으러 봉하 마을에 가자’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던 사람들이 23일 아침 노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달되고 TV방송들이 그의 과거 행적을 감상적이며 우호적으로 지속적으로 보도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향소들이 마련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아가고, 인터넷에 노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애도의 글을 올렸다. 그에 그치지 않고 검찰과 현정권이 노씨를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이 글에서처럼 ‘노무현씨’라고 호칭하거나 그의 죽음을 사실 그대로 ‘자살’이라고 말하는 것조차도 ‘불경스럽다’고 비난했다.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에 노씨에 대한 태도가 180도로 전환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바로 전날까지 노씨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하던 언론매체들은 그의 자살을 ‘서거’로 높여 부르며 노씨에 대한 대중의 애도를 유도했고, 이구동성으로 노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던 정당들은 또다시 이구동성으로 노씨 죽음에 대한 깊은 애도를 천명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놀란 검찰은 법률을 초월하여 노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없었던 일로 하기로 결정했고,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진지한 여론수렴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노씨의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노씨의 뇌물접수를 격렬하게 비판하며 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던 정치인들은 태도를 정반대로 바꾸어 경쟁적으로 노씨의 분향소를 찾아가 애도를 표했다. 노씨의 영혼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런 변화무쌍한 감정표현을 보면서, 필자는 만일 노씨가 자살하지 않고 이 시간 현재 살아있다면 사람들이 노씨에 대해 어떤 감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노씨의 자살실행 이전에 보였던 비판적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씨의 목숨을 거둬들이고 나서야 그를 관용하는 잔인한 사람들이 된다. 노씨의 자살 후에 표현한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 감정표시의 10분의 1이라도 노씨가 자살하기 전에 노씨에게 표현했더라면 그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대중이, 그리고 언론 종사자들과 정치인과 관리들이 이런 변덕스런 태도를 가지면 이 나라의 민주정치는 높은 수준으로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그러한 변덕스런 태도는 법치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국가에 필요한 일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없게 만들며, 민주정치와 정치안정의 동반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체질화되어 있다시피 하는 극히 변덕스런 집단적 감정표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반성해봐야 할 것 같다.(정론공방/http://blog.daum.net/pre-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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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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